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정토회 백일출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

[특집] 출가, 자유를 경험하다

2018-01-29     유윤정

출가, 자유를 경험하다

출가는 집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다. 공간의 이동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결정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도 그러하셨다. 때문에 출가는 어려운 결정이다. 세속의 욕망이 단단히 붙어있기 때문이다. 출가는 세속을 떠나고 새로운 가치관과 만난다. 그래서 출가는 낯설고, 두렵고, 세속에서의 도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 결정하면 그것만큼 자유로운 삶이 없다고, 출가한 이들은 말한다. 자유로운 삶이라고 한다. 한 번 경험이라도 해본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출가, 자유를 경험하다.

01    내가 출가를 한 이유 : 봉녕사 도경 스님   김우진
02    삶이 무거운 이들에게 선사하는 쉼표 : 월정사 출가학교    유윤정
03    백정토회 백일출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    유윤정
04    출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  김우진

 

정토회 백일출가

“백일 안에 자기를 내려놓는 맛을 보면, 삶에 희망과 자신이 생깁니다. 어디 가서 살아도 무슨 일을 해도 마음에 걸림이 사라집니다. 자기 마음에 걸림이 사라지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장부가 됩니다.”
정토회 홈페이지에서 백일출가를 소개하는 글이다. 백일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특별한 훈련이라도 하는 것일까. 어떤 시간을 보내기에 자신감이 생기고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대장부가 된다는 이야기일까. 동굴에서 백일 간 정진해 사람 몸 받은 곰처럼, 정토회 문경수련원에서 백일을 지내면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2017년 12월,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아랑곳하지 않고 백일동안 정진한 32기 출가자 14명이 26일 회향했다. 백일출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이다.

사진. 최배문

|    나를 알면 삶이 달라진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를 더 할까, 휴학하고 돈을 먼저 벌까? 그냥 공무원 시험이나 칠까? 자격증 따서 취업하는 게 더 나을까? 모아놓은 돈은 없고, 대출금 갚기는 막막하고, 남들과 비교하니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고, 다들 나보다 잘난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백일출가를 권하는 2분 5초짜리 짧은 동영상의 첫 문장이다. 20대 30대가 70%인 정토회 백일출가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담아 만든 홍보 동영상답게, 요즘 청년들의 고민이 압축적으로 정리돼있다. 타인과 비교하고, 자신의 마음을 모르고 갈팡질팡하며 결정 내리기를 어려워하는 삶. 지금 이 시대 청년들의 고민이 담긴 질문이다. 이 질문에 법륜 스님은 명쾌하게 답한다.

“어떻게 살기는, 그냥 살지. 어떻게 살기는, 밥 먹고 살지. 어떻게 살기는, 숨 쉬고 잠자고 살면 되지.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지금도 잘 살고 있어요. 그런데 머리가 복잡한 거예요.”

질문은 이어진다. “그런데 저는 잘 못사는 것 같고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스님은 이렇게 답한다. “그렇게 아는 것은 머리로 아는 것이에요. 몸과 마음에서 탁 느껴버려야 해요. 그것은 생각으로는 안돼요. 생각을 떠나야 됩니다. 경험해버리고 나면 의문이 사라져요.”

백일출가를 해보면, 생각이 아닌 경험을 통해 진짜 나를 만난다는 것이다. 나를 직접 만나기에 고통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순간들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나를 알면 삶이 달라진다. 나를 알아 내 인생의 주인이 된다. 나를 깨닫게 하는 정토회 백일출가는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이뤄진다. 1989년 법륜 스님이 지도하는 수행공동체 정토회에서 세운 정토수련원은 1999년 행자교육을 시작해 2006년 백일출가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매년 봄, 여름, 가을, 세 번 백일출가자를 받는데, 매 기수마다 평균 20여 명이 백일출가를 회향한다. 백일출가를 회향하고서는 3년 출가를 결심하는 이들도 있다. 이곳에서는 3년 출가를 행자대학원 과정으로 부른다. 현재 33기 백일출가자들은 2018년 2월 20일 입재해 5월 30일 회향할 예정이고, 3년 출가를 발심하고 정진하던 행자대학원생은 다섯 명이 있었다.

 

|    나의 마음은 지금 어떠한가

이름에서 보듯이 백일출가는 템플스테이가 아니라 ‘출가’다. 그렇기에 백일출가 과정에 들어오기 위한 과정은 까다롭다. 신청대상은 만 20세 이상, 60세 이하 심신이 건강한 사람으로, 정토수련원의 ‘깨달음의 장’ 프로그램을 수료한 사람만 신청이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원서접수를 하고 나면 면접도 본다. 공동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전염성 질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건강검진서도 필요하다. 

과정을 무사히 통과해 출가 생활에 들어선다고 한들, 백일의 생활이 만만치는 않다. 세간과의 완벽한 단절. 출가기간동안 휴대폰은 사용할 수 없으며, 성별, 나이, 지역, 성격, 학력 등 삶의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도반이 되어 공동체 생활을 한다. 

생활 방식도 기존의 삶과는 다르다. 새벽 4시면 온 세상을 깨우는 도량석 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은, 호- 하고 내뱉는 숨에 하얀 김이 서리고, 두 발이 차갑게 어는 법당에서 새벽예불을 한다. 새벽 6시 20분이면 도량의 모든 대중이 함께 모여 앉아 천지만물의 은혜에 감사하며 발우공양을 행한다. 조석예불, 발우공양, 소임, 일 수행, 참회정진, 불교 사상 강좌, 마음나누기 등, 소등을 하는 밤 10시가 될 때까지 잠깐 쉴 틈 없이 움직인다.

그뿐인가. 이곳은 친환경 생활을 추구하는 생태공동체다. 정토행자들의 주머니엔 항상 손수건이 있다. 나와 자연이 다르지 않기에 일회용품이나 세제, 샴푸 등의 사용을 자제한다. 식사도 발우공양을 하여 음식물 쓰레기 배출도 최소화한다. 화장실도 바닥이 뻥 뚫린 생태 뒷간이다. 인분으로 퇴비를 만들고, 퇴비로 농사를 짓는다. 음식도 길러서 먹는다. 지난해 11월에는 직접 수확한 배추 1,300포기로 상주대중이 모두 모여 김장을 했다. 이 배추는 봄 행자들이 파종하고, 여름 행자들이 길러, 가을 행자들이 수확한 배추였다. 오롯이 수행자의 삶이다. 

확실히 이들은 대장부가 되는 삶, 마음에 걸림 없는 대자유의 삶을 배우기 위해 들어온 이들이다. 양 볼을 에는 찬 공기를 가르고 새벽예불을 하는 행자들은 당찼다. 하루 일과를 행할 때도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고, 순간을 깨어있으며 행했다. 도반의 등을 보며 이 세상 모든 것이 함께 연결 되어있음을 깨닫고, 밤하늘 별을 보며 감사함을 느꼈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하루임에도 마음이 편안하냐고 묻자, 31기 백일출가를 회향하고 3년 출가에 들어선 신나영(33) 행자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사람들 중에 누가 50여 명의 공양을 짓고, 퇴비로 쓰기 위해 해우소 청소를 해볼까요.  눈 떠서부터 잠들 때까지 정말 번뇌가 들어올 틈 없이 고되고 바쁜 하루지만 마음이 편안합니다. 게다가 행자 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하고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론인줄만 알았던 부처님 가르침을 몸으로 마음으로 직접 느끼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는 지난 여름 백일출가를 마치고 조금 더 공부를 이어가고자 자연스레 3년 출가 길에 올랐다. 3년이라는 시간이 불안하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그에게서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런 시간을 한 번 갖지 않으면, 무엇을 하든 아무리 근사한 목표를 가지고 하더라도 ‘이게 정말 나에게 맞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을 거예요. 이곳에서 ‘내가 여태껏 혼자 힘으로 살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그 생각을 되새기게 되죠.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무교였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공부하면서 부처님 제자로 살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신 행자를 비롯해 백일출가를 경험한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백일출가를 하며 무엇을 깨달았는지 이렇게 소감했다. “이 어려운 백일출가를 해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하심 하는 법을 배웠다.” “내 상태가 지금 어떤지, 나의 마음 씀씀이를 온전히 알 수 있게 되었다.” “함께한 도반이 고마웠다.” “일과 수행이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정말로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사진. 최배문

|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는 시간 100일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자유’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생활이다. 그럼에도 무엇이 그들에게 이토록 자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한 것일까. 백일출가자들을 지도하는 상임법사인 묘수 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자유롭고 행복하고 싶은 사람들이 옵니다. 누구나 자유롭고 행복하기를 원하지요.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고자 조건 좋은 직장을 찾아다니고, 나에게 맞춰주는 사람을 찾아다닙니다. 그런데 행복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행복하려면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가?’ 하고 질문을 던져주는 것입니다.”

백일출가는 자유롭고 행복한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걸으면 행복한지 그 방향을 함께 비춰보는 손전등이 된다. 그러나 그 방향으로 걷는 것은 본인이다. 지금까지는 타인에 의해 내 인생이 바뀌는 것으로 알고 살아왔지만, 진정한 행복은 직장 상사, 남편, 아내, 자식이 나에게 잘해줘서 내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 일을 조금 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몸소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내 행복은 내가 만든다. 내가 길을 정하고 내가 걷는다. 어디에서나 주인으로 사는 법, 그를 배우기 위한 출가인 것이다.

“출가는 기존의 것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쥐고 있을 때는 새로운 길이 있어도 보이지 않습니다. 탁 놓아보아야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삶의 가치관을 뒤집어야 실제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묘수 법사는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템플스테이가 아니다. 쉬어가는 곳이 아니다.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수행자로서의 관점을 갖도록 지도한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지난 습관을 끊고, 좋은 습관을 체득해 주인의 삶을 살도록 하는 백일간의 출가. 이 공부는 어디서든 당당히 설 수 있게 하며,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게 한다. 이 방법을 백일 출가에서 배우는 것이다. 백일을 살고 체험으로서 끝낼 것이 아니라 출가 정신이 삶에 녹아나도록 학습하는 것이다. 그래서 묘수 법사는 이렇게 백일출가를 권했다.

“자기 삶을 사는데 힘들다고 하는 이유는, 자기의 삶의 방향이 막연하기 때문입니다. 삶의 방향을 잡으려 할 때, 자신이 주체가 되어서 자기 문제의식을 가지고 돌아보고 살펴보기를 바랍니다. 어떤 방향으로 걸을지, 자신이 정하길 바랍니다. 백세 시대입니다. 백세 시대에 3개월, 백일은 짧은 시간이죠. 백일 정도는 꼭 경험해보길 바랍니다. 가능하다면 1년을 툭 빼내서 자신을 바라보는 정진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해보고 나서 ‘이 길이 아니다.’라고 생각되면 그때 가서 관두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스스로의 주인이 되어 마음을 이끌기에 자유로워지고, 마음이 자유롭기에 지금 여기서 행복하다. 주어진 내 삶을 소중히 하는,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 그래서 백일출가를 권한다.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는 시간 100일이 앞에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