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동국미디어센터의 실험

10만 뷰 기사 생성에서 뉴욕타임스 취재까지,

2018-12-24     김우진

미디어 혁명 시대의 불교미디어 무엇을 할 것인가

미디어 환경이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경계와 영역은 허물어진 지 오래다. 신문과 방송, 잡지 등의 전통적 미디어의 위축은 갈수록 심화된다. 디지털미디 어와 영상미디어의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플랫폼이 콘텐츠를 압 도 하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유튜브는 기존 검색포털을 따돌리고 콘텐 츠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이번 기획은 전법과 신행의 가장 중요한 토대 중 하나인 불교미디어의 갈 길을 묻는다. 미디어 혁명의 시대, 불교미디어는 어디로 갈 것인가?

01  특별좌담: 미디어 혁명과 불교  / 서재영, 유병탁, 윤호우, 정재민
02  불교미디어는 어디쯤 와 있나 / 유윤정
03  출판과 언론의 경계를 허무는 스리체어스  / 유윤정
04  해외 불교미디어 현황 /  김우진
05  융합미디어를 위한 동국미디어센터의 실험 / 김우진

사진=동국미디어센터
사진=동국미디어센터

대학언론은 한때 대학사회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미디어 가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대학의 구성원들은 정보에 목말라 했 다. 대학신문이 발행되면 신문을 사기 위해 줄을 서던 시절이 있 었다. 하지만, 대자보가 등장하면서 대학언론의 독점적인 성격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학방송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과 유튜브 가 등장하면서 학내의 스피커를 이용한 오디오 방송은 듣는 이 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대학언론사를 지망하는 지원자도 줄었다. 동국대는 기로에 놓인 대학언론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융합미 디어를 모색하는 미디어센터를 만들었다.

 

| 융합을 위한 미디어센터로 나아가다

2007년 동국대학교는 대학언론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미디어 실험을 진행했다. 동대신 문, 대학원신문, 동국포스트, 교육방송, 출판부 등 학내 기관들을 융합해 ‘동국미디어센터’로 통합 운영을 추진한 것이다. 침체되어 있던 각 부속기 관의 운영 방안에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실험하기 위해서였다. 국내 대학으로는 처 음으로 시도된 융합미디어 실험이었다. 미디어센 터 구축에 중심적 역할을 한 동국대 대학미디어센 터 백순욱 선생은 “당시 대학언론은 각자 소속사 에서 열심히 기사를 쓰고 영상을 만들었지만, 크 게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호응이 없었죠. 학내 언 론들이 큰 영향력이 없으니 활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1차적으로 학생들이 중심이 돼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동대신문과 교육방송국, 영자신문, 대 학원신문의 조직을 동국미디어센터로 일원화하 는 것이 첫 번째 변화였다. 화학적 변화를 위해 물 리적 변화를 먼저 시도했다. 대학생 기자, PD들의 반발이 있지 않을까 우려도 많았다.

“일방적인 통합이었다면 반발이 컸을 겁니다. 하지만 통합은 수차례에 걸쳐서 학생들과의 내부 토론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많은 회의가 열렸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죠. 동문 언론인들을 모셔서 의견도 많이 교환했습니다. 언 론산업 현장의 목소리도 많이 들었구요. 합동 워 크샵을 거치고, 1년여간의 논의를 통해 미디어센 터로의 조직 통합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었습 니다.” 백순욱 선생은 조직통합의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미디어센터로의 통합은 실험에 가까 웠다. 우선 아마추어식으로 운영하던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각각의 언론사 홈페이지를 만들고, 이를 통합한 ‘동국인’이라는 통합미디어사이트를 구 축했다. 그리고 각 언론사마다 일정 자격이 되는 학생을 뽑아 함께 팀을 꾸렸다. 일종의 프로젝트 팀으로 매년 두세 그룹을 만들었다. 다시 백순욱 선생의 말을 들어보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학생들이 틀에 박힌 교육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었요. 방송 은 방송대로 신문은 신문대로 하는 게 아니라, 서 로의 영역과 경계를 허물어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 고 경험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죠.”

| 좌절과 환희의 현장, 동국미디어센터의 성장 스토리

하지만 물리적 통합에서 화학적 융합으로 나아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각 언론사는 서로 하 는 일이 달랐다. 몇몇 팀을 만들어 실험적인 시도 는 했지만, 그같은 모습이 쉽게 확산되지는 않았 다. 그러던 미디어센터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 2008년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동 국대 중국동문회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중국동 문회가 베이징 올림픽 한인응원단을 만들어 운영 하는데 학생 기자들이 함께 한다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학교 측은 언론 기금을 이용해 학생 기자단을 구 성했다. 동대신문 기자와 방송국 국원, 영자신문 기자과 일반 학생을 선발해 공동취재단을 결성했다. 그리고 중앙일보 조인스닷컴과 산학협력제휴 를 통해 학생 기자들의 취재 결과를 중앙일보 홈 페이지에 보도하기로 했다. 수차례 합동취재 계획 과 토론, 워크샵이 열렸다. 중앙일보 기자들이 직접 참여해 학생 기자들을 교육했다. 중국에 거주 하던 동국대 동문들은 학생 기자들의 취재본부 공간을 마련해 제공하고 취재를 도왔다. 마침내 올림픽이 개막되고 중앙일보 조인스닷컴의 올림픽

특집 페이지에 기사가 게시되기 시작했다. 학생 기자들이 취재한 북한 응원단 단독인터뷰 영상이 하루만에 조회수 10만을 넘으며 큰 화제가 됐다. 올림픽 현장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인터넷 방송도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대학으로는 최초로 해외 파견 학생취재단을 꾸렸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 고, 미디어센터 통합 이후 학생들이 융합적으로 참여한 첫 기획이라는 면에서도 성과가 컸다.

 

동국미디어센터는 베이징 올림픽 취재 이후 매년 학생 기자들의 융합적 취재 지원을 하고 있다. 2009년에는 세계 고등교육 현장 르포를 기획 해 7개국 11개 명문대학을 취재했다. 영국 UCL과 파리소르본느대, 뉴욕대, 컬럼비아대, 싱가포 르국립대, 홍콩대 등을 직접 방문해 취재했다. 취재 결과는 공동으로 작업한 다큐멘터리와 기사, 단행본으로 구체화됐다. 학생들이 취재한 세계대 학의 변화 방향은 학교에서 운영하던 ‘미래기획위 원회’에 보고돼 활용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중 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 엑스포 현장을 취재했 다. 이 기획도 경향신문과 제휴로 진행돼 검색포 탈사이트에서 학생들의 기사와 영상이 보도됐다. 2011년에는 혜초원정대 취재단을 구성해 혜초 스 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HD다큐멘터리를 제작 했다. 정부의 콘텐츠 밸류업 사업에도 선정됐다. 학생들은 중국 시안에서 투르판과 쿠차, 카라코 람 산맥을 넘어 파키스탄에 이르는 길을 모두 직 접 취재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인도의 불교 8 대 성지와 혜초 스님이 기록에 남긴 현장을 모두 취재했다. 학생들이 만든 다큐멘터리는 불교TV 에서 방영돼 호평을 받았다. 2014년에는 혁신보 고서를 펴내 유명해진 뉴욕타임스를 직접 방문해 취재하기도 했다.

 

“2014년쯤 디지털 퍼스트가 유행처럼 번졌습 니다. 일간신문들도 큰 관심을 보였죠. 우리는 이미 7-8년 전부터 하고 있었던 것인데(웃음). 이때 학생들이 기획한 콘텐츠의 주제가 디지털 미디어 였습니다. ‘스노우폴’이라는 기사 이후 디지털 미 디어에 대한 담론들이 쏟아지던 때였습니다. 그래 서 뉴욕타임스에서 ‘스노우폴’ 기사를 만든 팀과 만났죠. 저희 취재 기사가 나간 이후 화제가 되자 KBS에서 찾아왔습니다. KBS에는 협조가 안 나 왔다고 하면서 어떻게 취재했냐고 물어보더라고 요.(웃음) 아마도 저희가 학생취재단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백순욱)

동국대학교의 대학미디어 융합 실험은 좋은 변화를 이끌었다. 모범적인 미디어센터 통합의 사 례로 알려지며 타 대학에서 견학을 오기도 한다. 학교는 침체된 대학 언론에 생기를 더했고, 학생 들 개인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미디어센터 통합 이후 학생기자들은 신문편 집을 직접한다. 인디자인이나 포토샵, 일러스트 작 업도 학생들 몫이다. 방송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촬영에서 편집, 특수효과, 스튜디오 녹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학생국원들의 힘으로 해내고 있다.

“미디어센터 통합이 개인적으로는 성공적인 실험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대박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디어의 융합 과 정에서 함께 열정을 쏟았다는 겁니다. 기존의 것 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새로운 것을 당차게 시도하는 모습이 기특 해 보여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학생들이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미디어 환경 변화에 조금은 일찍 대처했다 고 봅니다.”

 

글. 김우진
사진. 동국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