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구치소 쇠창살보다 두꺼운 마음의 문을 엽니다

[특집] 전법의 최전선, 조계종 포교사단

2017-09-28     김우진

전법의 최전선, 조계종 포교사단

포교사는 그들의 활동을 통해 신심과 희생정신을 드러냅니다. 불법이 닿기 힘든 곳을 향하는 모습, 재가자로서 포교와 신행활동을 보여줍니다. 신행력과 자비심, 보살도를 드러내고 개인의 수행이기도 한 포교활동을 지향합니다. 출가 수행자들을 보조하기도 하며,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스님들이 전법하기 어려운 군대나 교도소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포교사는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들의 활동을 운영합니다. 몸으로 부딪히고, 현장에서 생활하며, 불교 포교 일선에서 활동 중인 포교사. 수행과 포교를 이끌어 나아가며,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전하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01    우리들은 전법의 도반들, 수행의 전부입니다  김우진
02    국군장병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김우진
03    구치소의 쇠창살보다 두꺼운 마음의 문을 엽니다  김우진
04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살핀다  김우진

 

사진 : 최배문

멀리서 바라볼 때 큰 박스 모양의 구치소 건물은 주변 아파트들과 조화롭게 위치했다. 입구에 쓰여 있는 표지석을 보아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구치소를 들어가고, 또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마을 동사무소를 출입하는 듯했다. 불편할 것 같은 교정교화 시설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 가까이 있었다. 이곳에 수감자들의 교정교화를 위해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포교사들이 있다. 인천 경기 지역 포교사단 교정교화 2팀을 만났다.

|    결국에는 사람 사는 곳

잘못된 품성이나 행동을 바로잡고, 가르치고 이끌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함이 교정교화의 사전적 의미다. 교정교화 2팀은 평택과 수원 등 인천 경기 내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필요한 이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있다. 교정교화팀의 목표도 수감 중인 수용자들이 다시 들어오지 않고, 사회 속에 어울려 살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신분증 다들 주십쇼. 이곳부터는 휴대기기와 화기물품 등 반입금지 품목이 있으니 다들 확인하십시오. 보관은 옆 사물함을 이용해주십시오.”

철문 앞에 서 있는 교도관은 들어가기 직전까지 유의사항과 안전사항 등을 점검했다. 낮은 목소리로 필요한 말만 반복해 강조했다. 첫 번째 철문이 열리고 교도관과 함께 구치소 내부로 들어갔다. 복도에는 어떤 한국 화가의 그림이 걸려있는 갤러리 공간이 있기도 했고, 2미터가 넘는 높이의 책장에 책이 가득 꽂혀있는 공간도 있었다. 법당은 그런 복도와 몇 개의 철문을 더 지나고 수감자들이 활동하는 중앙 운동장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 구치소 수감자들은 아직 형을 받지 않는 미결수들이 대부분이고, 형이 거의 끝나가는 기결수들이 조금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자주 바뀝니다. 여기서 저희 법회를 3번 이상 보는 사람들이 없어요.”

최홍자 포교사가 법당으로 가는 중간 얼마 전 품수를 받은 김성태 포교사에게 설명해주었다. 덧붙여 짧은 만남이지만 수감자들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당에는 사전에 승인된 수감자들이 착석해 있었다. 수감자들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들부터 제법 앳된 얼굴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보이는 이들이 25명 정도 있었다.

수감자 중 한 명이 사회를 봤다. 삼귀의를 올리고 반야심경을 암송했다. 목탁을 내리는 소리가 서툴렀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법회를 진행했다. 같이 법회를 보는 다른 수감자들도 한목소리로 부처님과 포교사를 맞이했다. 장소가 구치소이고, 참가자들이 수감자라는 점만 빼면 불자들이 모여 법회를 보는 여타 법당과 다를 게 없었다.

사진제공 : 포교사단 교정교화팀

|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서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달은 방학이라 저희가 찾아뵙지 못했는데, 그간 잘 계셨나요? 아는 얼굴이 잘 안 보이네요. 저희는 구치소나 교도소로 교정교화 포교를 하는 조계종 포교사들입니다. 오늘 법회 함께 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그중에 오늘 전해드릴 말은 행복에 관한 내용입니다.”

진철희 전문 포교사가 법회에 참여한 이들에게 인사했다. 수감자들도 손을 모아 반배로 답했다. 

교정교화 포교는 다른 곳에 비해 제약이 많다. 시간도 그중 하나이다. 수감자들을 통제하기 위하여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때문에 준비시간까지 한 시간 반 내에 법회를 끝내야 한다. 실질적으로 수감자와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다. 

그 한 시간 안에 포교사들이 법문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온 김혜은 포교사는 메조소프라노 성악가다. 그는 수감자들을 위해 음성공양을 올린다. 경직된 수감자들의 마음을 조금 더 편하게 해주기 위해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포교 방법으로 삼았다. 준비한 반주가 흐르고 관세음보살을 주제로 한 음성공양을 올렸다. 어떤 수감자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 보였고, 또 어떤 수감자는 손뼉을 치며 노래를 즐기기도 했다.

“여러분 앉아만 계시니까 몸이 좀 뻐근하시죠. 다들 한 번 일어나 보세요. 우리 같이 절해봅시다. 다들 삼배하는 법은 아시죠? 혹시 모르는 분이 있으시면 제 설명을 따라 해주시면 됩니다.”

최홍자 포교사는 수감자들에게 삼배를 알려주었다. 한 시간 동안 같이 온 포교사들이 한 번씩 마이크를 잡고 수감자들과 교감했다. “더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최홍자 포교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포교사들 각자가 준비한 것이 많았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법회를 마쳤다.

사진제공 : 포교사단 교정교화팀

|    교정교화 포교는

“처음 교정교화 포교를 시작할 때는 너무 무서웠어요. ‘혹시나 해코지를 당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벌벌 떨며 법당에 들어갔었죠. 하지만 이제는 많이 떨리지 않아요. 수감자들도 사회에 있는 일반 사람과 다르지 않아요. 지금은 오히려 순수하게 느껴집니다.”

최 포교사는 4년째 교정교화 포교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 교정교화를 시작할 때와는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지고 수감자들과 만남도 편해졌지만, 항상 긴장을 풀 수는 없다. 다만 수감자들을 위해 ‘무엇을 더 해줄 수 있는지’, ‘무엇이 더 필요한지’ 고민한다.

구치소의 경우 대부분 포교활동으로 법회를 보지만, 교도소에서는 집단상담을 하는 경우도 많다. 수감자들이 모여 간식을 먹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포교사가 한 명씩 면담한다. 개인적이고 진실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그런지 수감자들은 법회보다 상담을 더 선호한다.

“한 번은 법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어떤 수감자가 개인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수감자가 그전부터 교도관에게 불교 포교사와 면담을 하고 싶다고 말해서 그 시간이 허용되었죠. 면담 내용이 본인이 교도소 내에서 사경 수행을 하는데 주변에서 괴롭힌다는 내용이었어요. 물론 사경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열심히 수행해서 밖에 있는 딸과 건강하게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눴죠. 드문 경우지만 개인 면담도 하고 있습니다.”

종교인 중 믿음이 강한 일부 수감자들은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그 때문에 별다른 이유 없이 종교 차이로 인해 괴롭힘을 받는 수감자들이 있다. 차별이 심한 교도소의 경우 수감자들을 종교별로 격리해서 방을 쓰기도 한다. 최 포교사와 면담을 한 수감자도 이런 경우였다. 교정교화 포교는 단지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이 편하고 바르게 변하도록 돕는 것이다.
10년 이상 포교를 한 진철희 포교사는 교정교화 포교를 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일례로 간식을 가지고 가는 것도 군 포교나 외부포교와 달리 구치소와 교도소는 음식이 제한적이라 더욱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한다.

“교정교화 포교에 사용하는 음식공양은 모두 검열을 거쳐야 합니다. 일단 음료는 무조건 안 되고, 낱개로 포장되어 있는 과자도 안 되고, 과일도 칼로 썰어 먹거나 술로 변하는 수박이나 배, 포도 등도 안 됩니다. 수감시설이다 보니 음식물 후원에도 제약이 많습니다. 저희는 떡이나 빵, 귤, 바나나 등을 주로 후원합니다. 그리고 빵도 소보로빵은 안 됩니다. 소보로빵이 발효되어 술로 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포교사들은 부처님의 자비와 마음을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 음식에서부터 그날 전할 이야기까지 수감자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며 이들이 바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교정교화팀은 수감자들이 다시는 이곳에 들어오지 않게 도와주겠다고 다짐했다.

“죄에 따라 다르지만 법무부 통계 평균 재범률이 20% 이상 되더라고요. 교정교화 포교의 목표가 그 숫자를 조금 더 줄이는 일인 것 같아요. 이곳 사람들에게 부처님 말씀 전해서 죄짓기 전에 한 번은 돌아보게, 한 번은 참아보게 하면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바른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사람들끼리 서로를 신뢰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그게 부처님 세상이랑 조금은 가까워지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