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절 수행 : 울산 금어사 지월 스님 절 수행

특집 : 절수행 - 나는 절한다, 그대를 위해

2015-11-06 김성동

특집 : 절수행 - 나는 절한다, 그대를 위해

오체투지五體投地 . 두 손과 두 무릎, 그리고 머리 신체의 다섯 부문을 땅에 대고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를 받든다. 절이다. 언론 매체를 통해 절은 건강법, 스트레스 극복 등으로 많이 소개되기도 했다. 불자들에게는 몸의 부수적 효과이다. 불자들에게 절은 ‘수행’이다. 절 수행은 무엇인가? 성철 스님은 날마다 108배를 하라고 강조하셨다. “내가 항상 다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의무적으로 절을 시킵니다. 참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그런 생활을 하려면 날마다 108배 기도를 해야 합니다. 나도 새벽에 꼭 108배를 합니다. 그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 시작할 때 조건이 나를 위해 절하지 않습니다. 이제 발심하여 108배를 하는데 스스로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나를 위해 절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체 중생이 다 성불하게 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끝에 가서는 중생들과 보리도에 회향합니다.” 이것이 절 수행이다. 절하는 나, 중생을 위한 절, 보리도에 이르는 절 수행. 불자의 절 수행법이다. 편집자

1. 경전 속 절 수행과 공덕 / 백도수
2. 성철스님이 전한 절수행 이야기 “108배, 매일 하거래이” / 조혜영
3. 울산 금어사 지월스님 절 수행 : 나는 없다 오직 부처가 있다 / 김성동
4. 6백만배 회향한 불력회 박종린 법사 / 정태겸

울산 금어사. 주소지를 찾을 수 없었다. 인터넷에 번지가 나오지 않는다. 지월 스님이 쓴 책을 출간한 출판사로 문의해 주소와 전화번호를 얻었다. 주소지에 도착하니 주변은 온통 조선소와 공사장 뿐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찰다운 건물이 없다. 스님께 전화를 드리니 공사장을 지나 좁은 언덕길로 넘어오라고 한다. 작은 대웅전과 요사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스님은 “처음 오는 분들은 찾기 어렵다.”며 웃음으로 기자 일행을 맞이했다.

2001년 1월 1일. ‘1년 기도 백만 배’를 서원했다. 울산 금어사 주지 지월 스님은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하루 3천 배씩 부처님 전에 올렸다. 울산 울주군 바닷가 어촌마을에 곧 철거할 작은 집을 빌려 집수리를 하고 법당을 마련했다. 좁은 불단은 천장과 머리의 거리가 채 30센티도 안되었다. 그해 여름 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나 절을 하고 난 후 하룻밤에 3~4회 정도 승복을 벗어 짜면 물이 뚝뚝 흘렀다. 바닷가 모기떼들은 윙윙거리면서 얼굴과 승복을 뚫고 달려들었다. 낮에는 절에 오는 아이들을 한자 공부시키고, 신도들이 오면 맞이해야 한다. 절 살림도 홀로 책임져야 했고, 조석예불과 사시불공도 매일 빠짐없이 올렸다. 여름철이면 천막으로 덮은 천장에서는 물이 떨어졌다. 겨울철에는 얼음 같은 공기가 매섭게 파고들었다. 법당의 다기가 얼어도 온기 없이 겨울을 지냈다. 법당에서 하루 3천 배는 어김없이 올렸고, 달력에 이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8십만 배에 이를 무렵 무릎에 송곳으로 찌르는 통증이 왔다. 일어설 수 없었다. 이대로 주저앉아야 할까. 신도가 알려준 찜질팩으로 버텼고, 그해 겨울 마침내 백만 배를 회향했다.

참회했다.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잘못된 생각과 행동들. 절을 했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존귀했다. 불보살의 공덕으로 오늘까지 살아오게 되었다. 감사하고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 나와 인연 있는 모든 이들에게 참회하고 감사하며, 출가수행자로서 불퇴전의 정진을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어느 날인가, 새벽별이 법당 너머로 비춰질 때 홀로 절을 하면서 금어사 앞 새벽바다를 보았다. 참회와 감사로 눈물이 났다. 고통이 오면서 아상我相도 함께 다가왔다. 발바닥은 손으로 만져도 들어가지 않았다. 좌복은 땀으로 젖기 일쑤였고, 손바닥과 무릎을 짚은 자리 4곳의 장판 밑은 붉게 물들어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았다. 승복 두 벌은 걸레처럼 너덜너덜 완전히 해졌고, 무릎 부분은 수십 차례 기웠다. 절 수행을 하면서 몇 번의 신이神異한 경험을 했다. 생각하면 모든 중생이 부처님인 것을 알려줄 뿐이다. 그런 것이 환희심이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을 부처님처럼 대했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 든 신도들까지 모든 이들이 그러했다. 모든 고통과 장애, 죽음이 인연지어 나타날 뿐이다. 그렇게 2003년 12월 19일 3백만 배를 회향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3백만 배 회향한다는 소식이 신도들의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각종 매체에서 스님을 인터뷰했다. 스님을 따르는 아이들과 신도들이 기뻐했다. 그들이 기쁘니 스님도 기뻤다. 다시 절을 했다. 절을 통해 부처를 보고 싶었다. 몸이 많이 아팠고, 또 망가졌다. 하루 1천 배로 줄였다. 아침과 점심 공양만으로 식사량을 간소하게 했다. 새벽 1시에 일어나 1천 배를 올렸다. 능엄신주와 관세음보살 독송기도를 마치면 새벽 4시 30분. 도량석을 돌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1천 배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오직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큰 목표를 정하고, 쉼 없이 정진하는 것이다. 오직 정진할 뿐이다. 그렇게 4백만 배, 5백만 배가 지나갔다. 2013년 2월 2일 새벽 1시. 스님은 겨울 영하 10도로 내려간 법당에서 6백만 배의 마지막 절을 올리고 있었다. 몸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아지랑이 같은 하얀 김이 올라왔다. 아무도 없다. 오직 부처가 보일 뿐이다. 한편으로 허망했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만, 큰 목표에 도달하니 아무 것도 아니었다. 본래 그런 것이었다. 6백만 배는 6백만 배가 아닌 것이다. 부처님만 보였다. 고요한 새벽, 스님과 부처님만 법당에 있었다. 그렇게 부처님을 증명으로 6백만 배를 회향했다.

지금 지월 스님은 매일 108배를 한다. 6백만 배 회향으로 스스로 정한 목표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목표에 가보니 더 큰 목표가 보였다. “부처님 법이 그리운 분에게는 부처님 말씀을 전하자. 세상일이 고달픈 이에게는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자. 외롭고 고독한 이들에게는 다정한 이웃이 되고자 한다. 차별은 없다. 그렇게 보일 뿐이다. 모든 이들은 부모 형제를 보듯이 아끼고 보살핀다. 스스로의 마음이 변해야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변한다.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치면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변한다. 운명은 각자 마음 변화시키는 순간, 바뀐다. 사바세계는 고통임을 알고, 이를 인식하면서 살아야 한다. 죽기를 각오하고 한 곳을 파고 또 파면 모든 것이 상相이 없음을 알게 되는데 그때가 바로 만물이 하나 되어 세상의 주인공으로 사는 날이다.” 이것이 지금 지월 스님이 수행하며 살아가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