[특집] 불교 수행하는 정신과 의사 전현수 박사 인터뷰

“85년도였어요. 불교가 진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이 공부를 꾸준히 해야 되겠다, 부처님께서 경험한 것을 나도 해야 되겠다, 하는 일관된 마음으로 온 거예요. 이번 수행은 2013년 11월에 병원 문을 닫았어요, 작년 9월까지. 수행처에 들어가서 오로지 수행만 했어요. 2009년에도 한 1년 닫았죠. 병원 문을 닫는다는 게 환자들한테도 미안한 일이고, 가족들 떠나 있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니까요. 3년 정도 빨리어로 된 4부 니까야를 읽으면서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내가 경험 못한 거는 뭔지 알게 됐어요. 그걸 경험하려고 한 거죠.”

미국 불교서적 시장 선두주자인 위즈덤출판사에서 한국 재가불자의 수행체험서가 영문판으로 나온다. 드문 일이다. 불광출판사에서 지난 9월에 낸 『사마타와 위빠사나』의 저자 전현수 박사를 만났다. 그가 불교를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신경정신과 전공의 2년차 때다. 이후 30년 동안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를 두루 공부하고 위빠사나와 사마타를 중심으로 수행 실참을 해왔다. 2003년, 2009년, 2013년 세 차례에 걸쳐 미얀마에서 집중수행을 했고, 그 경험을 녹여내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을 냈다. 저녁 6시, 노란 컵이 탁자 위에 놓인 진료실에 마주앉았다.

- 『마음치료 이야기』하고 『생각 사용 설명서』가 먼저 나왔죠. 두 권의 책이 일관되게 전하는 메시지는 ‘생각 다이어트’인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다이어트할 때 덜 먹고 더 움직이듯이, 생각은 적게 하고 집중을 많이 하는 겁니다. 생각은 자세히 보면 다 과거와 미래로 가는 거예요. 마음의 속성은 어느 쪽으로 자꾸 가면 그쪽으로 길이 나서 어쩔 수 없이 거기를 가게 돼 있기 때문에, 생각을 자꾸 하면 저절로 생각 속으로 가게 될 수밖에 없어요. 생각 다이어트는 마음을 현재에 두는 쪽으로 자꾸 노력하는 거예요. 현재에 집중할 때는 생각할 수가 없거든요. 저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매일 아침에 눈뜨는 순간부터 잠에 떨어질 때까지 현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이번 책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보면 이전과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굉장히 깊은 수행체험을 담담하게 풀어내셨는데, 이번 수행이 어떻게 달랐던 건가요?

“이번 수행은 선정을 통해서 뭔가를 경험한 게 좀 차이가 있을 거예요. 4부 니까야를 읽어봤더니, 니까야는 과학이에요. 누구든지 하면 똑같이 결과가 나오는. 부처님 당신도 스스로 엄청난 검증을 하셨고, 그때 당시 제자들도 누구든지 하면 똑같이 돼요. 니까야를 보면 선정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 선정을 경험을 못했어요. 아, 내가 선정을 경험해봐야겠구나 하는 그런 마음이 생겨서 첫 번째 시도한 것이 2009년이에요. 무아는 몸과 마음이 없다는 게 아니에요. 몸과 마음이 내 통제가 눈곱만큼도 들어갈 수가 없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게 무아예요. 내 존재가 무아이면서 윤회하고 있는데 끝없는 고통 속에 놓여있는 거기로부터 벗어나라는 게 부처님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라는 판단을 했어요, 이걸 제대로 경험해야 되겠구나. 그때도 2년 예정으로 문을 닫았지만 수행을 해보니까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선정은 좀 경험했지만 깊이 면에서 불충분했죠.”

- 그때 느끼셨던 한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깊이예요. 선정에 제대로 들면 지혜의 눈이 열리면서, 뭔가가 보여야 돼요. 육안으로 보는 것과 다르게. 선정을 닦은 뒤에, 몸에 주의를 기울이면 우리 몸의 구성물질이 보여요. 서른두 가지, 그걸 빨리어로 ‘말리시카’라고 하는데, 주의를 기울이면 그게 보여요. 심장을 보겠다는 마음이 들면 심장이 탁 보여야 돼요. ‘아나빠나삿띠(붓다의 호흡법. 들숨과 날숨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로 선정을 경험하고, 그 다음 ‘열 가지 까시나 수행’을 하는데 흰색 까시나는 사실 빛하고 비슷해요. 선정을 닦으면 언제나 빛이 환하게 있거든요. 흰색 까시나는 무리 없이 되는데 노란색 까시나가 안 되는 거예요. 노란색이 여기 있잖아요. 이걸 보고 난 다음에 눈을 감아도 내 마음에 노란색이 있어야 돼요. 이 노란색이 확장이 가능해야 돼요. 노란색으로 세상이 꽉 차야 돼요. 이게 안 되는 거예요. 기본선정이 약한 거죠. 더 이상 내가 진도를 못나가겠구나 하고 포기하고 다시 도전했죠. 다시 도전해서 이번에는 철저한 선정을 닦으니까 그 다음부터 순탄하게 넘어갔어요.”

- 이번 수행의 핵심은 선정체험이었던 셈이군요.

“이렇게 보시면 돼요. 부처님 당시에는 이런 수행을 누구나 다 했죠. 「청정도론」이 5세기에 써진 건데, 「청정도론」이 있던 당시에는 누구나 이런 수행을 했어요.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이런 수행이 없어지고 선정을 닦는 사람도 없어졌어요. 미얀마의 파욱 사야도가 그것을 복원해서 선정수행을 할 수 있게끔 한 거예요.”

| 미얀마 단기출가에서 깊은 선정을 경험하다

- 2013년 11월에 병원 문을 닫으면서 수행에 집중해야 되겠다고 결심하신 이후, 구체적으로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셨나요?

“파욱 수행을 선택했으니까, 일단 미얀마를 갔어요. 거기서 출가해서 머리 깎고 사미계를 받았어요. 파욱은 계율을 굉장히 철저하게 지켜요. 아침은 여섯시 정도 되면 먹고, 점심은 한 열한 시에 먹고 나서 그 다음에는 오후불식을 합니다. 지도과정에서 인터뷰 매일 하면서, 그렇게 계속 수행했죠. 기후 탓인지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이 심하게 일어났어요. 그 상태에서는 수행을 할 수가 없어서 두 달 만에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 절에서 계속 수행했어요. 9월 초에는 어느 정도 수행을 끝냈죠.”

- 책에 보면 선정을 경험하면 지혜의 눈이 열린다, 지혜가 늘면 언어에서 수식어가 떨어져나간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또, 우리는 대상을 덩어리로 보는데 지혜의 눈이 생기면 대상을 궁극물질로 보기 때문에 다르게 보인다는 체험이 나와 있어요.

“인과의 법칙을 알면 수식어가 떨어져요. ‘오늘 내가 발표 잘했다.’ 하잖아요. 인과의 법칙상 그게 일어날 만한 게 일어난 거기 때문에 ‘잘했다’가 없어지는 거예요. ‘잘해야지’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냥 어떤 인과의 법칙 따라 돌아가는 겁니다. 또 ‘아름다운 꽃’이다, 꽃이라고 하면 물질이거든요. ‘아름다운 꽃이다’ 이런 건 잘 사용 안하죠. 언제나 본질로 보는 거죠.”

- 궁극물질을 본다는 건 어떻게 보이나요?

“(손을 들어올리고)이걸 보면 덩어리로 보이잖아요. 손이 보이죠. 손이 변해요, 안 변해요? 안 변하죠. 그리고 이거 내꺼, 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런데 선정에 들고난 뒤에 딱 보잖아요. 그럼 여기에 궁극물질이라는 게, 지수화풍, 어떤 물질들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게 쫙 보여요. 색깔, 맛, 영양소가 일어났다 사라지는 게 보여요. 계속 일어났다 사라지는 걸 내가 전혀 통제를 못하잖아요. 그러니까 무아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 자신이나 남을 볼 때 영속된 존재가 아니고 일어나고 사라지는 실상을 그대로 보게 돼요. 인식과정 중에서 속행이란 게 있어요. 그것은 과보를 일으켜요. 이 생의 과보, 다음생의 과보를 일으켜요. 그걸 알게 되면 다음부터는 그러한 것들을 안 하게 돼요. 그에 비해서 유익한 마음을 일으키잖아요, 그럼 좋은 게 서른두 가지 내지 서른네 가지예요. 가볍게 느껴지고, 욕심도 없고 이런 게 일어나요. 그러면 그게 굉장히 좋게 느껴져요. 우리가 일상생활하면서 유익한 마음을 내게 하는 게 아주 간단해요. 현재에 집중하고 있으면 유익한 마음의 회로가 쫙 돌아요. 그래서 좋은 요소가 언제나 있어요. 미래를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아, 오늘 무슨 일이 있을 거야 그랬을 때, ‘모른다’ 이러면 유익한 마음이 흘러요. 우리가 미래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이럴 거야’ 이러면 벌써 탐진치의 마음이 탁 붙어요.”

- 오직 모를 뿐이군요.

“오직 모를 뿐, 그거 대단한 말이에요. 하루 종일 모른다, 모른다, 하면 오로지 유익한 마음이 계속 돌아요. 모르는데 뭐 욕심내겠어요.”

| 가행정진은 숙업도, 현재도 바꾼다

- 지혜의 눈이 열려서 궁극물질이 보이고 그런 상태는 저절로 지속되는 건가요, 그 지속이라는 것은 이후에는 어떤가요?

“선정에서 경험한 것은 강력한 경험이에요. 그때 본 것은 평생 안 잊어버려요. 그때 마음에 심었던 것은 잘 없어지질 않죠. 강력하게 마음에 심어진 거, 그게 쭉 지속되는 거예요. 이렇게 보면 그냥 내가 무아로 보여요, 분열하는 걸로. 그래서 선정이 중요해요. 사람들은 선정에 대해서 오해를 많이 하죠. 선정에 들어 있을 때는 번뇌가 없는데 나오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니에요. 선정에서 봤던 거는 안 잊어버려져요. 마음에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 그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 집중을 하거나 하면 다시 그 상태로 돌입할 수 있는지요.

“내가 2014년 9월에 나왔잖아요. 그뒤로 한 6개월 동안은 앉자마자 곧바로 선정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지금은 한 일주일은 해야 선정에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아요. 빛은 언제나 있고 집중은 되는데 선정은 아니에요. 일주일? 모르겠어요. 앉아봐야 알겠죠.”

- 일반적인 불자들이 그 수행의 단계를 밟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지금 미얀마를 직접 가신 거고 사미계를 받고 집중수행하면서 한국에서 계속 이어가신 케이스인데, 선정의 깊은 단계를 체험하고 그것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까지 가려면.

“선정은 핵심이 놓는 거예요. 완벽하게 놓아져야 돼요. 선정을 닦는 동안은 세상하고 절연돼야 될 거예요. 세상에 대한 관심이나 미세하게 흩어지는 게 있어요. 그게 하나도 없어야 돼요. 제일 좋은 거는 미얀마나 이런 데 가는 게 제일 좋을 거예요. 그게 안 되고 한국에서도 완전히 탁 끊어지는 뭘 할 수 있다면 한국에 있어도 상관은 없죠.”

- 가행정진을 하겠다, 라고 했을 때….

“그런데, 가행정진의 정확한 뜻을 잘 모르겠어요. 수행을 끝낸 후에 계속 이어나간다는 건지, 아니면 집중적으로 수행을 하는 건지.”

- 집중수행이라고 봐야죠. 그 집중도가 굉장히 높은. 일주일 잠 안 자고 하는 용맹정진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죠.

“잠 안 자는 거 좋지 않아요. 우리가 수행이든 공부든, 뭐든지 세 가지가 중요해요. 하나는 베스트 컨디션이에요. 두 번째는 올바른 방법이에요. 우리가 뭘 하겠다는 것에 딱 맞는 방법이 있어요. 그 다음은 시간수예요. 열 시간, 혹은 다섯 시간, 나에게 필요한. 특히 두 번째 올바른 방법,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에서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절대로 결과 안 나와요. 잠을 안 자면 몸이 영향을 받아서 졸 수 밖에 없어요. 스스로 대단한 성취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뭐 생각이야 그럴 수 있겠죠. 그렇지만 내가 볼 때는 몸과 마음에서 필요한 게 없어야 돼요. 번뇌도 없어야 되고 몸도 개운해야 좋은 결과가 나와요. 이렇게 해야 돼, 이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좋은 게 나오는지, 그 좋은 것대로 해야지.”

- 가행정진이 숙업을 바꿀 수 있을까요?

“가행정진의 의미가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면, 집중수행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집중수행,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은 집중적으로 수행한다는 개념으로. 그것이 숙업을 바꾼다고 규정할 필요는 있을까…. 왜냐면 현재도 바꾸니까요. 한 삼십년 해보니까 방법이 복잡한 건 수행이 아니에요. 수행은 그냥 심플해요. 불교의 어마어마한 지혜와 능력, 이런 모든 것들을 여는 것은 집중으로부터 시작돼요. 현재에 집중하는 것. 집중은 보물창고를 여는 마스터키입니다.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