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켕이 80세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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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켕이 80세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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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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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덕 칼럼

인간의 일생을 옛날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와 비유해서 표현한 것을 한국어에서는 볼 수 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철바뀜’이라 하고 인간 정신 연령이 미숙한 것을 ‘철없다’하니 이 철이란 말이 같은 뜻이 아닌가. 노인이 되면 “철나자 망녕난다”고도 흔히 쓴다. 일생 동안 무얼 몰라서 악전고투 고생고생하다가 겨우 인생의 의미를 알 만하게 되니까 그 때는 이미 한 생명체로서 기능이 쇠퇴하여지니 망녕 즉 치매 현상이 즉각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내 심경이 지금 꼭 그러하다.

젊었을 때 자신이 별로 건강한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했었기에, 더욱 그 약골이 80고개에 섰으니, 감사한 마음 덮어두고 그냥 넘어가자니 죄스럽기도 하고 지금까지 불광지를 통하여 큰소리(?)만 탕탕 치다가 용두사미로 소리없이 사라지자니 미안스럽기도 하여 망녕된 소리가 되더라도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았으며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남기고 싶은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우리같이 온대지방에 사는 족속들은 일년을 자연스럽게 4계절로 가르듯이 인생 일생도 4분하여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봄, 여름, 가을 3계절로 인간 생전을 구분하고 마지막 겨울 계절은 우리들의 눈으로 보는 현상계가 아닌 사후의 세계로 생각하고 있다. 왜 그러냐 하면 눈을 돌려 자연계의 변화를 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봄이 되면 온갖 생명 식물들이 싹트고 여름되면 무성하게 자라고 가을되면 열매 맺고 익히고는 겨울되면 다 마른 풀(枯草)되어 사라진다. 그러나 아주 없어진 건 아니다. 비록 흔적도 없이 땅 위에서는 사라졌지만 땅 밑에서 뿌리는 튼튼하게 눈 밑 흙 속에 남아있으면서 내년 봄 새싹 틔우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땅 속의 삶은 생명이 아닌가? 영원한 생명원리다.

두 번째로 인생 4분설은 인간에게 희망을 앗아가기 쉽다. 80세쯤 되면 영락없이 겨울 인생이라고 칠 것이다. 그런데 3분설은 80세 이상 100세가 되어도 죽기 전까지는 가을 인생이다. 만추(晩秋)의 풍요로움을 상상해 보시라. 황혼 인생의 넉넉함, 성숙함이 젊었을 때의 악전고투를 보상이라도 해 주듯이 인생에 대한 감사와 기쁨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내가 인생 3분설을 지지하는 데는 불교적인 교리해석과 맞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내가 읽은 바 어느 경전에도 인생을 생전 4분설로 하라 3분설로 하라고는 안 하셨지만 마음의 씨앗이 우리들 생명으로 남는다는 것은 아뢰야식(阿賴耶識) 연기설을 보면 구구절절이 진실이라고 수긍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 생명의학이나 유전자(遺傳子) 학설 같은 것도 불교의 이 아뢰야식 즉 장식(藏識)의 가르침이 있어서 우리들 생명체 안에 종자로서 갈무리 되어 있는 인자(因子)의 존재를 확실히 알게 해 준다고 하겠다.

80노인의 여생은 정확히 말하면 ‘임종공부’라고 말할 수 있다. 젊었을 때 우리에게 입력된 모든 업(業·身口意 三業)도 우리들 마음 속에 갈무리되어 기세간(器世界 - 환경)을 만나면 그것이 밖으로 나와 현상계(現象界)를 전개할 뿐, 모든 것은 마음의 씨앗에 있으니 우주의 정기(精氣)가 바로 마음의 본질이라, 그것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가르침으로 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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