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가지 신비로운 가피담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광우 스님의 감동적인 설법!
책을 만들다 보면 평소 습관에 변화를 일으키는 원고를 만날 때가 있다. 광우 스님의 원고가 그랬다.
귀염 상에 평소 법문 잘하기로 소문난 스님은 불교계 방송사의 설법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장수한, 지금도 진행 중인 인기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다. 불자라면 모르는 사람 없는 스님을 한 주간지에선 ‘불교계 아이돌’이라 소개했으니, 그런 스님은 전국 사찰의 초청법회 섭외 1순위 법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님의 법문은 독특하다. 신비한 불교 설화와 고래의 가피담을 많이 들려주시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원인 모를 병을 치료한 사례라든지, 가족과의 갈등을 극복한 사연, 나아가 빙의에서 벗어난 이야기 등이 그렇다. 그런데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이 이야기들엔 한 가지 중요한 키워드가 있다. ‘간절한 기도’가 그것이다.
스님은 강조한다. 기도 수행을 통한 기적적인 효험보다 더 희유한 가피가 있다고. 바로 시시때때로 불안하고 시끄러운 마음을, 차분하고 평온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하기야 그런 마음이 있으니 가피담의 주인공들은 눈앞에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도 헤쳐나갈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물론 ‘로또 1등’ 같은 효험을 바라고 기도하는 일은 불자로서 악업을 짓는 일이나 다름없을 터, 불보살님이 이런 소원을 성취해주실 리도 없다.
책이 나오기까지 1년. 스님의 법문은 기도하고 싶게 하는 힘이 있다. 서두에 이야기했듯 일상에 치여 심란한 마음을 욕망과 성냄으로 풀던 이 어리석은 편집자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수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평소 글씨 쓰길 좋아하는 나에게 하루 한 시간 정도의 ‘사경’이 ‘평온과 집중’을 선물해 주는 고마운 습관이 된 것이다. 그러니 스님께서 말씀하신 가피는 거짓말이 아니다.
‘숨듣명’이란 말이 한창 유행했었다. ‘숨어서 듣는 명곡’의 줄임말로, 대놓고 듣기는 민망하지만 좋은 노래를 뜻한다. 염불도 그렇다. 대놓고 하기엔 이상한 주문을 왼다고 수근댈지도 모르니, 기껏 108염주도 구해 가방에 넣고 다니게 되었지만, 한 번도 꺼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노는 입에 염불한다’고 습관적으로 내뱉는 ‘남 욕’에 지옥행 티켓을 먼저 예약하느니, 속으로라도 간절히 불보살님의 명호를 부르는 게 불자다운 일일 것이다.
책에 실린 이야기 중 관상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이렇다.
“공부를 하다 보니 ‘관상이 좋은 것은 골상(骨相)이 좋은 것만 못하고, 골상이 좋은 것은 심상(心相)이 좋은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더군요. 저는 이 말을 듣고 크게 깨달았습니다. 심상을 좋게 하면 관상이 나쁜 건 아무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얼굴에 타고난 운명이 새겨져 있다 말하는 분들조차 관상 좋은 것이 마음의 상(심상) 좋은 것만 못하다고 하니,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막상 하려면 별것인 ‘마음 챙기는 기도 수행’은 태어날 적부터 ‘정해진 운명’을 바꾸어 주는 묘책이나 다름없다.
간절한 마음(이것은 스님이 말씀하신 기도의 필수 조건이다)으로 염불이든, 사경이든, 오체투지(절)이든 수행해 보자. 혹시 아는가. 간절한 기도에 감응하신 불보살님께서 보너스를 얹어 주실지도!
신비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지만, 불교를 신앙하는 이라면 필수적으로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은 책. 나는 가끔 절에 가 타지에서 일하며 지내는 두 아들의 무탈을 기원하는 나의 어머니께 이번 추석, 이 책을 선물하려 한다(물론 스님의 사인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