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밥·몸·마음 : 경전에 나타난 부처님의 건강법

[특집] 밥·몸·마음

2017-06-18     이미령

[특집] 밥·몸·마음

밥·몸·마음. 불자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를 잘 다스려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불자들의 건강을 크게 신경 쓰셨습니다. 마음 수행과 몸의 건강을 함께 챙겨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부처님처럼 자기를 바로 보고 건강을 살피며 살면 몸도 튼튼해지고 마음도 단단해집니다. 불자가 건강하게 사는 법, 불교에서는 어떤 방법을 전하고 있을까요? 우리 불자들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면 될까요?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건강법을 행하는 사람들을 찾아갑니다.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건강 비법, 건강한 불자가 되는 법을 소개합니다.

01 경전에 나타난 부처님의 건강법  / 이미령
02 부처님과 고승들의 식사법 / 유윤정
03 몸을 살피며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내밀다 / 김우진
04 달리는 것과 선은 같은 맛이다 / 김우진
05 명상은 마음과 몸의 건강으로 연결된다 / 유윤정

경전에 나타난 부처님의 건강법
건축가 김기석은 말합니다.

“집의 출발은 부엌이었다.”

부엌은 주택에서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하는 곳이며, 집안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고, 인류의 어린 시절 우리는 부엌에서 자라났다고까지 그는 말합니다. 아무리 볼품없는 공간이어도 솥단지를 걸어놓고, 불이 지펴지고, 음식이 자글자글 익어가는 곳! 이런 부엌이 없는 집은 집이 아닙니다.

그런데 부엌이 없는 집에서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그분을 따르는 승가집단입니다. 출가를 한다는 것은 곡식을 빻는 절구공이를 내려놓고 음식을 끓이는 솥을 치워버리고 더 이상 불을 피우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입고 있는 옷가지 세 벌과 밥그릇 하나뿐. 숟가락조차도 소유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승가이기 때문에, 그런 승가에 부엌이란 공간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이럴 정도이니 ‘부처님의 건강법’이란 주제는 사실 뜬금없다 싶기까지 합니다. 건강하려면 잘 챙겨 먹어야 할 텐데, 잘 먹기 위한 시설을 원천적으로 거부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이 몸을 가리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수자타의 우유죽 공양

“이 몸은 물질적 형체(色)로 이루어졌고, 지수화풍의 4대로 이루어졌으며, 부모에게서 생겨났고, 밥과 죽으로 키워집니다. 그런데 이런 몸은 덧없고 부서지고 흩어집니다. 따라서 이 몸은 괴롭고 병에 걸리며 종기요, 화살이요, 재난이요, 괴로움이요, 원수 같은 것이고, 괴멸하는 것이며,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관찰해야 합니다.”(『맛지마니까야』 「디가나카의 경」)

그래서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이 몸을 그와 같이 관찰해서 이 몸에 대해 애착과 욕망을 떠나고 몸에 종속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결국 아무리 잘 챙겨 먹고 조심해도 병들고 무너지게 마련인 이 몸. 건강이란 것도 어쩌면 덧없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덧없는 이 몸을 가지고 우리는 살아가고 이 몸으로 수행을 합니다. 덧없지만 이 몸과 잘 지내야 합니다. 부처님의 말씀도 곱씹어보자면, ‘이 몸이 덧없으니 보살피지 마라’는 뜻이 아니라 ‘이 몸이 영원하리라 착각하지 말 것이요, 이 몸이 무너진다는 이치를 애써 부정하지 말고 애착하지 마라’는 내용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상한 이 몸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수행을 해야 합니다. 몸은 수행하기 위해 가장 소중한 도구요, 깨달음을 담는 그릇입니다. 그래서 몸을 함부로 해서도 안 됩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몸’에 대한 부처님의 정의를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디가 니까야』에 들어 있는 「32상경」에 의하면, 전생에 생명체들을 해치지 않은 선업의 결과 부처님은 건강한 몸을 지니게 되었는데, 이때의 건강한 몸이란 “건강하고, 괴로움에 시달리지 않고, 음식을 잘 소화흡수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몸이 차거나 뜨겁지 않으며, 중도로서 정진할 수 있는 몸”이라고 정의내립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에게 있어 ‘건강’이란 몸이 수행하기에 가장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며,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은 덧없는 몸을 무너지지 않게 지키는 행위가 아니라, 진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몸을 가장 적합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건강법은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어떻게 밥을 먹을 것이냐가 전부라고 해도 좋습니다. 부처님은 하루 일과를 식사하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수많은 경전 앞머리에 등장하는 다음의 문장이 그걸 말해줍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이른 아침에 가사와 발우를 들고 탁발을 하려고 마을로 내려가셨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신 일은 밥을 먹는 일이었고, 웬만한 사정이 아니라면 탁발을 쉬지 않았고, 한 끼의 식사를 마친 뒤에는 소화가 될 때까지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는 것도 경전에서 자주 만나는 내용입니다.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했던 일이 탁발이었던 만큼, 부처님은 밥을 먹는 일조차도 수행의 하나로 삼았습니다. 『맛지마 니까야』에 들어 있는 「브라흐마유의 경」에는 부처님이 어떻게 공양을 드시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그릇에 음식을 너무 조금 받지도 너무 많이 받지도 않습니다. 적당량의 반찬을 받고, 한 입에 반찬을 너무 많이 먹지도 않습니다. 존자 고타마는 두세 번 씹어서 삼킵니다. 어떤 음식 알갱이도 제대로 부서지지 않은 채 몸으로 들어가게 하지 않으며, 어떤 음식 알갱이도 입안에 남겨두지 않습니다. 다 씹어서 완전히 삼킨 뒤에 다음 한 입을 드십니다. 존자 고타마는 맛을 음미하면서 음식을 들지만, 그 맛에 붙들리지 않습니다.”

특히 이 경에서 부처님은 음식을 먹는 일이란 첫째, 즐기기 위함이 아니고, 둘째, 취醉하기 위함이 아니고, 셋째, 아름다움을 위함이 아니고, 넷째, 매력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 음식이란 다섯째, 이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여섯째, 이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곱째, 이 몸이 병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여덟째, 청정한 수행을 유지하기 위해서 먹는 것이라고 원칙을 세웁니다.

비슷한 내용이 『증일아함경』에도 실려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비구가 음식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를 생각하여 살찌고 깨끗한 것만을 구하지 말고, 오직 이 몸을 보전하기 위해서 식사를 해야 한다. 오래된 병을 고치고 다른 병이 생기지 않기 위해 밥을 먹어야 하며, 몸에 기운이 생겨서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밥을 먹는다고 생각해야 한다.”(『증일아함경』)

하루 한 끼의 식사로 건강을 유지해온 부처님은 수행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나는 밤에 음식을 먹지 않는다. 밤에 음식을 먹지 않기 때문에 병이 없고 건강하고 상쾌하고 힘이 있고 평온한 삶을 즐긴다. 그대들도 밤에 음식을 먹지 않기를 바란다.”(『맛지마 니까야』 「키타기리숫타」)

하지만 하루 한 끼로 만족하지 못하는 재가자들에게는 자신이 어느 정도 음식을 먹는지 늘 주시하라고 당부합니다. 식탐이 어마어마했던 코살라국 파세나디왕이 체중이 너무 불어 숨쉬기조차 힘들다며 하소연하자 그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유념하십시오. 먹을 때마다 적게 먹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적게 먹으면 식탐의 고통이 점점 줄어들리니 적게 먹고 음식을 다 소화시켜서 목숨을 보전하십시오.”

왕은 이후 밥을 먹을 때마다 부처님의 이 말씀을 떠올립니다. 그 결과 음식의 양을 점점 줄일 수 있었고, 마침내 왕은 날씬해진 몸을 쓰다듬으며 “부처님은 내게 현세의 유익함과 다음 생의 유익함이라는 두 가지 큰 자비를 베푸셨다.”고 좋아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이처럼 음식에 관해서 부처님은 일생 동안 당신의 양을 정확히 알고 그 양을 유지했습니다. 소식을 하고, 천천히 씹고, 입안의 음식을 완전히 삼킨 뒤에 다시 음식을 드셨습니다. 음식의 질보다는 음식 먹는 행위를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음식을 앞에 두고 허겁지겁 먹어치우지 않고 자신의 상태와 먹는 과정을 온전하게 살폈다는 말은, 평소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몸과 마음과 느낌을 직시하고 알아차렸다는 뜻입니다.

위胃에 담긴 음식은 금방 소화가 되었고, 마음에는 번뇌를 담아두지 않았습니다. 가뿐한 몸과 마음, 그리고 나아가 세속의 번잡한 일을 멈추었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습니다. 일정한 속도로 걸음을 걸은 분이 부처님입니다. 몸과 마음이 가뿐하고 쾌적하였기에 부처님은 수행에 가장 적합한 컨디션을 언제나 유지했습니다.

부처님은 잠을 잘 주무시는 편이었습니다. 『앙굿따라 니까야』에는, 추운 겨울 아침, 한뎃잠을 주무신 부처님에게 한 바라문이 인사를 올립니다.

“부처님은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고, 땅은 딱딱하게 얼어붙었는데 얇은 가사 하나만 깔고 지난 밤을 보내셨는데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부처님은 대답합니다.

“잘 잤습니다. 나는 잠을 잘 자는 사람입니다.”

도저히 잠을 잘 잘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바라문에게 부처님은 마음속에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모두 없애 번민으로 마음을 끓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서도 잠을 잘 잘 수 있다고 대답합니다.

부처님은 달리 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평생을 걸어 다니셨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마을로 탁발하러 내려가고 공양을 마친 뒤 사원으로 돌아오시는 길은 걷는 시간이었습니다. 29세에 애마 칸타카를 타고 출가한 그 날 이후 부처님은 80세에 반열반하실 때까지 당신의 두 발로 길을 걸었습니다. 생의 마지막 날, 반열반의 자리에 이를 때까지 부처님은 걸었습니다.

부처님의 건강법은 이처럼 음식을 절제하고, 마음에 번뇌를 줄여서 쾌적하게 잠을 자고, 평생 일정한 속도로 걸음을 걸었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말한다면, 부처님은 몸의 건강을 삶의 목표로 두지 않았습니다. 건강은 목표가 아니라 수행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일 뿐이었습니다. 가치 있는 일을 위해 건강이 필요한 것이니, 건강한 몸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도 함께 생각해야겠습니다. 부엌이 없는 절에서, 맨발로 평생을 걸어 다니신 분이 80세로 장수하신 데에는 이런 비법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이미령

불광불교대학 전임강사이며 불교칼럼리스트이다. 동국대 역경위원을 지냈다. 현재 YTN라디오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과 BBS 불교방송에서 ‘경전의 숲을 거닐다’를 진행하고 있다. 또 불교서적읽기 모임인 ‘붓다와 떠나는 책 여행’을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고맙습니다 관세음보살』, 『간경 수행 입문』, 『붓다 한 말씀』, 『사랑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