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 순례기
환상같이 아름다운, '달의성(城) 계곡'
해동의 나그네를 유혹하는 흰구름을 따라 행장을 추스려 원반을 타고 날아 다녔다던 마법사들의 나라, 샹슝 왕국을 뒤로 하고 서쪽을 향하여 다시 길을 떠난다. 설산 아래 펼쳐진 광야에는 대지의 실핏줄 같은 시내들이 수없이 길을 가로 막고 있었는데 오전에는 메마르던 것이 오후만 되면 물이 늘어나는 현상 때문에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국도를 벗어나 좌회전하니 이번에는 높은 고개가 앞을 가로막는다. 악명 높은 아이라(Ayi-la, 5,610m) 고개이다.
구절양장 같은, 차가 마주오면 비켜설 수도 없는 위험한 길을 힘겹게 올라서니 광활한 고원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히말라야의 설봉들이 저녁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한숨을 쉬고 다시 한참을 달려서 계곡쪽으로 내려가니 마치 십만군중이 도열해 있는 것 같은 바위 형상들이 보이고 그 사이로 흰 뱀 같은 상--상천하(象泉河), 즉 스투레지 강(Sutlej)이 언뜻 언뜻 보이기 시작한다.
아! 드디어 온 것이다.
'다와쫑'-- 달이 뜨면 환상의 성(城)이 나타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의 입구에 도착한 것이다. 오래 전에 읽었던 책-- 제임스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과 라마 고빈다의 『구루의 땅』-을 통하여 이미 해동의 나그네의 뇌리 속에 강렬하게 각인된 곳이기에 이곳에 도착한 감회는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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