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타고 지혜를 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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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타고 지혜를 펼쳐라
  • 관리자
  • 승인 2007.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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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 30주년 연속기획 특집/ 1인 1 수행법 갖기 -계율

“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리 사나이 기백으로…”

군가 ‘멸공의 횃불’의 처음 부분이다. 1970년대 후반, 한여름 강렬한 태양이 작열하는 가운데 그동안 살아왔던 사고방식과 상식이 멈추어진 상태에서 대전 유성에서의 훈련병 생활이 시작되었다.

목이 터져라 군가를 외쳐대며 오전의 훈련을 마치고 나면 전투복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버린다. 점심 한 끼를 먹기 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가다보면 나뿐만 아니라 바로 앞 전우의 상의 등판에서는 소금이 하얗게 배어나오고 하의는 빠닥빠닥해져버리는 것을 보게 된다.

피교육자라는 신분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훈련받고 구르고 뛰고 하는 것이 매일매일 이어졌다. 그 때는 왜 그렇게 배가 고프고 힘이 들었는지, 그 중에서 가장 참기 힘든 것이 목욕을 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삼복더위에 20일씩이나 내의를 갈아입지 못하고 계속 훈련을 하다보니 어떤 전우는 4일 동안이나 화장실을 못 가고 힘들어하는 것도 보았다.

저녁 취침 때는 누우면 바로 꿈나라로 갔다. 3주가 지나자 목욕을 할 수 있었으며 그 중에서 제일 반가운 것이 훈련병들의 종교행사 참석이었다.

학창시절 기독교 계열의 학교에 다닌 터라 어느 정도는 기독교에 친숙해져 있었으나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릴 적 할머니랑 동네분들이 삼월 삼짓날이나 혹은 사월초파일 때 주왕산 근처 사찰에 가실 때 따라 갔었던 그 추억 때문인지 선뜻 법당을 찾게 되었다.

비록 몸은 피곤하였지만 부처님전에 절을 올리고 보니 한없이 고요하고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 일었다. 그리고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가 가장 순수하게 부처님전에 예경을 드렸던 것 같다. 힘들었던 훈련병 시절을 마감하고 자대배치를 받기 위해 ‘대전발 영시 오십분’ 야간열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누구나 잘 살고 싶고 좋은 옷 입고 맛있는 것 먹고 싶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는가.’

달리는 야간열차 안에서 참으로 오랜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새벽 4시 30분 기차에 내려 군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 갔을까? 아침 6시 30분경에 내가 배치된 곳은 경북 예천비행장이었다.

그 날은 일요일인지라 일요일 종교행사에 참석하는 사병들을 볼 수 있었다. 왠지 가슴이 설레며 빨리 자대배치를 받아 법당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다.

자그맣고 오래된 군법당에는 군법사님이신 원진 스님과 사병 한 명이 있었다. 그런데 각종 불교서적이 꽂혀있는 작은 책장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작은 잡지가 눈에 들어왔다. 월간 「불광(佛光)」이었다. 조심스레 꺼내어 읽어보니 참으로 소중한 말씀들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그날 법사님의 설법 말씀은 딱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고된 훈련 속에서도 늘 일요일이 기다려졌다. 그리고 그 해 12월에는 수계식이 있었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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