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노래하는 부처님 : 조계사 회화나무 합창단

이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알 수 있다. 평균 나이 70세. 정말이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내리쬐는 볕이 몹시 뜨겁던 날, 조계사 실버합창단 회화나무 합창단을 찾았다. 조계사 안심당 지하 1층 연습실에 120여 명의 보살님들이 빼곡하게 둘러앉아 있었다. 조계사 뜰에서 시원한 그늘을 내려주는 500년 된 회화나무처럼, 조계사에는 회화나무 합창단 보살님들이 있다. 

|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연습실에 들어서니 보살님들이 지휘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관음재일의 노래’를 함께 부른 후였다. 한 호흡 쉬고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다른 찬불가를 부르는데, 이번엔 신나고 익숙한 멜로디다. 대중가요 ‘소양강 처녀’를 개사한 ‘조계사 신심’이다. 아는 노래가 나오니 절로 박수가 나온다. 목소리도 커졌다. 좌우로 끄덕이며 박자를 맞추고, “나는 나는 어쩌나~” 할 땐 자연스레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한 보살님은 “헤이~!” 하며 추임새를 넣었다. 어찌나 흥겨운지 곡을 완창하자 지휘자도 “땡큐~.”라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함께 모여 노래 부르니 즐겁다. 친근한 노래를 더하니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회화나무 합창단은 2007년 결성해 11년째 이어오고 있는 실버합창단이다. 60세 이상의 보살 150여 명이 단원으로 활동한다. 단원들은 매주 빠짐없이 화요일마다 모여 연습을 하는데, 매주 연습마다 100~120명의 단원들을 만날 수 있을 만큼 그 참여율이 높다. 회화나무 합창단은 넷째, 다섯째 주 일요법회에서 음성공양을 올리고, 그밖에도 경찰청 법회나, 조계사 실버대학인 백송대학에서도 합창 공연을 한다. 올해 4월에는 처음으로 회화나무 합창단 단독공연도 가졌다. 

회화나무 합창단의 이종만 지휘자가 리드하는 노래마다, 보살님들이 파안대소했다. 지휘자도 “누님들, 여기는 이렇게 한 번 불러봅시다. 그렇죠! 잘 했어요!” 하면서 살뜰히 연습을 이끌어 나갔다. 

“이곳에 온 순간만큼은 즐겁고 행복하게 노래 부르다 가실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화음을 쌓고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즐겁고 재미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찬불가를 함께 부르고요. 동요나 노랫말이 좋고 보살님들의 감수성에 닿는 노래들, 귀에 익숙한 노래들도 엄선해 부릅니다. 어르신들이 굉장히 좋아하세요.”
이종만 지휘자는 함께 노래 부르기 때문에 더 큰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노래가 가진 힘이라는 것이다.

“세 명, 네 명이라도 같이 노래를 부르면 합창입니다. 함께 부르는 노래가 훨씬 즐거워요. 기도도 대중과 함께할 때 그 원력이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마음 맞춰 부르면서 노래 도반이 됩니다. 게다가 노래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몸만 있으면 할 수 있고, 어디서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화나무 보살님들은 찬불가를 부르면서 정말 즐겁게 신행생활을 하시죠.”

이어 부른 곡은 회화나무 합창단의 애창곡 ‘내 나이가 어때서’다.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희끗한 머리와 주름살은 그저 시간의 흔적일 뿐이었다.

|    “아유, 아직도 시동이 안 꺼졌어”

“노래를 부르면 젊어지는 것 같아요. 심폐기능도 좋아지고. 법당에서 찬불가 부르고 박수갈채가 막 나오면 ‘팔십 먹은 노인네들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 하고 더 신심이 나요. 게다가 무대에도 서 봤죠. 참 설랬어요.”

회화나무합창단 단장 복기동(진여성, 81) 보살은 올해 4월 21일에 열린 ‘제 1회 조계사 회화나무 합창단 정기공연’을 위해 무대 의상을 준비하고 공연을 연습하느라 잠까지 설쳤다고 했다. 합창단이 창단한 지 11년 만에 갖는 첫 공연이자, 특설무대까지 설치한, 1,000명의 관중석이 마련된 무대였기 때문이었다.

“주지스님이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 다 초대하라’고 했어요. 그리고 지팡이 짚고 몸 불편한 양반들도 있는데, 의자에 앉아서라도 빠짐없이 한 번씩은 꼭 노래 부르고 내려오라고 하셨어요. 단원 모두 손 붙잡고 올라가서 노래 부르고 왔지요.”

복기동 보살은 “주지스님이 공연 때 ‘노인네들이 저렇게 잘할 수 있냐’고 막 자랑하셨대요.” 하면서 그 마음을 고마워했다.

“주지 지현 스님이 노보살님들께 추억을 만들어 드렸으면 좋겠다고 ‘공연을 해보자’ 이야기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보살님들께서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 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셨어요. 사실 우리 사회에 어르신들이 노래할 공간이 많이 없죠. 어르신들이 처음엔 걱정도 많이 하시더니, 무대에 오르니 굉장히 자신감 넘치게 노래하셨습니다. 공연을 본 자녀들이 눈물 흘리기도 하셨습니다.” 

조계사 행정국 최봉환 주무관은 공연 이후로 합창단이 더 활기를 띠었다고 했다.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자식들을 키우느라 잊고 있던 ‘나’라는 존재감이 다시 살아났다. 부처님 말씀은 더욱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내가 허리 수술을 했어요. 무대에 오르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 한 번만이라도 올라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도반들 손잡고 올라갔는데 3부를 다 올라갔지 뭐예요. 모든 것이 다 황홀해요. 무대 올라가서 찬불가를 불러보니까, 조계사 온 마당에 켜진 연등이 그렇게 환하고 좋더이다. 찬불가를 부를 때는 부처님 마음으로 부릅니다. 그때만큼은 부처님이 내 가슴에 있는 것 같아. 내 양어깨에는 화엄성중이 계시는 것 같고.”(조경순, 보성화, 84) 

가족들의 응원도 보약이 됐다. 오애순(평등화, 73) 보살은 “처음에는 못 할까봐 불안했었는데, 무대에 오르니 환희심 났다.”며 가족들이 응원해줘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남편이랑 딸이 꽃다발을 들고 왔어요. 딸이 ‘엄마, 너무 뿌듯했지?’ 하고 물어 보기에 ‘그럼. 우리 참 잘했어.’ 하고 대답했지요.”

두 시간의 연습 동안 보살님들은 찬불가 9곡을 불렀다. 마지막으로 연습한 곡은 ‘마음’이라는 찬불가다. 6월 넷째 주 법회에서 음성공양할 곡이다. 이번에는 보살님들이 진지하고 정성스레 한 음 한 음 새겨가며 노래를 불렀다. 삶의 연륜과 그 시간 속에서 쌓아온 신심이 절절히 묻어났다. 사홍서원으로 수업을 회향하고서, 보살님들이 특유의 친화력과 다정함으로 기자에게 말을 건넸다. 그 행복감이 전해졌다.

“우리 잘하지요?” “아유, 아직도 시동이 안 꺼졌어. 가기 너무 아쉬워.” “기자 양반은 오늘 노래 불렀어? 꼭 시간 내서 와요. 같이 찬불가 불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