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남대문)이라고 대답하시는 분이 8할 정도는 될 것으로 짐작합니다.
정답은 ‘없다’입니다. 지난해부터 국보에 붙어 있던 ‘지정번호’를 모두 떼어냈기 때문입니다. 보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국보와 보물 중에 ‘불교’ 관련 유물은 약 6할 정도입니다. 절집에 있는 것도 있고 박물관에 ‘고이’ 모셔져 있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보가 아니라도 혹은 보물이 아니라도 오래된 절집에는 명작이 지천입니다. 물론 오래 보아야 하는 수고와 속내를 읽어낼 줄 아는 혜안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작품들은 대개 켜켜이 쌓아 놓은 이야기가 있고, 또 재기 넘치는 발상으로 무릎을 치게 하는 ‘한방’이 있으며, 때론 깊은 염원과 신앙으로 손을 모으게 하는 거룩함이 있습니다.
책 속에 나온 두 가지 이야기만 소개하겠습니다. 절집에서 극락으로 향하는 <반야용선도>를 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혹시 그림이 없더라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법당 정면 내외부에 용을 조각해 아예 법당 자체를 반야용선으로 만드는 거죠. 그런데 최초의 남사당패 꼭두쇠 바우덕이가 타고 가는 ‘반야용선도’를 보신 적이 있는지요? 안성 청룡사 벽화 이야기입니다. 자세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힘센 장사가 발우에 사람을 태우고 극락으로 치켜 올리는 그림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보통 극락으로 가는 방법은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반야용선을 타고 가거나 혹은 연화화생하는 방법입니다. 청도 대적사에 있는 벽화는 거대한 아라한이 발우에 남녀를 태우고 극락까지 안내합니다. 이런 그림은 우리나라에서, 아니 세계에서 오직 청도 대적사 극락전에만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있고 기발한 발상을 담은 ‘명작’이 산사에는 지천입니다. 굳이 국보나 보물이 아니라도요.
이 책은 20여년 넘게 ‘우리 것’을 찍어온 사진작가 노재학이 풀어놓은 ‘산사’의 ‘명작’ 이야기입니다.
명작 안에 깃든 이야기, 기발한 발상 그리고 신앙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300여 장이 넘는 도판 역시 볼거리입니다. 가보거나 가보지 않거나 무릎을 탁치는 기발함에 놀라실 겁니다.
일독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