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수행 공동체, 실상사] 공존과 상생 마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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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수행 공동체, 실상사] 공존과 상생 마을과 함께
  • 송지희
  • 승인 2022.12.27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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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망 숨결, 산내마을에 스며들다

독특한 시골 마을 ‘산내’

지리산 실상사가 자리한 산내마을의 첫인상은 ‘생동감’이다. 평일 오후 한적한 마을 길을 삼삼오오 누비는 아이들의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우선 그렇다. 주민들의 연령대도 여느 시골과는 좀 다르다. 지팡이에 의지한 머리 희끗한 어르신보다, 활기찬 모습으로 분주한 청장년이 더 많다. 요샛말로 힙한 분위기의 카페와 공방, 아기자기하게 마을을 꾸며둔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좀 독특한 시골 마을’이란 평가가 자연히 뇌리에 박힐 수밖에. 

이 독특한 마을의 행정구역상 명칭은 남원시 산내면. 나고 자란 어르신들은 편한 발음으로 ‘살래’라고도 한다. 남원 동쪽에 위치한 4개 읍면 중 하나이며, 유명한 관광지인 뱀사골을 지나 백무동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지리산을 떠올릴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상징 같은 곳이다. 서울시 6분의 1 수준에 달하는 103.4km2의 너른 면적에, 주민 수는 2,000여 명, 세대로는 1,045가구에 불과하다. 시골 마을임에도 농사를 짓지 않는 비농가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는 점도 눈길을 끈다. 면적은 넓지만 결코 크지 않은 이 산내마을, 들여다보니 특이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폐교의 아픔도 비껴갔다. 도시 집중화로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고 노인만 남은 시골에서 폐교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러나 산내마을에는 여전히 어린이집과 병설유치원이 있고, 마을 내 초등학교엔 100명 가까운 수의 재학생이 다니며 중고등학교도 번듯하게 운영 중이다. 새 생명이 태어나고 마을에서 자라는, 미래를 향해 살아 움직이는 마을이란 방증이다. 이는 “산내면장은 남원시청 가서 큰소리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내마을은 한때 귀농귀촌의 성지로도 손꼽혔다. 실상사가 지닌 너른 터전과 이를 기반으로 운영해 온 귀농학교의 영향이다. IMF외환위기로 민생고가 극에 달했던 1997~1998년 무렵, 실상사 귀농학교는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의지처이자 안식처의 역할을 했다. 실상사의 너른 터전이 귀농귀촌인들의 정서적 구심점이 됐으며, 귀농학교로 이어진 기수별 인연들은 정착을 돕는 매개가 됐다. 그렇게 20년 동안 산내마을로 새로운 인구가 유입됐다. 때론 떠나고, 때론 정착했다. 어찌 보면 실상사 귀농학교는 산내마을이 지금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조용한 계기가 된 셈이다. 

방과후학교

실상사가 위치한 산내마을은 나고 자란 선주민과 새롭게 유입된 후 주민들이 서로를 인정하는 가운데 느슨한 공존의 형태로 안착했고, 유의미한 변화를 일궈냈다. 바로 ‘마을공동체’다. (사)한생명’에 해답이 있었다. 한생명은 실상사와 마을을 인드라망의 가치로 이어온 징검다리다. 산내들방과후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매주 체험학습의 일환으로 공방을 찾는다.

방과후학교는 ‘들꽃’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장은희 선생님이 진행한다.

한생명, ‘생명살림’의 확장

그렇다고 산내마을의 현재를 단순히 귀농귀촌 인구의 유입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한때 귀농귀촌으로 주목받았던 여타 지역의 현재와는 분명히 다른 ‘무엇인가’가 산내마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산내마을은 나고 자란 선주민과 새롭게 유입된 후 주민들이 서로를 인정하는 가운데 느슨한 공존의 형태로 안착했고, 유의미한 변화를 일궈냈다. 바로 ‘마을공동체’다. 주민과의 교류가 상대적으로 적고, 실패율이 높은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이 역시 이례적인 일이다. 지리산 기슭에 터를 잡은 수많은 마을 가운데, 유독 산내마을에서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생동감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 마을공동체를 살펴보려면 먼저 ‘마을절 실상사’의 존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상사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운동의 근본도량으로, 연기법에 의거해 공존과 상생, 평화를 통한 생명살림을 지향하고 실천해 왔다. 

산내마을은 바로 인드라망 운동의 첫 번째 실현지다. 나와 너, 나아가 우주의 모든 실상이 하나로 이어지는 인드라망 ‘생명살림’의 가치가 마을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구현된 공존과 상생의 노력이 마을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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