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미소선원 인생디자인 명상

트라이앵글 컬러메디테이션

천안에서 세종시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소정리 마을은 외지인의 왕래가 드문 농촌 마을이다. 이 작은 농촌 마을에 자리한 선원에서는 독특한 명상법을 진행한다. 색깔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이용해 부정적인 마음과 신체적 불안을 치유하는 법을 안내하고, 껌을 씹고 노래하며 명상하기도 한다. 마을 노인들과 유치원 아이들, 선원을 찾는 누구나에게 쉽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명상을 소개하는 곳. 좁다란 시골길을 따라 미소선원(선원장 혜림 스님)으로 향했다. 

|    풍선 불고 노래하고, 이렇게도 명상?!

둥근 원 안으로 다양한 색상의 다과상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울, 세종, 울산, 부산 등 각지에서 모인 이들이 혜림 스님과 함께 명상을 하고 있었다. ‘인생디자인명상’이라는 주제로 참가자들은 주체적인 삶을 설계한다. 스님과 함께 참가자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색을 이용한 치유명상이다. 

바닥에는 비타민과 에너지를 채워준다는 흰색 천을 깔았다. 그 위에는 안정감을 주는 초록색으로 포인트를 더했다. 힘을 채우는 붉은색 차를 마시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노란색 과일을 먹는 등 다양한 컬러로 내면의 감각을 일깨웠다. 혜림 스님의 트라이앵글 컬러메디테이션은 이미 과학적으로 연구되고 검증된 컬러테라피에 치유명상을 접목시킨 방법이다.

“컬러에 따른 사람의 심리 자극은 과학적으로 연구된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이나 화가 많은 이들에게 파란색을 자주 노출시키면 마음이 차분해져요. 반대로 붉은색은 우울증과 전반적인 신체 기능 감퇴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죠.”

다양한 색깔을 준비한 것은 명상을 더 쉽게 하기 위함이다. 스님은 상담자이며 지도자가 되어 명상을 이끈다. 명상을 유도하는 또 하나의 장치는 대화다.

“열심히 살다 보니 자아가 강했어요. 그 자아를 지키기 위해 늘 몸과 마음을 중무장했죠. 마치 보스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나이가 들고 삶에 여유가 생기니까 젊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특히 제 마음속에 5살짜리 아이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계속 울고 있었어요.”

스님을 마주 보던 이주희 씨가 이야기했다. 이곳에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이들은 자유롭게 말한다. 어떤 이야기든 좋다. 어린 시절 자라온 이야기에서 부부간의 관계, 자식과의 갈등, 부모와의 추억 등 남들 앞에서 쉽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통해 내면의 자신을 바라본다. 스님은 이야기를 통해 마음의 방향을 이끌고, 명상에 들어가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 씨가 말을 이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과 엄마 없이 크는 설움이 저도 모르게 가슴 속에 응어리져 있었습니다. 슬픔을 가리기 위해 강한 척했고 그런 저 자신이 가여웠습니다. 하지만 명상을 수행하면서 마음속 5살짜리 아이가 울음을 그쳤어요. 아이를 외면했던 지난 삶과 달리 아이와 대면하고 아이를 껴안았더니 마음속에서 아이가 떠났습니다.” 

|    마음을 살피는 도구

혜림 스님이 다시 명상을 하자고 말하고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풍선껌이다. 껌을 씹고 풍선을 불라고 한다. 풍선 불기 명상이다.

“최대한 크게 불도록 집중하세요. 입에 바른 루즈가 번지고 풍선이 터져 얼굴에 붙는 걱정은 잊어버리세요. 동네 친구들과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이라 생각하면 집중하기 쉬울 겁니다. 자! 누가 더 크게 부는지 시합해봅시다.”

형식과 틀이 없는 명상. 자유분방한 명상. 혜림 스님은 명상을 접하는 초심자들에게 명상에 재미를 더하고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는 방법을 구상했다. 껌을 씹고 풍선 부는 명상도 그중 하나다. 풍선껌을 크게 불면서 정신을 집중하고, 풍선이 터지며 겉모습이 망가질 때 진정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

“명상 좋은 점은 다들 알지만,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어린 아이들이나 초심자들은 쉽지가 않거든요. 명상을 소개하면서 ‘쉽고 재밌게’가 고민이었습니다. 누가 보면 ‘이게 무슨 명상이냐?’ 하실 겁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나를 내려놓음’에 훌륭한 도구가 됩니다.”

노래 부르기도 그런 ‘도구’다. 노래를 부르며 입으로 소리를 낼 때의 떨림이 가슴을 울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눈을 감고 함께 아리랑을 부르던 중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렸다. 

“슬픔이 올라오면 슬픔을 짜세요. 화가 나는 마음은 온도가 3,000도지만, 슬퍼서 울음이 날 때는 6,000도예요. 이걸 발산하지 않으면 속이 시커멓게 탑니다. 그 순간순간 자신을 감추지 마세요. 항상 나에게 정직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세요.”

컬러메디테이션에서 풍선껌 명상, 노래 부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으로 참가자들은 쉽고 재미있게 마음속 자신을 마주했다. 독특한 방법과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인생디자인명상’에 참가한 이들 중에는 타 종교인도 있었다. 가톨릭 신자인 문덕연 씨는 “종교를 떠나 이곳에서 명상이라는 것을 배워 삶이 더욱 윤택하게 변했다”고 말했다.

혜림 스님은 미소선원을 찾는 이들의 연령과 성향에 맞는 방법으로 명상을 안내한다. 마음을 살피는 도구로 여러 가지 명상 방법을 활용하며 사람들을 인도한다. “내 안의 나를 마주했을 때, 나로부터 세상은 변합니다.” 명상의 시작과 끝에 스님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