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가란 ‘반가부좌’의 뜻이다. 일반적으로 반가사유상이 앉아 있는 자세를 반가좌라고 하고 있는데, 수행하는 분들에 의하면 엄밀히 이 자세는 반가좌가 아니라고 한다. 결가부좌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상태에서 양쪽 발이 모두 반대쪽 다리 허벅지에 올라가게 앉는 것이라면, 반가부좌는 한쪽 발은 반대쪽 다리 아래로 넣는 것을 말한다. 결가부좌로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에 무리가 갈 수 있는데, 그때 잠시 다리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 앉는 자세라고 한다. 그런데 반가사유상이 앉은 모습은 한쪽 발, 보통은 왼쪽 발을 오른발 아래로 넣는 것이 아니라 아예 발을 내리고 앉아 있다. 따라서 반가부좌하고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일단 이 글에서는 편의상 반가좌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반가좌와 비슷한 앉은 자세로는 유희좌(遊戲坐)와 윤왕좌(輪王坐)가 있다. 유희좌는 반가좌처럼 앉은 상태에서 꼬고 있던 다리의 무릎을 세워 앉는 것을 말한다. 서울 보타사의 금동 관음보살좌상이 그 대표적인 예다(사진 1). 윤왕좌는 가부좌한 상태에서 주로 오른발의 무릎을 세워 앉는 것을 말한다(사진 2). 해남 대흥사 금동 관음보살좌상이 대표적인 예이다. 반가좌, 유희좌, 윤왕좌는 모두 가부좌의 변형으로 한쪽 다리를 늘어뜨리거나, 무릎을 세우거나, 혹은 한쪽은 늘어뜨리고 한쪽은 세우거나 하는 차이를 지니고 있다.
더불어 유희좌와 윤왕좌의 자세로 앉은 보살상은 대체로 관음보살로 인식되는데 반해 반가좌는 미륵보살로 인식되고 있다. 한편 조각은 아니지만, 고려시대에 그려진 <수월관음도>는 상체가 사유의 자세가 아닐 뿐, 앉는 방법만 보자면 반가사유상의 앉는 법과 다르지 않다(사진 3). 따라서 이들 자세는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고 발전해 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상황이 더 복잡하지만, 한국의 상황만 정리해 보자면, 삼국시대에는 반가좌의 사유상, 고려시대에는 반가좌의 수월관음, 조선시대에는 윤왕좌, 혹은 유희좌의 수월관음이라는 맥락으로 전개된다고 정리해 볼 수 있다. 반가좌를 한 보살이 관음보살이라고 보는 견해는 이러한 맥락에 초점을 맞춘 경우다.
그렇다면 옛사람들에게 이러한 자세들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던 것일까? 마침 중국 향당산 석굴사원의 한 석굴에는 가운데 큰 돌기둥을 남겨두고 사방에 돌아가며 불상을 새겼는데, 그중에 반가좌를 한 불상이 한 분 새겨져 있다(사진 4). 보살상이 아니라 불상으로서 반가좌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한 사례다. 이런 불상의 모습은 중국 북제시대에 종종 제작됐는데, 이와 같은 유형의 불상에 ‘파좌상(破坐像)’, 즉 ‘가부좌를 푼 부처’라는 표현이 새겨진 사례가 있어 주목된다. ‘파한다’는 것은 단순히 푼다는 의미도 있지만, ‘끝낸다’는 의미도 있기에 ‘수행을 마친다’, ‘참선을 마친다’ 등의 의미도 지닐 수 있다. 그렇다고 당장 지금까지 ‘반가좌’로 불려왔던 자세를 ‘파좌’라고 바꾸기도 어렵겠지만, 충분히 참고할 만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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