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국내유일의 불교어린이프로그램 룸비니 동산

한국불교의 미래, 어린이 포교

2018-11-23     유윤정

한국불교의 미래, 어린이 포교

미래 불교의 주역인 어린이 포교가 위기라고들 합니다. 콘텐츠도 부족하고 사람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어린이 법회를 운영하는 사찰의 수도 크게 모자랍니다. 어디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답답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불광이 어린이 포교를 취재했습니다. 어떤 콘텐츠가 어떻게 부족한지, 무엇을 활용해야 하는지 들여다봤습니다. 그동안 어린이 포교에 헌신해온 분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수 십 년간 어린이를 위한 방송프로그램을 만들어온 담당자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어린이 법회는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살펴봤습니다. 

 

01    어린이 포교와 콘텐츠  유윤정
02    어린이 포교의 산증인, 자용 스님에게 듣다  유윤정
03    불교어린이방송 프로그램 BBS 룸비니동산  유윤정
04    어린이포교지도사 양성하는, 사단법인 동련   김우진
05    놀이를 통한 어린이 포교, 불교레크리에이션 협회  김우진
 

 

천진불 세상, 룸비니 동산      

헤드폰을 쓴 도운 스님이 음음, 목을 두 번 가다듬고서 녹음을 시작했다. BBS 라디오 ‘룸비니동산’의 코너 ‘동화 읽어주는 스님’, 오늘 전하는 불교 동화는 안도현 시인의 ‘사랑에 빠진 매’다.  ●  친구가 많은 이는 외롭지 않고, 친구가 되는 것은 서로에게 마음 내어 도울 때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구연동화로 실감나게 전해졌다.  ●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  BBS불교방송 라디오에 채널을 맞추면 부모와 아이가 함께 듣는 방송 ‘룸비니 동산’이 흘러나온다.  ●  1990년 BBS불교방송 개국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장수 프로그램이자 교계 유일의 어린이 대상 방송 프로그램이다.

사진 : 최배문

|    불심의 씨앗을 심어주는 ‘룸비니 동산’

“안녕하세요. 룸비니 동산. 도운입니다”로 시작한 오늘 방송은 동요 ‘파란나라’로 문을 열었다.

룸비니 동산의 한 시간은 ‘자녀와 부모가 함께 듣는 룸비니 동산’이라는 프로그램 표어답게 어린이의 정서함양과 불심을 키우는 코너로 알차게 구성돼있다. 부모가 들어도 흥미진진한 ‘동화 읽어주는 스님’과, 서울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이영민 소장과 육아 고민을 함께 나눠보는 ‘아이마음 엄마마음’, 아이들에게 빛과 길잡이가 될 경전 속 가르침을 만나는 시간 ‘지혜의 숲, 부처님 말씀’이 청취자의 귀를 뗄 수 없게 만든다. 사이마다 선곡되는 명랑한 동요와 찬불동요는 방송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방송답게 BBS불교방송에서 주최한 창작찬불동요제에서 입선한 곡들을 선곡해 찬불동요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룸비니 동산은 자녀와 부모가 함께 듣는 프로그램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에요. 아이는 엄마와 같이, 또 엄마도 아이와 같이 라디오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부처님 말씀에 귀 기울이게 되지요. 저희는 아이들이 불자로서 관계 맺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도운 스님은 어린이를 포교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들에게 불심의 씨앗을 심어주는 ‘룸비니 동산’은 불교계에서 어린이 불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가장 오래되고 유일한 방송이다. 1990년 방송 개국부터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배우 윤유선, 방송인 이익선, 자용 스님, 이효주 아나운서, 도운 스님 등이 아이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했다. 특히 자용 스님은 23년간 룸비니 동산을 가꿨다.

오랜 역사 속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한국방송대상에서 어린이‧청소년 라디오 부문의 우수작품상을 1999년, 2008년 두 차례 수상했으며, 2003년에는 제15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라디오 진행자 부문상을, 2014년에는 불교언론문화상 라디오 우수상을 받았다.

“어린이 포교를 위해서는 어린이에게 맞는 포교의 씨를 뿌려야 해요. 씨만 뿌렸다고 저절로 꽃 피우지 않지요. 꽃망울을 맺으려면 지고至高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어려서 맺은 인연은 불심을 쌓아가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제가 처음 진행할 때에는 어린이들이 오프닝을 녹음했었어요. 그 때 출연했던 친구들이 벌써 중학생이 되었지요. 얼마 전 이 아이들이 ‘스님, 저희 청소년 코너도 만들어주세요’ 하고 말하지 않겠어요. 어린이들에게 방송이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불연을 맺어주는 일. 5년째 방송을 이어오고 있는 도운 스님이 구례 화엄사에 살면서도 매주 방송을 위해 서울까지 지치지 않고 다닐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렇게 어린이들을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마음들이 룸비니 동산을 30여 년간 가꿀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사진 : 최배문

|    부처님 가르침 서서히 스며들길

웅숭깊은 역사를 간직한 ‘룸비니 동산’도 어려움을 피하긴 어려웠다. 몇 년 전만 해도 ‘룸비니 동산’은 매일 방송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오후 4시 40분부터 20분간 요일별로 다른 코너를 마련했다. 아이들의 법명을 지어주기도 하고 어린이가 자신이 쓴 발원문을 직접 낭독하는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일프로그램이 아니라, 주말프로그램이 됐다. 관심도 줄었고, 제작여건도 좋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룸비니 동산’을 만드는 이들은 어린이 포교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룸비니 동산을 제작하는 박주원 PD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아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아이들 대상의 방송에서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듣는 방송으로 변화를 주고, 주말로 시간대를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어린이가 듣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고심 끝에 시간을 옮겼습니다. 지금 방송하는 주말 시간은 가족끼리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시간대예요. 부모님들이 이동하는 차 안에서 라디오를 함께 들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함께 들을 수 있도록 부모도 함께 듣는 어린이 포교 프로그램으로 변화하게 됐습니다.”

TV‧라디오 방송, 온라인 매체, 1인 미디어, SNS 등의 발달로 보고 들을 거리가 차고 넘침에도 불교계의 가치관을 담은 어린이 대상 콘텐츠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기에 박 PD는 불교계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고 전했다.

“저희는 룸비니 동산을 어린의 포교의 방편으로 삼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놓지 않고 제작하고 있습니다. 불교계 유일의 지상파 방송으로서, 우리가 해야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불교계에서는 항상 어린이, 청소년 포교를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직은 그 방법이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불교계의 관심이 꼭 필요한 분야입니다.”

박 PD는 청년 청취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청년 포교라 했을 때, 우리가 고대하는 청소년, 청년들은 라디오를 가장 많이 들을 심야 시간에 다른 방송을 듣는다.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진행자가 필요한 것이다. 제작비와의 싸움이다. 청취 대상도 젊은이로 폭을 좁혀 초점 맞추게 되니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 된다. 어린이 포교도 마찬가지다. 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다른 프로그램 두세 번을 만들 수 있는 제작비가 들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예를 들어 어린이 포교를 위해 ‘진행자 출연료로만 사용하라’고 지정 지원을 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또, 사찰에서도 어린이들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의욕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여기도 어여쁜 아이들이 있다고 말해주시면 저희도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습니다.”

박주원 PD은 ‘룸비니 동산’은 미래를 가꾸고 만들어나가는 일이라 전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라디오를 진행하며 아이들이 나도 모르게 저절로 불자가 되기를, 부처님 가르침이 서서히 스며들기를 바랐다. 그의 발원이 ‘룸비니 동산’을 가득 채웠다.

“오늘 방송한 오프닝 멘트를 인용하고 싶어요. ‘핀란드에서는 아이를 교육할 때, 스스로 세 가지만 하면 된다고 가르친다. 놀이, 식사, 수면. 아이들은 놀고, 먹고, 자는 것 세 가지만 잘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가장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면 어린이들도 자연스럽게 불자가 되지 않을까요? 불교 동화나 자타카 같은 경전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젖어드는 것이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되려고 합니다. 꼭 불자가 되지 않더라도 불심, 불성을 심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