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어린이 포교와 콘텐츠

한국불교의 미래, 어린이 포교

2018-11-23     유윤정

한국불교의 미래, 어린이 포교

미래 불교의 주역인 어린이 포교가 위기라고들 합니다. 콘텐츠도 부족하고 사람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어린이 법회를 운영하는 사찰의 수도 크게 모자랍니다. 어디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답답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불광이 어린이 포교를 취재했습니다. 어떤 콘텐츠가 어떻게 부족한지, 무엇을 활용해야 하는지 들여다봤습니다. 그동안 어린이 포교에 헌신해온 분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수 십 년간 어린이를 위한 방송프로그램을 만들어온 담당자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어린이 법회는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살펴봤습니다. 

 

01    어린이 포교와 콘텐츠  유윤정
02    어린이 포교의 산증인, 자용 스님에게 듣다  유윤정
03    불교어린이방송 프로그램 BBS 룸비니동산  유윤정
04    어린이포교지도사 양성하는, 사단법인 동련   김우진
05    놀이를 통한 어린이 포교, 불교레크리에이션 협회  김우진
 

 

어린이 포교는 어디로 가는가?      

한국사회의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  불교계도 예외가 아니다. 불자 인구의 고령화 속도는 어느때 보다 빠르다. 어린이 불자 인구의 감소 속도는 더욱 빠르다. 불자 인구 300만이 감소했다는 충격적 통계가 나온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미래 불교의 주역 어린이 포교가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온 지도 오래다.    ●  통계청이 8월 22일 발표한 「2017년 출생통계(확정)」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 7,800명. 2016년 40만 6,300명에 비해 11.9%가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통계가 만들어진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인 1.05명이다. 저출산 시대에 한국 불교의 어린이 포교는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살펴봤다.

 

|    어린이 포교의 현황

어린이 불교 도서를 구매하러 찾은 서울 광화문의 대형 서점. 불교 서가에서는 ‘경전류’와 ‘불교 일반’ 두 갈래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책만 놓여 있었다. 검색대에서 ‘어린이 불교’라는 키워드로 책을 검색하자 검색 결과 36건 중 1권을 제외하고는 모든 도서가 ‘재고 없음’을 알렸다. 키워드 ‘불교 동화’로 검색했을 때도 21건 중 3권을 제외하고는 같은 결과였다. 그나마 불교 동화 3권은 어린이 코너에 비치돼 있었다.

기독교 서가는 어떨까? ‘기독교 어린이’ 책장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성인 남성 키 높이의 책장에는 ‘성경 쓰기’, ‘기독교 유아’, ‘기독교 만화’, ‘기독교 어린이’ 등으로 세부적인 분류가 이뤄져 있었다. 영‧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연령대별로 읽을 수 있는 서적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태교 성경부터,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 성경,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동화 성경, 만화 성경, 어린이를 위한 성경 필사, QT 잡지(Quiet Time : 매일 조용한 시간을 정해 말씀과 기도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을 돕는 잡지), 어린이 기독교 잡지, 어린이 찬송가 등. 특히 인상적인 책은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으로 표현한 성경과 귀여운 일러스트가 가득한 유치부 성경 필사 책이었다. 안타깝게도 어린이 불서 중에선 시도된 적 없는 기획이었다.

온라인 교보문고에서 키워드 ‘어린이 불교’로 검색한 결과는 절판 도서를 제외하고 41건. ‘어린이 성경’ 검색결과는 ‘403건’. ‘만화 불교’ 51건, ‘만화 성경’ 146건. ‘불교 동화’ 44건, ‘성경 동화’ 352건. 어린이를 위한 포교 콘텐츠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차이 난다. 절판 도서까지 검색하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이 콘텐츠 양의 차이는 유튜브에서 동일 키워드로 동영상을 검색했을 때 그 격차를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도 마찬가지다. 기독교 어린이 신자를 위한 앱은 있지만, 불자 어린이를 위한 앱은 없다.

조계종 포교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어린이법회가 열리는 사찰 수는 전국 3천여 사찰 중 130곳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이 36곳으로 어린이법회를 운영하는 사찰이 가장 많았으며, 경기가 34곳으로 그 뒤를 이었다. 경남에 12곳, 부산에 11곳이 있으며, 충남(9곳), 인천(8곳), 충북(7곳), 전북(5곳), 울산(4곳), 대전(3곳), 광주‧전남(1곳)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전국 178곳이 운영되던 것에 비해 약 50곳이, 10년 전에 비해서는 100여 곳이 감소한 수치다. 

불교어린이지도자도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작년 불교어린이지도사는 2017년 19명이 배출되었다. 이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총 455명, 연평균 41명이 지도사가 된 것에 비하면 지도자 배출 또한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불교계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또한 취약하다. ‘유치원 알리미’에 따르면 2018년 10월 기준 전국의 어린이집‧유치원이 48,769곳이지만 그중 불교계 기관은 100여 곳이 채 되지 않는다. 불자 어린이 전문 보육교사 배출 또한 열악한 실정이다. 한국보육진흥원의 통계를 살피면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 배출된 보육교사 자격증 소지자는 4만 7천여 명에 달하나, 불교계에서 불자아동보육을 전문으로 교육하는 시설은 작년 말 유일한 불교계 보육교사교육원인 중앙승가대학교 부설 보육교사교육원이 폐원했으며,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아동보육학과 외에는 전무한 셈이다.

 

|    종단 차원에서 접근하는 콘텐츠

어린이 포교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은 근대화 시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왔다. 어린이 불자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불교계는 어린이 포교를 위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현재 조계종 포교원은 어린이청소년위원회를 조직해 어린이 불자 양성에 나서고 있다. 포교원은 사찰 법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어린이‧청소년 법회 매뉴얼 및 사례집」, 「어린이 법요집」을 발간해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했다. 또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음등불 명상캠프’ 국고 사업, 자기도전포상제,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어린이‧청소년포교프로그램공모전 등을 함께 운영하여 어린이법회 질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조계종 어린이청소년위원회도 어린이 포교 전문지도자를 양성하고 프로그램을 강화하고자 어린이 포교 관련 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위원회는 전국 어린이법회 운영 사찰의 법회 운영을 보조하기 위해 (사)동련이 발행하는 법회 교재 월간 「연꽃」과 지도안 월간 「동련」을 어린이 법회 운영사찰에 배포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조계종 포교원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원경 스님)이 웹툰 작가 템플스테이를 진행했으며 이후 다양한 불교 만화 제작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동련, (사)파라미타, 한국스카우트불교연맹, 좋은 벗 풍경소리,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 교법사단 등 어린이 포교 관련 단체들도 나란다 축제나 연등회, 연꽃노래잔치 등의 활동을 기획해 어린 불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어린이 포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천태종은 현재 전국 155개 사찰 중 54개 사찰에서 어린이법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국 16곳에 금강유치원을 설립해 운영한다. 종단에서는 각 말사 어린이법회의 2부 활동을 원활히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포교국에서는 매년 어린이 포교를 위해 찬불 동요제, 백일장 사생대회, 어린이 체육대회, 교리 골든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편, 매월 「법화꽃」이라는 어린이 법회 교재를 제작해 사찰 어린이법회 지도교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발행한다. 「법화꽃」에 실린 종이접기 등도 영상으로 만들어 어린이 지도교사 모임 까페에 공유한다. 천태종 포교국의 학산 스님은 “현재 어린이 포교를 위한 영상을 제작 중이다. ‘법화경–법화칠요’와 ‘사찰예절’을 만화로 제작 중이다. 내년 1월 중 완료되면 관심이 있는 사람 누구나 보고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각종은 어린이 불자를 ‘자성동이’라 칭하며 어린이 포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진각종 비로자나 청소년협회는 매월 월간 「자성동이」를 발간해 ‘자성학교’ 어린이 법회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법회 콘텐츠와 교리 자료를 만들어 배포한다. 또한 전국 7교구를 중심으로 연합여름캠프, 문화탐방, 자성동이 풋살대회 등을 열며, 전국 자성동이들이 꾸준히 교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더불어 진각종은 자성동이 포교 활성화를 위해 창작서원동요 ‘신기한 연꽃’ UCC 공모전을 열어 어린이가 따라 할 수 있는 율동과 노래 관련 동영상을 만든다. 

종단이 아닌 사찰에서 직접 콘텐츠 개발에 힘쓰는 경우도 있다. 한마음선원은 자체적으로 매월 어린이 저널 「마음꽃」을 발행해 배포한다. 어린이 인성 형성에 도움을 주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일러스트와 내용으로 구성했다.

어린이 포교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모든 포교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6년간 중앙승가대학교 보육교사교육원 원장을 맡으며 어린이 포교 일선에서 헌신해온 자용 스님은 “지도자 양성은 전국 종립 학교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어린 인재를 육성할 불자 선생님을 배출할 교육 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용 스님은 “불교 유치원 수를 늘리는 일은 불교적 마인드를 가진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라며 “1사찰 1어린이집‧유치원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조계종 설법시연대회 등에서 스님들의 설법시연을 잘 살피고, 어린이 포교에 헌신할 수 있는 스님들도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계종 포교원 어린이청소년위원회 김원섭 과장은 “지도자 교육에 힘쓰기 위해 2019년 여름 어린이 지도자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각종 비로자나 청소년협회 김창민 과장도 “바르게 아이들을 인도하기 위해 바른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을 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며, “교구별 어린이 청소년 포교사와 선생님들에 대한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BBS불교방송 어린이 프로그램 ‘룸비니동산’ 진행자 도운 스님은 영유아 수계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스님은 “이웃종교에서는 영유아 세례가 있지만, 우리 불교계는 극히 일부 사찰에서만 영유아 수계를 진행한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영유아 수계를 시작으로 어린이집, 유치원,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으로 이어지는 신행 주기에 따른 종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는?

현재 어린이 포교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을까. 현재 온라인에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로는 조계종 포교원에서 제작한 어린이 포교 동영상 등이 있다. 조계종 홈페이지의 포교자료 게시판에는 어린이 법회용 찬불동요와 사찰예절 플래시 영상, 「어린이‧청소년 법회 매뉴얼 및 사례집」, 「어린이 법요집」 등을 다운로드 받아 활용할 수 있다.(조계종 홈페이지 http://www.buddhism.or.kr/) 포교원에서 제작한 콘텐츠들은 유튜브에도 업로드돼 있다. ‘찬불동요’나 ‘어린이 불교’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된다. 

(사)동련은 홈페이지(http://www.dongryun.net/)에 어린이 불교구연동화, 찬불가, 찬불가 율동, 어린이법회 자료, 만들기 동영상 등 제작한 자료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올려놓았다. 

어린이 찬불가는 음원 사이트 등에서도 청취가 가능하다. 좋은벗풍경소리(대표 이종만)는 올해 8월 46번째 찬불가 음반을 발표했다. 창작 음반은 어린이 법회의 찬불가 교재나, 부처님 오신 날이나 산사음악회, 어린이 발표회 등 각종 불교행사에서 널리 활용된다.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자료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주소년 아톰’으로 잘 알려진 데츠카 오사무의 걸작 ‘붓다’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붓다: 싯다르타 왕자의 모험’, ‘붓다: 위대한 여정’ 등이 2011년과 2014년에 개봉해 공개된 바 있다. 또 KBS가 방송했던 ‘부처님오신날 특선만화-붓다, 부처님의 일생’ 만화영화나 ‘오세암’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또한 유튜브에서 ‘불교 애니메이션’을 검색하면 사찰이나 종단에서 원력을 내 제작한 단편 불교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도 업로드돼 있어 누구나 감상이 가능하다. 해외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언어의 문제가 있기는 하나, 번역만 된다면 인도, 태국, 대만, 일본 등 해외 각지에서 제작된 불교 애니메이션 및 다양한 콘텐츠의 활용이 가능하다.

어린이 포교에 활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는 불교계 출판사에서 나온 어린이 대상 불교 동화책과 명상 만화, 만다라 컬러링 북 등이 있으며, 일반 출판사에서 출간한 스님 만화 위인전이나 역사 만화 등이 있다. 법회 부교재로는 ‘세간해 연구소’의 직접 만들면서 불교를 익히는 학습용 공작놀이 ‘화엄놀이DIY’, 불교 디자인 상품을 개발해 불교 문화 대중화에 힘쓰는 ‘붓다아티스트’의 디자인 상품, 청년스타트업기업 ‘무아MUA’의 보드게임이나, 스크래치 페이퍼, 어린이오계 컬러링 엽서, 사천왕 스티커 등이 개발돼 있다.

 

|    어린이 불교콘텐츠 개발과 보급은 과제

어린이 포교 현장에서 담당자들의 노력은 헌신적이다. 하지만 교단 전반의 관심이나 노력은 아직도 부족하다는 게 현장지도자들의 목소리다. 특히 어린이 포교지도자들이 육성되어도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사찰의 어린이 법회 수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린이 포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찰단위에서 어린이 법회에 관심을 가지고 법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은 어린이 법회에서 일할 지도자들이 육성되는 것, 그리고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어린이 불교 콘텐츠가 시대변화에 따르 끊임없이 창작되고 유통되는 것이다. 

이같은 선순화 구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교단에서 어린이 법회 창설을 독려하고 일선 사찰의 스님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다. 미래 불교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