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시쌍부槨示雙趺로 내보이신 근대 제주 불교

안봉려관 스님
제주 불교의 근대는 안봉려관(安蓬廬觀, 1865~1938) 스님의 관음사 창건으로 열렸다. 스님은 한라산 부처동산 능화봉에 올라 부처가 되려고 기도하다 절벽에 떨어졌다. 수천의 까마귀 떼가 스님을 구호했고 스님은 산천단에서 가사를 전해 받은 뒤, 1908년 관음사를 창건했다. 불래오름 존자암이 퇴락한 이후 이뤄진 관음사의 창건은, 가섭을 향해 두 발을 관 밖으로 내보이신 석가모니의 사랑 표현과 다름 아닌 일이었다.
안봉려관 스님은 한라산 남쪽에 법정사와 법화사를, 제주도 동쪽에 불탑사와 백련사를, 서쪽에 월성사 등을 창건했다. 스님은 제주 불교를 중흥시킨 근대 제주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불상을 모셔오고, 스님을 초빙하고, 불구를 갖추어 가람을 구성하는 구법의 일을 그 자체로 실천했다. 창건 이후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기를 되풀이한 관음사는 오늘까지 제주 불교의 중심사찰 역할을 하고 있다. 안도월 스님, 오이화 스님 등이 근대 제주 불교를 중흥시키기 위해, 텅 빈 광야에서 정진의 수레바퀴를 굴려온 결과다. 오늘은 과거의 저축이다. 영광은 잠깐이었고, 어려움을 견딘 힘이 오늘의 제주 불교에 이른 힘이다. 불안한 시대 속에서도 부처의 가능성을 믿어 부단히 정진해온 길이 근대 제주 불교의 길이었다.
제주목사 이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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