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멋, 수행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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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멋, 수행의 향기
  • 관리자
  • 승인 2006.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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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 순천 조계산 송광사

화사한 봄꽃은 이미 지천에 만개하였지만, 날씨가 이상하다. 때아닌 저온현상으로 폭설이 내리는가 하면, 강풍이 불면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기습강우와 우박이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봄만 되면 생기는 자연스러운 것이란다. 마음 속에서 수시로 선악이 부딪히듯, 봄철의 차가운 공기와 더운 공기가 세력다툼을 벌이면서 기단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날씨야 곧 안정을 찾아 싱긋한 초여름을 부르겠지만, 우리의 마음은 언제쯤이나 지극한 평온에 이를 수 있을 것인가.

송광사로 떠나는 이른 아침, 서울은 자욱한 안개에 싸인 듯 황사가 짙게 깔려 있었다. 도망치듯 서울을 빠져나와도 황사는 달리는 차를 넓게 포위한 채 좀처럼 놓아주질 않는다. 다행히 아랫녘에 도착할 때쯤 맑은 하늘이 얼굴을 내밀어 반갑게 맞아준다. 톨게이트를 벗어나 차창을 열고 한적한 남도의 정취에 흠뻑 빠져본다. 송광사 입구에 이르자 길게 늘어선 길 가에 가지가 찢어지도록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꽃구경 나온 사람들은 길을 점령하고 한껏 포즈를 취하며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승보종찰 조계총림 송광사

조계산 자락에 새둥지처럼 아늑하게 자리잡은 봄날의 송광사는 도시 촌놈의 눈과 발을 가만있게 놔두지 않는다. 노란 산수유에 마음을 홀리고 코를 간지럽히는 매화 향기에 취해, 경내를 돌고 또 돌았다.

한국불교의 전통승맥을 계승하며 16국사(國師)를 배출한 승보종찰(僧寶宗刹) 순천 송광사(주지 영조 스님)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불보종찰(佛寶宗刹) 통도사, 팔만대장경이 모셔져 있는 법보종찰(法寶宗刹) 해인사와 더불어 삼보사찰(三寶寺刹)로 불리고 있다. 신라 말 혜린 선사에 의해 창건된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800여 년 전 정혜결사(定慧結社)를 통해 당시 타락한 고려불교를 바로잡아 한국불교의 새로운 전통을 확립한 근본도량이다. 지금도 선원, 율원, 강원을 보유한 조계총림 송광사에서는 150여 명의 스님들이 모여 보조국사의 정혜결사 정신을 이어 정진하면서 내실 있는 수행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약 108평 크기의 웅장한 대웅보전에 참배하고, 영산회상을 재현하여 석가모니부처님과 10대 제자, 16나한, 1,250비구를 모시고 있는 승보전을 비롯하여 40여 채의 전각들을 둘러보며 전통 목조건축물의 자연과 어우러진 단아한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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