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노래하는 부처님 : 봉은사 봉은국악합주단

천년고찰에서 국악 울리는 밤

2017-07-04     김우진

[특집] 우리 절 노래하는 부처님

음악은 소리를 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모두 기쁘게 합니다. 절에 가면 노래하는 부처님들이 있습니다. 이 부처님들은 우리 절에서 신명나는 리듬을 함께 연주하고, 감미로운 멜로디를 쌓으며 부처님을 찬탄합니다. 오늘은 어떤 음성공양을 올릴까 기대합니다. 도반과 함께 눈을 보며 맞춰가니 더욱 환희롭습니다. 절에서 노래하고 흥을 찾으니 마음 차오르고 활기 넘칩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함께 만들어내는 부처님 소리. 우리 절 부처님들을 만납니다. 절에서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는 이들을 찾아가봅니다.

 

01    대관음사ㆍ청소년 난타 팀 샤카  |  더구덩 더구덩 신명나는 난타 소리  유윤정
02    조계사ㆍ회화나무 합창단  |  여든 넘어 함께 노래 부르니 어찌 그리 신나는지  유윤정
03    불광사ㆍ바라밀 합창단  |  테너와 베이스, 그 장엄한 찬불가  유윤정
04    봉은사ㆍ봉은국악합주단  |  천년고찰에서 국악 울리는 밤  김우진
05    진각종ㆍJnB 청년 보컬밴드  |  청년들의 소리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김우진
06    관문사ㆍ어린이 우쿨렐레 교실  |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노래  김우진

 

긴 해가 지고 밤의 커튼이 내린 서울 도심, 작은 무대가 공연을 앞두고 있다. 고층 건물의 유리창에 비치는 불빛으로 조명을 더한다. 배경은 봉은사. 천년고찰의 일주문 앞, 그와 어울리는 오래된 가락이 울린다. 국악이다. 스님의 멘트와 함께 ‘국악과 차, 그리고 禪 토크가 있는 밤’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    도량에서 열리는 국악음악회

봉은사에는 불교계 최초 전속 국악합주단이 있다. ‘봉은국악합주단’이다. 전문 국악인으로 구성된 봉은국악합주단은 2015년에 창단되었으며, 평균 경쟁률 8대 1을 뚫고 선발된 11명이 단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의 여법한 의식과 불교음악이 전쟁 이후 많이 단절되었어요. 그 사이 불교음악은 서양의 피아노로 대체되었죠. 90년대를 전후로 우리적인 것들을 복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대중에 일었습니다. 우리 가락과 우리 음계로 범패도 복원하며, 불교음악이 발전했어요. 많은 이들이 불교음악에 대한 가치를 서로 공유하면서 종단에 불교음악원이 생겼고, 이곳 봉은사에 처음 국악합주단이 생겼습니다.”(김회경 예술감독)

봉은국악합주단은 불교음악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자 설립되었다. 불교음악을 조금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사찰 안팎의 다양한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 특히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30분에 상설 음악회를 열어 정기적으로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상설 음악회는 11명의 단원이 돌아가며 공연 날짜를 정하고 무대를 준비하는데, 대금, 피리, 해금, 거문고 등 각자가 맡고 있는 악기가 다르기에 매주 새로운 국악을 들을 수 있다.

저녁 어스름이 깔릴 때 쯤 준비된 객석에 관객들이 가득 찼다. 한국으로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부터 반려견과 저녁 마실 나온 주민, 퇴근길에 잠시 멈춰선 직장인, 봉은사를 찾은 불자가족 등 다양한 관객이 봉은국악합주단을 찾았다.

포교기획팀 국장 환성 스님의 연주곡 소개로 시작한 첫 무대는 한태규(35) 단원의 이생강류 ‘대금산조.’ 타악 연주자 정준규 단원이 장구와 추임새를 넣고, 대금 독주가 진행되었다. 오히려 서양음악에 비해 생소하게 느껴지는 국악이다. 관객들 대부분이 낯설고 설레는 느낌으로 관람을 시작했지만, 이내 들려오는 국악은 마치 내 옷을 입은 듯 했다. 마음이 동했다.

|    꿈을 이뤄줄 터전

“어릴 적에 아이돌 가수가 꿈이었어요. 그래서 114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상담원이 국악을 하면 노래를 잘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경기민요를 시작했습니다.”

경기소리를 하는 이미리(32) 단원은 국악을 시작한 계기가 독특했다. 단원들 각자 국악을 시작한 계기는 저마다 달랐다. 하지만 봉은국악합주단에 들어온 이유는 비슷했다. ‘국악인을 모집하니까.’ 단원들은 국악 전공자의 삶이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가 국악인으로 설 무대가 많지 않다고 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냥 악보에 그려진 그림 따라 표현하며 대충 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러면 프로의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제가 가진 감정과 음악성을 진실하게 표현해야 관객들도 알아주시겠죠. 또 그런 과정들이 쌓이면 언젠가 우리 국악이 대중성과 예술성을 얻을 거라 생각해요. 봉은국악합주단은 그 꿈을 이뤄줄 수 있는 좋은 터전입니다.”(김대환 단원, 30, 피리 연주자)

대금산조에 이어 해금 독주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것들’, 잡가 ‘홀로 아리랑’ 무대가 끝나고 공연의 중반이 넘어가면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여태껏 잘 몰랐던 국악의 매력에 빠졌다. 함께 추임새도 넣으며 계속해서 연주자와 한 호흡을 이어갔다.

깊은 울림이 봉은사를 가득 메웠다. 피리 독주 ‘나무920’ 무대에서는 피리라는 악기의 진면목을 알 수 있었다. 작은 관악기에서 두껍고 힘 있는 소리가 났다. 예상과 다른 소리에 많은 관객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독주가 끝나고 연주자를 향해 큰 박수와 질문이 쏟아졌다. 김대환 단원은 마음을 다해 우리 국악을 응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    국악, 문화포교의 방편

김회경 예술감독은 “봉은국악합주단을 시작으로 앞으로 사찰에서 활동하는 전문 국악합주단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사와 도선사에서도 국악합주단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박나예(27, 해금 연주자) 단원은 “우리나라의 ‘전통’이라는 점에서 불교음악이 더 크게 활성화 될 것입니다. 대중들이 국악을 보편적인 음악이라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 사찰에서 국악이 더 울려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국악과 불교가 잘 어우러져야지요.”라며, “불교계를 통해 국악인들이 설 자리가 늘어나면 불교음악도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 전했다. 

봉은사는 국악을 문화포교의 방편으로 삼았다. 국악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그와 함께 사찰의 문화도 널리 알린다. 사중의 원력과 전문 국악인의 열정이 시너지를 일으켜 내·외국인들의 관심을 이끌고, 전법하는 것이다. 이로부터 불교음악도 확장된다. 그렇기에 문화포교로서 국악이 가지고 있는 힘과 가치는 대단하다. 앞으로 국악과 불교의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앙코르 곡의 연주를 마지막으로 한 시간 넘는 공연이 끝났다. 관객들의 환호가 넘쳤다. 스님의 맺음말과 단원들의 인사로 24번째 상설무대를 마무리했다. 젊은 국악인들의 소망은 모든 국민이 국악을 친근하게 듣는 것이었다.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봉은국악합주단은 매주 새로운 무대를 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