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억지로 짓지 말아야]
공부는 억지로 짓지 말아야 합니다.
공부를 할 때는 어렵다는 생각, 안 된다는 생각, 잘 된다는 생각, 이런 마음들이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저 앉을 땐 앉고, 염(念)할 땐 염하고 공부할 땐 공부하는 것뿐입니다. 공부를 해서 깨쳐야 하겠다든지, 업장을 해소하겠다,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등의 다짐, 생각도 모두 부질없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은 모두 공부 자리 이전에나 하는 것입니다. 공부 자리 이전에야 무엇을 해도 상관 없으나, 일단 공부에 들어가면, 한다는 생각도 안 한다는 생각도 없어야 합니다. 그저 무심히(?) 가부좌 틀고 앉는 것이며, 그저 무심히 내 마음을 부처님께 바칠 뿐입니다.
우리가 숨(호흡)을 돌아가는 날 그 때까지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잘 쉴 수 있는 것도, 내가 숨을 쉰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내가 숨을 쉬어야만 쉬는 줄 안다면 숨쉬기가 여간 어렵고 힘들지 않을 것입니다. 쉰다는 생각 없이 숨을 쉬고, 먹는다는 생각 없이 우리는 끼니 때마다 자리에 앉는 것입니다.
가족을 위해 하루 세 끼 식사를 준비하는 주부 역시, 늘 밥을 짓는다는 마음이 있으면 피곤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직장을 나가더라도 오늘도 일 나가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면 그 하루가 얼마나 고달프겠습니까?
생각이 있으면 좋은 생각이든 좋지 않은 생각이든 결국엔 걸리게 됩니다. 한다는 마음이 있으면 잘 하든 못 하든 언젠가는 그 마음의 덫에 걸리게 됩니다. 피곤. 피로도가 배가(倍加) 됩니다. 그러므로 무슨 일을 하든지 우리는 마음이 없이 해야 합니다. 마라톤 선수가 길을 뛰더라도 뛴다는 생각없이, 주부가 식사를 마련하더라도 끼니 준비한다는 생각이 없이, 직장에 출근하더라도 일한다는 생각이 없이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공부는 매사에 '한다'는 생각이 없어야 합니다. 가도 가는 것이 아니오, 와도 오는 것이 없는 마음으로, 우리는 오늘도 공부를 짓고 생사의 바다를 저어 나가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시아본사아미타불
普賢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