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수행 공동체, 실상사] 불교 대안교육 작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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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수행 공동체, 실상사] 불교 대안교육 작은학교
  • 송희원
  • 승인 2022.12.2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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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깨달음이 자라는
작지만 큰 ‘실상사 작은학교’

진정한 ‘돌봄’과 ‘성장’의 학교

실상사에서 약 2km 떨어진 지리산 자락 산골 마을에 한국 불교계 최초이자 유일의 대안학교가 있다. 바로 불교적 세계관에 기초해 생명평화의 삶을 배우는 지역 공동체 학교 ‘실상사 작은학교(이하 작은학교)’다.

작은학교를 읽는 5가지 키워드는 ‘생태’, ‘공동체’, ‘배움’, ‘우정’, ‘자립’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먹거리를 직접 농사짓고, 생태 뒷간(친환경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생명자원순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생태’적 감수성을 키운다. 또 작은가정이라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사는 기숙사 생활을 하며 ‘자립’의 생활기술을 익히는 한편 ‘공동체’와 ‘우정’을 ‘배운’다. 5년제 교육과정 역시 국영수 교과목 위주가 아닌, 5가지 교육 철학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1학년은 평화서클, 비폭력대화, 지리산마을탐방, 연극을 배우는 ‘관계맺기’, 2학년은 명상과 글쓰기를 하며 자기성찰을 하는 ‘자기이해’, 3학년은 집짓기, 사회참여 및 공적연대활동을 하는 ‘민주시민’, 5학년은 자서전쓰기, 세계탐방, 인턴십, 봉사활동 등 ‘미래시민’ 교육과정을 거친다. 이 밖에도 파쿠르, 인형만들기, 자전거수리, 디자인, K-Pop 댄스 등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교과목을 주체적으로 개설해 교사와 함께 배우고 익힌다. 

작은학교는 학생, 교사, 부모가 함께 꾸려가는 학교다. 학생들은 공동의 규칙을 스스로 만들고 지킨다.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친다기보다 자신도 배우고 성장하는 ‘도반’이다. 부모도 정기적인 회의나 모임에 참석해 함께 공부하고, 학교 운영에 필요한 역할을 한다.

작은학교는 삼자가 주체가 돼 자기 삶의 주인이 되며,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돌봄’과 ‘성장’의 학교다. 

 

작지만 큰 학교 

작은학교의 시작은 ‘작은’이라는 이름처럼 작고 소박했다. 1999년 6월 실상사 산중 총회에서 ‘불교계 대안학교 설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듬해 2월 교사를 모집하고 다른 대안학교를 탐방하고 초등학교 대상 계절 학기를 여는 등 교육과정을 구체화하는 준비 기간을 거쳐 2001년 3월 실상사 도량 한쪽에 컨테이너 교실을 마련해 학생들을 가르쳤다. 2007년 현재의 위치에 도서관, 강당, 교실 건물을 짓고 2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작은학교는 그 이름처럼 ‘작다’. 비단 전체 학생 수가 30명(2022년 기준)이고 중고등부 교육과정보다 1년 적은 5년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다. 누구 하나라도 소외되는 이 없이, 서로가 서로를 살뜰히 보살피고 챙긴다는 의미에서 ‘작다’는 의미다. 

한편으로 작은학교는 작지만 동시에 ‘큰’ 학교다. 비인가 대안학교인 작은학교는 교육부에서 지정한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따르지 않고 자율적으로 교과목을 편성해 자치적으로 운영한다. 대신 인가 대안학교처럼 학력을 인정받을 수 없으며, 지원금도 못 받는다. 작은학교 학생들은 검정고시를 쳐서 따로 학력을 취득해야 한다. 입시 위주의 치열한 교육 경쟁이 펼쳐지는 학벌사회인 한국에서 비인가 대안학교인 작은학교를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어쩌면 ‘큰’ 용기가 필요할지 모른다. 작은학교의 구성원은 서로 경쟁하는 제도권 교육의 시스템과 입시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더불어 사는’ 삶과 교육을 택했다. 경쟁하기보다 서로 의존하고 나누고 보살피는 ‘돌봄’의 삶을 산다. 자신만의 속도와 철학으로 ‘생명의 길’, ‘사람의 길’, ‘자기의 길’을 걸으며 진정 성장하는 삶을 산다. 그런 의미에서 작은학교는 규모만 큰 그 어떤 제도권의 학교보다도 ‘큰’ 학교다. 

 

작지만 큰 편견

연극 수업을 받으며 1년 동안 준비한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는 작은학교의 큰 행사 ‘연극음악제(연음제)’가 열렸던 지난 12월의 겨울, 작은학교에서 윤형수(29·유하), 양창목(29) 교사(배움지기)와 3학년 서우진(15), 4학년(언니네 1학년) 윤이랑(17) 학생을 만났다. 대학에서 불교학을 전공하고 선생님이 꿈이었던 윤형수 씨는 불교와 교육을 함께하는 이곳을 알게 됐고, 실상사 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작은학교의 교사가 됐다. 연극 수업을 담당하는 양창목 씨는 작은학교 7기 졸업생으로 작은학교의 한 선생님 권유로 이곳에서 함께 지내다가 아이들이 좋아 교사가 됐다. 초등학생 때 대안·일반학교를 모두 다녀본 경험이 있는 서우진 학생은 공부만이 아닌 좀 더 다양한 체험을 하고 싶어 이곳에 왔다. 산내에서 나고 자란 윤이랑 학생은 부모님이 실상사 귀농학교를 나왔고, 어머니는 작은학교 연극 선생님이다. 자연스럽게 산내중학교가 아닌 이곳을 선택했다. 

작은학교를 알려면 몇 가지 작은 편견을 거두면 된다. 제도권 교육에 익숙한 필자는 일반학교/대안학교, 선생님/학생, 교칙/자율, 문명시설-편리함/친환경시설-불편함 등의 이분법적인 틀로 작은학교를 바라봤고,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생각보다 내게 큰 선입견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작지만 큰 편견을 깨준, 작은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편견 1] 

처음에는 환경이 낯설고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특히 생태 뒷간은 너무 불편할 것 같은데. 

서우진    

학생마다 달라요. 저는 초등학생 때도 생태 화장실을 이용해본 적이 있어서 크게 힘들진 않았어요. 일반학교에 다니는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자원순환, 기후위기 같은 환경 이슈에 대해 별로 신경 안 쓰는 거 같아요. ‘이런 건 내가 바꾸는 게 아니라 누군가 해주겠지’란 생각을 가지나 봐요.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나부터 실천해야지’, ‘우리 함께 한번 해보자’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좀 달라요. 

윤이랑    

저는 학교에서 ‘무허가’라는 환경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요. 분리수거장도 직접 관리하고 기후위기나 동물권 같은 걸 공부해서 아침 모임 때 발표도 하고요. 최근에는 마을 장터인 ‘살래장’에 나가 무허가 부스를 설치해서 마을 주민분들에게 환경 책들도 소개했어요. 요즘 기후위기, 페미니즘, 동물권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거 같아요. 

 

[편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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