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삶이 무거운 이들에게 : 월정사 출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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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삶이 무거운 이들에게 : 월정사 출가학교
  • 유윤정
  • 승인 2018.01.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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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출가, 자유를 경험하다

출가, 자유를 경험하다

출가는 집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다. 공간의 이동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결정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도 그러하셨다. 때문에 출가는 어려운 결정이다. 세속의 욕망이 단단히 붙어있기 때문이다. 출가는 세속을 떠나고 새로운 가치관과 만난다. 그래서 출가는 낯설고, 두렵고, 세속에서의 도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 결정하면 그것만큼 자유로운 삶이 없다고, 출가한 이들은 말한다. 자유로운 삶이라고 한다. 한 번 경험이라도 해본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출가, 자유를 경험하다.

01    내가 출가를 한 이유 : 봉녕사 도경 스님    김우진
02    삶이 무거운 이들에게 선사하는 쉼표  : 월정사 출가학교    유윤정
03    백일출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    유윤정
04    출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  김우진

 

월정사출가학교

월정사 51기 출가학교의 입교 지원서에서 발견한 인상적인 질문이 있다. 질문 하나,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또 하나,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 당신은 이 질문에 무엇이라 대답하겠는가. 강원도 평창 월정사에서 30일간 진행되는 월정사 출가학교(학교장 정념 스님)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습니까. 지금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자 합니까.”

|    국내 최초, 최고의 출가학교

2017년 12월 어느 날, 강원도 평창 진부면 터미널에서 한 시간마다 운행하는 버스를 탔다. 전나무가 빽빽이 우거진 숲길을 따라 굽이굽이 달려 도착한 곳은 월정사다. 도량에 들어서니 팔각구층석탑을 향해 앉은 보살상이 먼저 보이고, 지극히 우러러보는 저 마음처럼 부처님께 인사 올리니 청명한 하늘이 어서 오시게, 하며 가슴시리고 찬란하게 환영했다.

이제 보름 후, 1월 3일이 되면 이 자리에서 월정사 출가학교 51기 단기출가자 50여 명이 행자 생활을 시작하겠노라 고불식을 올릴 것이다. 파르라니 머리를 깎은 행자들이 전나무 숲길에서 흰 눈을 뽀드득 밟으며 몸을 낮추고 삼보일배를 할 것이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합장하고 후후, 입김을 내뱉으며 탑돌이를 할 것이다. 나이, 성별, 직업, 이름을 모두 떠나 도반들과 함께 돌림자 법명을 나눠받은 30일간의 단기출가자가 될 것이다.

월정사 출가학교는 2004년 9월, 일반 대중들이 스님이 되기 위한 정식 출가 전 예비과정인 행자 생활을 체험해보기 위해 ‘단기출가학교’라는 이름으로 개설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단기출가학교로 올해 15년이 됐다. 지금까지 3천여 명의 단기출가자들을 배출했고, 3천여 명 출가행자 중 300명이 정식으로 출가했다. 지금도 기수마다 단기출가자의 3배수가 입교를 지원할 정도다. 

2016년부터는 종합적인 체계를 갖추고 세밀하게 대상자를 분류해 맞춤 교육을 하고자 ‘단기출가학교’에서 ‘출가학교’로 새롭게 거듭났다. 일 년에 4번 진행하던 30일간의 단기출가학교를 일 년에 2번으로 줄이되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신현임 출가학교 팀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전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빼기란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곳에 오기 위해 직장에 1년 치 휴가를 모두 쓰고서 단기출가를 참가한 행자님도 계셨습니다. 의지는 충분하지만 건강이나 상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장기간 수행이 어려운 분들도 계세요. 행자생활을 해보고 싶은 이들의 대상에 맞춰 시간부터 프로그램까지 기획했습니다.”

응병여약應病與藥, 대기설법對機說法. 출가학교는 기존의 단기출가학교의 전통을 이어가는 ‘30일 단기출가(하계 23일, 동계 30일간)’를 비롯해, ‘마음 출가학교(7일간)’, ‘황혼기 나도 출가학교(50~70세 대상, 7일간)’, ‘여성 출가학교(4일간)’, ‘청년 출가학교(15~35세 대상, 7일간)’ 등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가족과 함께 참가할 수 있는 ‘가족 출가학교(3일간)’, 한국불교에 입문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외국인 출가학교(상시)’도 운영한다. 올 2월에는 예비 중학생부터 예비 대학생을 위한 ‘월정사 청소년 체험학교’를 처음 개설해 4일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2018년에는 성소수자 대상 출가학교와 새터민 출가학교를 개설할 계획이라 했다.

 

|    당신의 삶에도 쉼표가 필요합니다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면 이곳으로 오세요. 삶이 무겁고 힘겹게 느껴지신다면, 일상이 무료하고 막막하시다면 이곳에 오셔서 잠시 쉬어가세요. 오대산에서 부처님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분명 당신의 내일에 행복과 평화를 약속할 것입니다. 당신의 삶에도 쉼표가 필요합니다.”

월정사 출가학교장 정념 스님은 이렇게 출가학교를 권했다. 출가학교에 오는 이유는 저마다 다양했다. 출가학교의 학감 적엄 스님은 참가자들은 대체로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이것을 기점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위해 오거나, 출가에 마음이 있어서 혹은 미련이 있어서 단기출가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나쁜 식습관이나 술, 담배 등 중독돼있는 어떤 것을 끊어보려 오는 사람들 등도 있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이 느끼는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지원한다는 점이다.

“불확실한 삶에서 오는 고통입니다. 젊은이들은 취업에 대한 불안감, 나이 드신 분들은 명예퇴직 등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교원서를 보면 ‘나를 찾고 싶다’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이곳은 생각을 쉬기 위해 들어오는 곳입니다.”

생각을 쉬라고 들어오는 곳이기는 하지만 월정사 출가학교는 휴식이나 힐링을 제공하는 수련회나 템플스테이와는 다르다. 출가학교는 치열한 수행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생활은 여느 행자교육원보다 더욱 고되다고 소문나있을 정도다. 생활도 월정사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새벽 3시 30분이면 일어나 예불, 발우공양, 운력 등의 일상수행을 이어가고, 저녁 9시에 취침하기 전까지 스님들의 교리강의, 전나무 숲길 삼보일배, 오대산 오대 암자 참배 등 다양한 수행을 한다.

생활도 공동체 생활이다. 혼자만 잘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잘못을 하면 다 함께 참회한다. 공양을 할 때에는 남보다 빨리 먹거나 늦게 먹어도 안 된다. 세탁도, 세면도 정해진 시간에 공동으로 행한다. 청규를 어겼을 때는 참회의규에 따라 참회를 해야 하며, 시정되지 않으면 대중공사를 거쳐 퇴방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엄중한 생활이다. 학감 적엄 스님은 바깥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도 모두 차단한다고 말했다.

“휴대폰, 전화, 인터넷은 모두 사용할 수 없고 신문, 책도 볼 수 없습니다. 나를 철저하게 바꾸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나이도 떠나고 이름도 떠납니다. 모든 걸 떠난 이 자리에서 내가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뒤집는 일입니다. 자기 습관, 20년, 30년, 40년, 자기 나이만큼의 삶을 살면서 쌓아온 업이 각자 다릅니다. 업이 굳어져 있으니 그 업을 깨려면 얼마나 힘들까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바뀔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가르침을 만나도 자기 것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혼자만의 의지로 무엇인가를 지속해내는 것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30일 동안 기존의 습관들과는 반대되는 이곳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도반과 함께 서로를 북돋우며 좋은 습관을 익히는 것이다. 또한 단체생활은 전혀 몰랐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자신의 습관과 버릇을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함께 부딪히며 살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하며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 몸 내던져 과거 습관의 벽을 깨는 시간인 것이다.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스님들은 기꺼이 악역이 된다.

 

|    내가, 당신이 부처임을 깨닫는 시간

어쩌면 세속에서의 삶보다 훨씬 더 고단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렇게까지 출가를 해야 할까?

“출가를 왜 해야 할까요. 사실 수행과 사회생활을 똑같이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이분법으로 봐요. 출가자는 출가자, 일반인은 일반인이라고 봅니다. 안팎이 깨져야 합니다. 수행과 생활이 다르지 않아요. 출가학교는 안팎을 무너트리는 공부를 하는 곳입니다.”

적엄 스님은 그래서 30일 동안 이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수행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가장 크게 배워가는 것은 내 마음을 편안하게 바라보는 법입니다. 어느 누구도 가르쳐줄 수 없는, 내가 나를 만나는 순간을 느끼게 됩니다. 몸뚱이와 마음이 서로 처음 만나는 시간입니다. 감내해야 얻을 수 있는 영광입니다. 어릴 때 수천 번 넘어져 봤기 때문에 지금 두 발로 잘 걷고 뛸 수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예뻐서 복주고 미워서 벌주는 것이 없어요. 자업자득. 본인이 복을 짓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스님은 수행을 열심히 한 행자들은 얼굴부터 달라진다고 했다. 처음 입교 때 찍었던 사진과 졸업식 때 찍은 사진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졸업식 사진 속 행자들의 얼굴에서는 빛이 났다. 참가자들은 ‘내가 이 힘든 것을 버텼구나.’ 하며 어떠한 것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각각의 성취를 느낀다고 했다. 2004년 1기 단기출가학교 출가자이기도 한 신현임 팀장은 행자 체험을 하고서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전했다.

“억누르는 삶을 살았었는데, 움츠렸던 제 자신에게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됐지요. 단기출가는 저에 대한 포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행자생활을 하면서 보낸 시간은 매 순간이 절정이었다. 신 팀장은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삭발을 하고 행자복으로 갈아입을 때’로 꼽았다. 삭발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바닥에 온 몸을 던지는 삼보일배를 마치고 나면,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참가자들이라면 삭발을 해보기를 권합니다. 머리는 금방 자라니까요. 출가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시간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그땐 무척 힘들었지요. 그런데 그 한밤중에 밤하늘을 봤을 때의 느낌, 새벽에 산을 오를 때 산안개가 따라 올라가는 느낌이 지금도 아련합니다. 어려울 때 그것을 되새깁니다. 당시 교무국장 동은 스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여기에 올 때 그 첫 마음을 생각해봐라.’ 그 말씀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월정사 출가학교는 잠시 아주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처럼, 단기출가를 훌쩍 떠나보기를 권한다. 출가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되새겨보고 앞으로 살아갈 삶의 방향을 정비하여 내가 갈 길을 정한다. 훌쩍 떠난 이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적엄 스님은 단기출가 체험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고민하지 말고 오세요. 직접 체험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집착이 없는 삶, 출가도 한 번쯤 해볼 만합니다. 이곳에 와서 한 달 동안 ‘밖이다’, ‘안이다’를 떠나서 수행해 보십시오. 공부가 어느 정도 익고 나면, 장소가 필요 없습니다. 승속도 필요 없습니다. 생각을 쉬려고 들어오는 곳입니다. 그를 위해 공부해보십시오.” 그러면서도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출가학교에 들어온 이상 혼자 헤쳐 나가야 합니다. 여기는 길만 가르쳐줄 뿐입니다.”

나의 길을 정하고 걷는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월정사 출가학교는 묻는다. 당신은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지금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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