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서 차차차茶茶茶] 茶와 禪의 케미–끽다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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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서 차차차茶茶茶] 茶와 禪의 케미–끽다거
  • 박영식
  • 승인 2023.04.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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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마시게나”
운문사 대웅보전 벽화(보물) 부분도. 가부좌한 달마대사 앞에는 팔을 자른 혜가(慧可)의 모습이 보인다. 왼쪽으로 화병을 두고 바위 위에 앉아 선정에 든 6조 혜능(慧能)과 풍로 앞에서 부채를 부치며 차를 달이는 동자가 있다. 

조주선사의 끽다거

길거리를 걷노라면 ‘끽다거(喫茶去)’라고 이름 붙인 찻집이나, ‘○○명상원’이란 간판을 흔히 볼 수 있다. 차 문화를 탐구하는 차인들은 ‘차명상’이란 과정을 체험하기도 하며, 끽다를 자기 수양의 방편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또 차는 사찰에서 부처님께 올리는 육법공양에 반드시 포함되며, 불가(佛家)의 대소사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적이면서 상징적인 음료로 자리해 오고 있다. 사찰에서 스님과 대화 자리가 만들어지기라도 하면, 반드시 차탁을 사이에 두고 스님이 우려내는 차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가곤 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러한 문화는 오래전부터 차와 선의 기연(機緣)이 서로 융합해 왔던 결과이다. 이렇듯 차와 선의 관계는 오늘날 한마디로 ‘다선일여(茶禪一如)’ 또는 ‘다선일미(茶禪一味)’로 표현돼 차인의 마음이나 사찰의 일상에서 보편적 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선종과 차의 발달사적 측면에서도 두 문화가 융합되는 과정이 나타난다. 두 문화가 가지는 특성을 살펴보면, 선(禪)이 개인적이고 초세속적인데 반해, 차(茶)는 사교적이며 세속적이고 범종교적이다. 또한 차는 모든 영역의 문화와 사상, 이념과 어울릴 수 있는 초영역적인 포용적 특성을 갖고 있다. 얼핏 상반된 듯한 특성을 가진 두 문화가, 선수행(禪修行)과 차 마시는 일이 둘이 아닌 하나임을 뜻하는 ‘다선일여’로 융합돼 하나의 큰 문화를 형성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조주선사는 객승들이 방문하면 물었다. 

“여기에 온 적이 있는가?”

한 스님이 답했다. 

“온 적이 있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차나 마시게(喫茶去).”

다른 스님에게 조주선사가 물었다. 

“여기에 온 적이 있는가?”

그 스님이 답했다. 

“온 적이 없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차나 마시게(喫茶去).”

뒤에 서 있던 원주가 화상에게 물었다.

“스님께서는 어찌하여 온 적이 있다 해도 ‘차나 마시게(喫茶去)’라고 하고, 온 적이 없다고 해도 ‘차나 마시게(喫茶去)’라고 말씀하신 것입니까?”

선사가 원주를 부르자, 원주가 “예”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선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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