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대학 종교학과 불교전공 대학원생 제이슨 프로태스 (Jason Protass) 얼마 전 스탠포드 대학 불교학연구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구소 강의실에 불교전공 대학원생 몇 사람이 모였다. 경전을 같이 읽는 스터디그룹이었다. 눈도 파랗고 머리도 금발인 백인 학생이 있는가 하면 흑인 대학원생도 끼어있다. 잠시 후 그들이 앉아 읽는 경전 복사본을 보고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홍명집』이었다.
이 책은 5세기 중국 양(梁)나라 때 승우라는 저술가가 불교를 수호할 목적으로 찬술한 책으로 전체 14권으로 되어 있는데 동아시아불교 전공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 한문이 익숙한 한국불교 전공자들도 어렵다고 하는 책이다. 필자 자신도 한때 불교전공 대학원생으로 『홍명집』 강의를 들으면서 그 난해함에 진땀을 뺀 적이 있었기에 더욱 놀라웠다. 그렇다면 미국 대학원생이 『홍명집』을 읽고 해독하려면 한문은 몇 자나 알아야 할까. 『홍명집』 스터디그룹은 3학점을 따는 정식과목이다.
그룹에 끼어있는 대학원생 제이슨 프로태스를 만났다. 그가 아는 한자는 1,500자 정도 된다는데 열심히 한자사전을 찾아가면서 읽고 있다고 한다. 그는 『홍명집』 이외에도 경전과 선어록도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왜 불교를 전공으로 택했을까. 자신을 유태인부모에게서 태어난 유태인이라며 자신이 어떻게 불교를 만났고 불교를 전공하게 되었는지 그이야기를 꺼낸다.
“난 뉴욕에서 태어났는데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이상한 질문을 많이 했어요. 우주와 진리에 대해서요. 시(詩)를 좋아하고 물리학 과목을 가장 잘 했는데 결국 전공은 예일대학에서 철학을 했습니다. 공부하다 대학 2학년 때 불교의 공(空)사상을 알게 되었고 학부전공으로 선종을 택했지요. 그 때 나에게 큰 기회가 왔습니다. 2002년 대만에 있는 까오슝 불광산사에서 8주간 스님처럼 살며 불교를 공부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인학생들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이었는데 제 자신 절 생활에 흠뻑 빠지고 또 불교사상에 가깝게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때 그 두 달이라는 기간 동안 배운 것이 나로 하여금 불교를 떠나서 살 수 없게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가 참여했던 프로그램은 우리의 템플스테이와 비슷한 것이었다. 산이 아름다운 대만 불광산사에서 부처님의 가르침과 자비를 깊이 느꼈고 불교와 친근해져 장래 불교학자가 되리라는 소망도 갖게 되었다. 다시 예일대학으로 돌아온 후 중국어와 한문을 더 열심히 익히고 중국역사와 경전, 선어록을 깊이 파게 되었고 매일 참선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학사를 마치고 대학원 진학은 스탠포드로 정해왔습니다. 지도교수님이 선문헌에 해박하기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다른 불교과목도 청강을 하고 다방면으로 공부하지만 저에게 중요한 건 참선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잘 때까지 공부하는 시간 이외는 혼자서, 아니면 근처 선방에 나가 참선을 합니다.”
하루 중 걸어다닐 때나 움직일 때, 또 책을 읽다가도 항상 깨어있으려 노력한다고 한다. 그런데 불교를 전공하고 참선을 한다지만 뿌리깊은 유태인인 그가 자신을 불교신자라고 할 수 있을까.
“불교를 전공으로 하다보니 사람들이 자주 불교신자냐고 묻습니다. 난 어떤 때만 불교신자이고 어떤 때는 아니라고 대답하지요. 유태인은 가족을 중시합니다. 제가 우리 부모님처럼 깊은 유대인신앙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유대인이 가족을 떠나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가족과 있을 때 난 유대인이 되고, 참선을 하고 경전을 읽을 때 난 자연스럽게 불교신자가 됩니다.”
그의 말끝에 부처님이 마음에 있을 때는 언제든 진정한 불교신자가 되는 게 아니냐며 자신의 유대인신앙과 불교를 조화시키고 있다 한다. 말 도중에 슬며시 장차 출가를 하고 싶은 꿈도 있다고 내비친다. 그의 어머니 역시 요가를 하고 영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아들이 불교공부 하는 것을 적극 찬성하지만 유태인은 죽을 때까지 유태인의 피를 지키고 유태인으로 살아야 하는 기본규율은 지킬 것을 바란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출가소망을 인연이라는 단어로 마무리한다.
그는 석사를 마치고나서 계획을 갖고 있다. 다시 대만에 가거나 중국, 일본에 가서 일이년간 절생활을 좀더 하고 싶기도 하다. 어렸을 때 자주 했던 우주와 진리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 완전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는 여전히 불교를 통해 찾으려 하고 있다.
그것이 진리이든, 한낮 꿈이든 찾던 것에 대해 뭔가 확실한 실마리는 불교에서 잡았기에 그는 죽을 때까지 불교를 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장래 출가를 할지도 모르지만 최종목적이자 꿈은 장래 박사학위를 받아 불교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게 꿈이다. 장래 미국인 불교학자가 또 한 사람 탄생할지도 모른다. 그의 장래 꿈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