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샘·한여름 밤의 추억
결혼할 당시, 나는 한 마디로 빈털털이였다. 내가 가진 돈이라곤 자취방 보증금으로 걸어둔 백만 원이 전부였고, 그나마 그것도 신용카드로 낸 빚이었기에 실상 한 푼도 없는 셈이었다. 그런 나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아내는 혼수비를 줄여 육백만 원을 마련했고, 선배와 친구로부터 구백만 원을 꿔 보증금 일천오백에 월 이십만을 주기로 하고 석관동 어느 허름한 이층 집에 방 두 칸을 세냈다.
대문 옆에 난 낮은 쪽문을 열면 오십 도는 족히 될 법한 가파른 경사의 계단이 나오는데, 그나마 육십센티 폭의 좁은 계단의 절반은 불쑥 튀어나온 옆집 지붕이 무단 점유하고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늘 허리를 깊숙이 숙인 채 오른쪽으로 삼십 도 가량 고개를 꺾어야만 계단을 무사히 오르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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