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佛性)의 주춧돌을 놓고 정성껏 스스로를 향상시키지 않으면 불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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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佛性)의 주춧돌을 놓고 정성껏 스스로를 향상시키지 않으면 불자가 아니다"
  • 관리자
  • 승인 2007.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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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 탐방/울산 학성선원 우룡(雨龍)스님

삼배를 드리니 맞절을 하시며 한 번만하라고 만류하시는 우룡 스님, 그 겸허 하고 맑은 모습에 그만 처음부터 주눅이 들었는데 산 너머 산이었다.

"옛날부터 '선방 수좌는 사람 얼굴 중에 눈썹과 같다' 고 하셨습니다. 아무 일 없는 눈썹처럼 그대로 놔두세요. 된장은 된장대로 간장은 간장대로 제할 노릇이 따로 있는 것입니다. 착각을 주춧돌로 해서 그렇지 이 법당, 이 차 한잔까지도 부처님 아닌 게 없습니다.

오늘 햇살이 따뜻해서 좋지요. 말로 지껄이면 착각만 더 일으키에 마련입니다. 더 이상 뭐가 필요 하겠어요. 차나 한잔 드시고 가세요." 찻물 끓이는 소리가 심장을 두드리는, 흐르는 적막 속에서 고봉 스님 글씨를 표구한 액자를 본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은사스님이신 고봉 큰스님을 오랫동안 뫼시었고. 6.25사변때 위험을 무릅쓰고 가야까지 뛰어가서 은사스님으 구해드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막내동이 상좌로 들어와서 윗분 형님들이 모두 환속하시는 바람에 입적하실 때 까지 한 30년 모셨지요. 우리 스님을 술쟁이요. 독설가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선.교(禪敎)를 통틀어 스님만큼 뛰어난 실력가가 없습니다.

언젠가 '고봉 스님이 예전에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정도로 철저하게 수행하더니' 하며 안타까워 하시는 으느 노스님의 말씀을 듣고 스님께 여쭈어 술 드시게 된 연유를 들었습니다.

스님께서 33세에 영천 은해사 조실로 가셨는데, 요즘에는 선방 큰스님을 조실이라 하는데 당시만 해도 경학 가르치는 분을 조실이라 했습니다.

스님이 34세 되던 해 추석날, 절에 여든이 넘은 노전스님과 단둘이 남았는데, 노스님이 음식점으로 이끌더니 '조실스님 용서하십시오. 이렇게 하는 것이 스님을 욕되게 만드는 것임을 압니다. 하지만 때가 이상해져서 명절이면 절이 텅비고 너무나 적적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라고 하며 손자뻘되는 스님께 절하면서 술을 권했다고 합니다. 어릴 적엔 '왜 그때 거절을 안 하셨는가' 항의 하였는데, 팔순 노스님의 청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스님의 마음, 대화자가 없었던 스님의 외로움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6.25때 일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데, 우리 스님을 누군가가 빨갱이로 몰아 총살당하기 직전에 목숨을 건지셨지요. 그 일로 인하여 스님께선 깊은 상처를 받으셨고, 그 후로 곡차도 더 찾으셨고, 불 같은 성격이 더욱 강해지셨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경우에 없는 행동은 안 하시는 분입니다. 남녀뇨소를 막론하고 잘못된 일을 보셨을 때는 그 당장에 날벼락을 내렸지만 덮어놓고 그러시지는 않으셨지요.

스님께선 나라와 종단을 두루 염려 하셨습니다. 정성진 검사가 청암사에서 고시공부를 할 때, 스님께서 지팡이를 만들고 계시니까 '왜 틈만 있으면 지팡이를 만드십니까'라고 여쭙자 '허리에 뼈가 없어져서 지 몸을지가 못 가누는 이들이 많아. 이 지팡이로 허리 제대로 펴고 살 수 있도록 하려구.'하는 말씀을 듣고 콘 감명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러한 일화가 많습니다.

늘 '어른 노릇하려면 미까리(눈)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 선방 조실은 법안(法眼)이 있어야 하고, 강사는 경안(經眼)이 있어야 하고, 일을 하려면 사리를 판단하는 판사안(判事眼)이 있어야 한다'시며절집의 어른 노릇이 그만큼 하기 어려우니 끊임없이 수행에 힘써야 함을 역설하셨지요."

은사스님에 대한 사모의 정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동진출가하셨지요?

"일본에서 태어나 중학교 1학년 다니다가 해방되던 해 부모님 따라 귀국했는데, 일가족이 몸만 빠져나왔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었지요. 해인사 스님이셨던 외숙께서 공부시켜주신다고 해서 따라나섰고, 열일곱 살 행자 때 부터 은사스님을 모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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