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보다 138년 앞선 금속활자본 연구 해외서 뜨거운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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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보다 138년 앞선 금속활자본 연구 해외서 뜨거운 반응
  • 유권준
  • 승인 2023.05.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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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식 박사, 헤리티지에 발표한 '남명증도가' 논문 최다접속기록하며 큰 반향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총 4편 논문 발표, 3천회 이상 조회 기록
오는 6월 경북대에서 국제아시아학회서 금속활자본 '남명증도가' 연구 초청강연예정

 

현재까지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이나 앞선 금속활자본이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논문이 세계적 학회지에 발표된 후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경북대 인문학술원의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유우식 박사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세계적 학술지 '헤리티지'(Heritage)‘에 발표한 ’남명증도가‘ 관련 논문이 게재이후 최다접속 기록을 경신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유우식 박사는 지난해 5월 '1239년 한국에서 인쇄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 남명증도가(The World Oldest Book Printed by Metal Movable Types in Korea in 1239)'라는 제목의 논문을 헤리티지에 발표한 이후 올해 2월까지 총 4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들은 헤리티지 학술지 홈페이지에서 각각 3,654회, 2,713회, 1,440회, 1,598회 등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먹(잉크) 색상 분석을 통한 중세 한국의 인쇄기술 판정'이라는 제목의 논문도 게재했다. 9개월이란 짧은 시간동안 4편의 영문 논문이 출판됐고, 모두 접속수가 최상위에 랭크되는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유우식 박사의 논문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활자인쇄 역사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고려시대의 직지심체요절보다 무려 138년이나 앞선 또 다른 금속활자본 인쇄물을 과학적 방식으로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우식 박사가 금속활자로 인쇄됐다고 논문을 통해 입증하고 있는 책은 2012년에 보물로 지정된 보물 제758호인 공인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다.

경북대 인문학술원의 객원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유우식 박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반도체 생산 및 측정 장비 개발회사(웨이퍼마스터스)의 대표다. 동국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쿄토대학(京都大學)에서 '전자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반도체전문가가 금속활자 인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특별하다.

유 박사는 2012년 보물로 지정된 공인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자신이 운영하는 웨이퍼마스터스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 픽맨(PicMan)을 통해 분석한 결과, 이 판본이 1239년 금속활자로 인쇄된 것임을 확신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남명증도가에 대한 이미지 분석과 연구에 매달려 왔다.

그가 만든 소프트웨어 픽맨은 고해상도 사진과 이미지를 서로 대조해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육안으로 차이를 분석하는 서지학자들의 목측과 주관적 판단에 의존한 판정벙법보다 훨씬 정밀한 분석방법이다. 소프트웨어 분석을 통해 그는 목판본과 금속활자본에 나타난 다양한 차이점을 분석하고 이를 데이터로 축적해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뜨거운 반응과는 달리 국내학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서지학계와 문화재관련 학회지에도 15번에 걸쳐 논문게재를 신청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유우식 박사는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순수하게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연구한 논문이 해외에서는 인정을 받는데 비해 유독 국내학계만 애써 외면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존 학설에 과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새로운 논증을 시도해도 아예 학회지 등재마저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유우식 박사는 "전자공학 그 중에서도 반도체 관련 분야는 자본, 기술, 인력이 모두 다 집약되어 있는 곳“이라며 ”전자공학자이자 기업을 경영하는 제가 금속활자 인쇄 연구와 관련해 어떤 이해관계가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다행히도 해외 학계가 아무런 편견없이 그의 연구성과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시했다.

 

특히 최근에 실린 '먹(잉크) 색상 분석을 통한 중세 한국의 인쇄기술 판정 (Ink Tone Analysis of Printed Character Images towards Identification of Medieval Korean Printing Technique: The Song of Enlightenment (1239), the Jikji (1377), and the Gutenberg Bible (~1455))'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목판본에 인쇄된 먹과 금속활자로 인쇄에 사용된 먹의 인쇄상태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한 연구다.

하지만 국내 서지학(書誌學)계의 반응은 요지부동이다. '비전공자가 뭘 모르고 하는 소리'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는 '계속 도전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니 포기하라'는 말들도 들려온다.

유우식 박사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논문 채택률이 5%도 안되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 투고를 추진하고 있다. 채택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새로운 금속활자본 인쇄물에 대한 공론화를 시도하고, 또 새로운 연구방법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공감대를 이뤄내 보겠다는 것이다.

유 박사가 답답해 하는 것은 기존의 서지학계가 과학적 방법을 이용한 최첨단 분석 기법의 연구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금까지의 연구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육안에 의한 주관적 판본 분석에 크게 의존해 온 것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 힘들겠지만, 아예 귀를 막고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는 느낌 때문이다.

유우식 박사는 “남명증도가 공인본은 우리가 보유한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인쇄물이라고 확신한다”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하루빨리 제대로 평가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우식 박사는 오는 6월 24일부터 27일까지 경북대 인문학술원 주최로 열리는 2023 국제아시아학회 아시아학술대회(AAS-in-Asia 2023)’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의 발견과 증거 : 남명증도가 (Discovery and Evidence of the World’s Oldest Metal Type Printing Book: The Song of Enlightenment를 주제로 초청연사 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다큐멘터리 ‘직지코드’를 연출한 데이비드 레드맨도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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