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상태바
배려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상강연

배려 깊은 아이와 조부모

왜 하필이면 ‘조부모와 배려적인 아이’냐?

저는 조부모야말로 배려 정신의 상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적에 놀다가 잘 다쳤습니다. 지금도 이 뒤통수에 흉터가 남아 있는데, 이 흉터 하나로도 할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어릴 때 뒤통수에 상처가 난 것이 완전히 곪아서 열이 펄펄 끓고 죽는다고 야단이었답니다. 그 때 할아버지께서 죽창을 가지고 상처를 뚫어 고름을 입으로 빨아냈습니다. 할아버지의 처방 덕분에 그 날 저녁 열이 떨어지고 죽을 놈이 살게 됐어요. 누런 고름, 그 더러운 병균덩어리를 빨 수 있겠습니까? 손자를 위해서라면 더한 것도 할 수 있는 분이 할아버지입니다.

사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다르고 할머니와 어머니가 다른 것 같습니다. 요즘 엄마들을 보면 자기 편하자고 수술해서 아기를 낳기도 하고, 젖이 축 늘어진다고 해서 젖도 안 빨리겠다는 엄마들도 종종 보게 됩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할머니들은 젖도 못 얻어먹는 손자가 안쓰러워도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게 요즘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자식을 바라보는 것과 손주를 바라보는 게 다르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손주 사랑이 유별난 게 사실입니다. 저도 남매를 길렀는데 자식 기를 때를 회상해보면, 아이들이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고 그냥 그랬는데 손자들은 그렇지가 않아요. 확실히 다르더라구요.

할머니, 할아버지는 자식과는 달리 손자들에게는 남다른 자기 희생과 배려를 하게 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과 배려를 듬뿍 받으면서 성장한 사람의 인생이 훨씬 풍요롭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도 깊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네 정신의 상징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배려적인 심성이 성공의 밑천이다

우선 배려라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출세의 지름길이요, 성공의 밑천이라는 전제를 하고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수평적인 관계를 잘합니다. 또래끼리는 잘 노는데 1년 선배하고도 잘 어울리지 못한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동아리 활동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옛날에는 네다섯 살 차이가 나도 골목동무가 될 수가 있어요. 골목동무, 이것은 정말 민주주의의 상징입니다. 민주주의의 처음 시작이 골목동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골목동무만큼 공정한 아이들이 없습니다. 학교에서는 달리기를 하면 전부 똑같은 선에서 출발을 하지만 골목동무는 절대로 그렇지가 않습니다. 자기들끼리 잘하는 놈, 못하는 놈을 알아서 배려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달리기를 해도 못하는 아이는 10m쯤 앞에서 뛰게 해주는 겁니다. 그보다 더 못한 아이는 20m 앞서 뛰게 합니다. 무조건적인 경쟁이 아니라 각기 수준에 따라 배려해준 상태에서 경쟁을 하는 겁니다. 이 얼마나 공정합니까.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법과 규칙을 만들어서 놉니다. 어른이 관여하는 세상도 아니고, 놀면서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교육을 자기들 스스로 하고, 절대적인 충성심, 의리라는 것도 그 때 배우고 그러면서 배려적인 심성도 익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골목동무의 의미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골목동무만 하더라도 아래위 수직 개념이 있습니다. 똑같이 놀지만 거기는 분명하게 계층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런 게 다 없어졌으니까 수평관계만 있고, 그러니 수직관계가 거의 안 됩니다.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기술을 배우는 게 골목동무인데 지금은 골목동무가 증발해버린 상황인지라 그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요즘 신입사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제가 가까이 다가가면 급히 흩어져버리는 겁니다. 원장하고 이야기도 안 하고 인사도 할 줄 모릅니다. 제가 원장을 하다가 의료사고가 나서 3일 동안 연금되다시피 잡혀 있었어요. 우리 병원에 식구가 천 명이 있습니다. 누구도 나한테 와서 인사를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한 어린 간호사가 나한테 와서 “원장님 애쓰셨죠.” 그러는 겁니다.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