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는 밝고 자비로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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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는 밝고 자비로와야
  • 관리자
  • 승인 2003.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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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수행자는 어떤 모습일까요?


숫다니파타에는 수행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여러 덕목이 나옵니다. 거만해서도 안 되고
남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도 안되지만, 못났다, 남보다 뒤떨어졌다는 생각도 가져서는 안 된
다고 합니다. 후회하지 말고 게으르지 말며, 당황하거나 비탄에 빠지거나 두려운 마음을 가
져서도 안 됩니다. 불화를 가져올 말을 해도 안 되고 세상 사람들이 불쾌한 말을 하여도 거
칠게 대하거나 선한 이들에게 적대적인 말을 하면 안 됩니다. 그 외에도 여러 덕목이 나오지
만, 제가 생각하는 수행자의 모습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수행자는 모름지기 <밝고 자비로와
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밝음! 지혜는 광명으로 나타난다는 부처님 말씀도 있듯, 수행을 하면 밝아져야 하고 또 당연
히 밝아집니다. 그래서 수행자라면 누구나 밝음이 뿜어져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뛰어
난 수행자인데도 그 분의 모습이나 주위에서 밝음이 뿜어 나오지 않는다면 아무리 수행이 오
래되고 고생스럽더라도 사실은 제대로 공부를 지은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밝음은, 다만 진리를 만났기에 나오는 그런 기쁨의 밝음만이 아니라, 무명이 깨어
져 세상 이치에 환한, 지혜에서 나오는 광명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수행자라
면 무엇을 물어도 거침이 없고, 중생이 번뇌에 시달리고 고통에 빠졌을 때는 무엇이 문제인
지 알아 번뇌를 없애주고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려 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출세간 법만 아니라 세간 법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세간 법에는 타의 추종
을 불허할 정도로 출중하지만 세간 법에는 어둡다면 아직은 미흡한 것입니다. 법회 때만 꿈
같은 법문을 설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 일에도 끊임없는 관심과 지식을 쌓아 현실적인 고민
을 하는 분들에게도 햇빛보다 밝은 생명의 길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진리에 밝
은 분들이라 하더라도 세속적 문제로 고통 받는 분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없다면,그래서 현
실로 그 분들을 행복하게 해 드릴 수 없다면 당신의 공부를 한 번쯤은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 공부가 이만하다, 는 생각에 앞서 더욱더 분발심을 내어야 하리
라 생각합니다.


이렇듯 수행자는 '밝아야' 합니다. '말'이 밝고, '행'이 밝고, '생각하는 것'이 밝아야 합
니다. 숫다니파타에서 말하는 여러 덕목이 바로 이를 말함일 것입니다.


수행자라 하면서도 말이 거칠고 행이 거칠며 자기만 잘 하고 있다, 나만 어느 경지에 이르렀
다, 이렇게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해서야 본인은 밝은지 모르나 본인의 밝음을 위해 숱한 그
림자를 지웁니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모두 중생의 짐이 되나니, 본인의 밝음(?)을 위해 중생
은 그 짐을 지고 허덕이게 되는 것입니다(그 반면 수행자가 후회가 많고 비탄이 많으면 그 또
한 밝지 못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수행자에게 꼭 필요한 또 하나의 덕목은 자비심입니다. 아무리 밝다 하더라도 자
비심이 없으면 이 또한 문제입니다. 제대로 수행을 한 것이 아닌 것입니다(하지만 자비심 많
은 분이 밝지 못한 분은 있어도, 진실로 밝은 분이라면 자비심 없는 일은 없겠지요. 참 된
지혜는 반드시 자비심을 동반하니까요) .


그리고 자비심이 없으면 완전한 공부를 이루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자비심이 없으면 공부
가 나에게 집착되기 쉽고 내 공부를 회향(廻向, 나의 모든 영광, 이익을 남에게 되돌려 주는
것)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웃에게 되돌려 드리지 못하는 공부,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삼지 못하는 공부는 중생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중생에게 도움이 안 될 뿐 아니
라 내 업장도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그 뛰어난 고행, 큰 공부가 오히려 내 업장만 더하는
꼴이 되니 얼마나 통탄스러운 일이겠습니까...


그러므로 수행자는 자비로와야 합니다. 아무리 큰 밝음을 이룩했다 하더라도 이웃에 대한 관
심과 고통 받는 분들을 잊어서는 아니 되는 것입니다. 또한 진정한 공부는, 다른 분들의 아
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 들일 때 진실로 성장합니다. 이웃에 대한 관심, 아픈 분들에게 대
해 일으키는 한없는 가엾은 마음은, 내 문제에만 머물던 나의 공부를 더 넓은 세계로 이끌어
줍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작은 나(小我)에서 더 큰 나(大我)로 성장해 가는 것입니다.


세간에는 도를 이루었다고 하는 많은 수행자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살림을 이루
고 중생을 가르치고 제도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진정으로 한없이 밝으시며 한없
이 자비로우신 수행자는 과연 몇 분이나 되시는지 한 번 생각해 봅니다. 그런 분들이야말로
능히 인천(人天)의 공경과 공양을 받으실 분일 것입니다.



밝고 자비로운 분들은 뵙는 것 자체로도 어린 중생의 어둠과 아픔을 살라 버리실 지니(달라
이 라마를 한 번 생각해 보시지요!), 하루 하루가 힘들고 고달픈 이즈음 부디 밝고 자비로운
분들이 더 많이 나오셔서, 삶에 지친 저희들에게 한 줄기 희망과 용기를 주시기를 부처님 전
에 발원 드려 봅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이 종린 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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