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끼오 정신으로 사는 세상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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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끼오 정신으로 사는 세상 만들기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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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사는 세상 이렇게 일굽시다

꼬끼오! 닭의 해, 을유년 새아침이 밝았다. 어둠을 흔들어 새벽을 재촉하는 동물이 닭이다. 부지런한 농부보다 먼저 일어나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사찰에서는 도량석 소리로 수행을 시작하고 병영의 병사들은 기상나팔 소리로 일과를 시작한다. 민가에서는 목청 좋은 장닭이 그 역할을 한다. 걸출한 목청으로 뉘 집 닭이 선창을 하면 이 집 저 집 닭이 뒤질 새라 목청을 돋운다. 독창으로 시작한 기상나팔이 합창으로 바뀐다. 선잠을 깬 황구들도 덩달아 컹컹 짖는다. 마을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그 소리가 높고 날카롭고 우렁차서 게으름을 피울 수도 없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 왔음을 우렁차게 알리는 장엄한 시그널이다. 농부는 연장을 챙기고 주부는 밥 지을 준비를 한다. 닭울음소리는 귀신을 쫓는다는 벽사(陽邪)의 기능도 있다. 사악한 기운을 멀리 쫓고 신선한 기운만 남긴다. 그래서 닭이 제때 울지 않으면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바람보다 먼저 눕지만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것이 풀이라고 김수영은 말했다. 사람보다 먼저 홰에 오르지만 사람보다 먼저 깨어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라고 재촉하는 것이 닭이다. 전날의 피로와 분노와 우울을 깨끗이 털고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

그 공덕은 또 어떤가. 인류 최대의 단백질 공급원이 닭이다. 날개가 있으나 도망가지 않고 부리가 있으나 사람을 쪼지 않는다. 암탉은 수천 개의 알을 내장해서 하염없이 낳는다. 알미늄 도시락 뚜껑을 열면 밥 위에 놓인 노란 계란 후라이, 눈부신 어머니의 사랑에 감격했던 추억도 있다. 그뿐인가? 삼계탕, 닭도리탕, 후라이드치킨, 양념통닭으로 식탁 위에서 최후를 마친다. 지구상에서 하루 닭고기 소비량은 1억 마리다. 60억 인구 중 1억 명이 하루 한 마리씩 닭고기를 먹는다. 장렬한 소신공양(燒身供養)이다.

신라 시조 설화에 이미 닭이 등장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김알지 탄생담이 그것이다. 어느 날 밤, 서라벌 서쪽 숲 속에서 닭의 울음소리가 들려 사람들이 달려가 보니, 금빛 찬란한 궤짝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고 흰 닭이 그 아래서 울고 있었다. 사람들이 궤를 내려 열어보니 준수하게 생긴 아기가 그 속에 누워 배시시 웃는 것이 아닌가. 이 아이가 경주 김씨의 시조가 되었다. 그 숲은 지금 계림(鷄林)으로 불리고 있다. 친숙하고 정겨운 토테미즘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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