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마하야나(10) 작은 친절이 씨앗이 되어 많은 열매를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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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마하야나(10) 작은 친절이 씨앗이 되어 많은 열매를 맺다
  • 불광미디어
  • 승인 2023.03.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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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친절과 따뜻함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길게 느껴졌던 겨울이 이제 갑자기 봄이 되었습니다. 저 남쪽 순천에 위치한 송광사의 지인으로부터 활짝 핀 산수유 꽃 사진을 받았습니다. 그 사진을 보니 도심속에서 살면서 잊었던 봄 향기가 물씬 풍기는 듯 했습니다. 저는 출가한 스님이지만 도심에 위치한 사찰에 살고 있습니다. 출가 전에는 미국 전역을 다니면서 사업을 했었습니다. 미국에 계신 스승님은 출가한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저에게 한국으로 가서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님이 되는 법도 몰랐고, 모든게 서툴렀습니다.

 

▲ 송광사 도선당에 핀 산수유 순천 송광사에 봄이 왔습니다.
▲ 송광사 도성당에 핀 산수유 순천 송광사에 봄이 왔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지내면서 종파도 다르고, 중국식 승복을 입은 저에게 많은 한국 스님들이 친절을 베풀어주었습니다. 마음이 힘들땐 한국의 선배 스님들이 위로해주고, 먹을 것도 챙겨주었습니다. 미국에서 살다와서 어떨땐 너무 자유분방하고, 해야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가리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들은 저를 후배로, 동생처럼 품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과 따뜻함과 친절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조계사와 인사동을 종종 거닐곤 했습니다. 학교를 마치면 인사동에 자주 걸어갔는데, 그때 조계사에 가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누구든 그렇겠지만, 청소년기에 인생에서 뭘 원하는지 몰라서 갈팡질팡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에 조계사를 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제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더니, 책을 하나 건네 주었습니다. 저는 그 분의 사소한 따뜻함과 친절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때 그분이 저에게 건네준 그 책은 송광사의 불자수첩입니다. 그 안에는 한국 절에서 많이 보는 예불문, 불경 등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책을 20년이 넘도록 간직해왔습니다.  왜냐하면 그 불자수첩의 인연으로 이렇게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반야심경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거기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짧고 이해할 수 없는 그 글귀들이 무슨 뜻인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나는 마음이 괴로울 때, 외로움에 빠졌을 때, 인생의 방향을 찾을 수 없을 때, 일기장에 반야심경을 베껴쓰곤 했습니다. 

그렇게 어떤 한 명의 친절함이 누군가에게 세속적인 추구를 버리고, 남을 위해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씨앗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씨앗이 싹이 터서 열매를 맺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나만을 위한 인생이 아닌 많은 이들을 위한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많은 이들에게 명상을 소개하고, 마음의 괴로움을 덜 수 있는데 인생을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런 작은 친절과 따뜻함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친절과 따뜻함은 종교를 초월하고, 시간을 뛰어넘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마주치는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어보세요.

현안(賢安, XianAn) 스님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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