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왕오천축국전 별곡 16
누가 내 고향에 소식 전하리…
중천축을 두루 섭렵한 혜초의 발길은 남쪽으로 향했다. 데칸 고원을 종단하는 먼 여정이었지만 강인한 신념과 체력으로 3개월 만에 남천축의 나시크(Nasik)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탈진상태에 가까운 혜초에게는 그 남쪽나라가 세상의 끝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스물 남짓한 혜초에게는 그 순례가 너무나 힘에 버거웠다. 때로는 자신의 무모한 행위에 대해 회의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혜초는 거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세상 끝에까지 가서라도 영혼의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남국의 정취가 물씬 나는 석굴사원 판두레나(Pandulena)에 도착했을 때, 마침 둥근 보름달이 솟았다. 9만 리 밤하늘에 한 조각 구름도 때마침 낮게 흘러가고 있었다. 객지에서 맞는 보름달은 누구에게나 향수를 일으키게 하는 것인지, 철인같이 강인한 혜초도 만감에 젖어 문득 두고 온 고향 계림과 부모형제를 그리워하다가 즉흥적으로 한 수 읊었다.
달 밝은 밤에 고향 길을 바라보니 뜬구름은 너울너울 그 곳으로 돌아가네.
그 구름 편에 편지라도 부치려는데 바람은 거세어 돌아보지도 않네.
내 나라는 하늘 끝 북쪽에 있고 남의 나라는 땅 끝 서쪽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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