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말로 몰랐던 제주불교] ‘복신미륵과 돌하르방’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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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말로 몰랐던 제주불교] ‘복신미륵과 돌하르방’을 찾아서
  • 김현정
  • 승인 2023.02.2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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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지키는 석상
제주를 대표하는 돌하르방. 본디 읍성을 수호하는 기능을 했다. 제주에 45기, 서울에 2기가 있으며, 1기는 소실됐다. 

제주를 하나의 색으로 표현하라면 ‘돌색’이다. 표준색표에도 명시되지 않은 ‘돌색’으로 표현한 이유는 명암이 천차만별인 제주의 돌을 하나의 색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까닭이다. 거친 돌과 함께 살아온 제주인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돌은 제주의 삶과 역사, 예술과 문화 그 자체다. 화산폭발의 열기에 의해 숨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돌 위로는 바람도 머물다 가고, 사람도 머물다 간다. 모두 객(客)이요, 돌이 주인인 셈이다. 

제주에는 지천으로 널린 흔하디흔한 돌이지만 제주민들은 이를 소중히 여겼고, 일상생활과 의식 곳곳에 안녕과 기원의 마음을 담았다. 제주에서 돌은 또한 경외(敬畏)의 대상으로, 육지부와는 다른 독특한 석상 문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돌 문화는 화산섬으로 이뤄진 제주도가, 돌과 밀착된 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석상 제작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섬이라는 한정되고 폐쇄적인 자연환경은 독특한 문화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제주의 석상 문화 중 대표적인 동·서 자복과 제주읍성 앞의 돌하르방을 소개하고자 한다.

 

복신미륵, 동자복과 서자복

제주시 제주읍성을 중심으로 성 밖 동쪽과 서쪽에 각각 두 기의 석상이 세워져 있다. 이 석상은 복신미륵(福神彌勒), 자복미륵(資福彌勒), 미륵, 돌미륵, 미륵부처, 미륵보살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두 기의 복신미륵상은 1971년에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료 제1호로 지정됐다. 현재까지 ‘언제, 누가, 어떤 목적으로 세웠는지’에 대한 확실한 답이 없다. 

‘차양이 빙 둘린 너부죽한 모자를 썼고 커다란 입, 오뚝한 코, 지그시 다문 입, 인자하게 내려다보는 눈매’ 등 자비로운 불상의 모습이 일품이다. 몸에는 예복을 걸쳤고, 두 손은 가슴에 정중히 모았는데, 그 소맷자락이 유난히 선명하다. 서복신미륵은 ‘하반신 일부가 생략된 채 기석(基石)으로 받쳐졌다’고 여러 고서에 기록됐다. 

제주읍성 동쪽의 동자복(東資福)은 만수사(萬壽寺, 일명 동자복사·東資福寺) 터에 세워져 있다. 지금은 제주항이 들어선 옛 건입포(建入浦, 건들개) 동쪽 언덕 위에 자리한다. 오랫동안 개인주택 뒤뜰에 방치돼 있다가, 2010년경 제주시에서 이 주택을 매입한 뒤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읍성 서쪽 편의 서자복(西資福)은 해륜사(海輪寺, 일명 서자복사·西資福寺) 터에 있다. 현재 용담1동 동한두기 마을이고, 옛 대옹포(大甕浦, 한독잇개) 입구이다. 

1435년(세종 17) 관부의 화재로 모든 문적이 소실돼 만수사와 해륜사 창건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선 초기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 기록에 미루어 고려시대에 건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기나긴 세월 폐사된 채 방치되다시피 했던 두 사찰 건물을, 1703년경 제주목사 이형상이 헐어 관아로 삼았다. 이런 정황으로 보아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는 사찰의 종교적인 기능을 상실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해륜사의 경우, 일제강점기 말인 1940년 해남 대흥사의 ‘해륜포교소’로 다시 출발했다. 1960년대 ‘용화사(龍華寺)’로 변경됐다가, 2010년에 ‘해륜사’ 이름을 다시 되찾았다. 

동자복과 서자복은 일제강점기 일본학자들에 의해 민속학적 관점으로 처음 소개됐다. 옛 사찰 터 경내에 자리하고 있어서 복신미륵의 기능은 물론이고, 옛 제주읍성 밖의 동·서에서 성안을 마주하고 있는 형상이라 성안 수호의 기능도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서자복 곁에는 남근을 상징하는 높이 75cm, 둘레 100cm로 종의 ‘동자불’ 같은 작은 기자석(祈子石)이 놓여 있다. 복신미륵과는 다른 화강암 재질이며, 아들 낳기를 바라는 민간신앙과 불교신앙의 습합을 보여준다. 

동자복과 서자복은 형태에서도 제주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전형적인 불상 양식보다는 투박하면서도 토속적인 석상에 더 가깝다. 표면에 구멍이 숭숭 뚫린 다공질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조각 형태가 그리 정교하지는 않다. 둥그스름하고 평평한 얼굴에 온화한 표정, 툭 튀어나왔으나 부드러운 이중구조의 눈매, 납작한 삼각형 코와 미소를 머금은 작은 입술 표현은 간결하면서도 특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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