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팔공산] 달구벌의 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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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팔공산] 달구벌의 영산
  • 이하석
  • 승인 2022.11.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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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에서 불국토를 꿈꾸다

가팔환초

팔공산 북쪽에서 비로봉을 바라보며 오르는 정상 부근의 오도암 가는 길을 좋아한다. 비로봉 정상의 군사·통신시설까지 오르는 찻길이 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 두고 걷는 것이 당연히, 좋다. 가파른 산길이 호젓하다. 거대한 바위 아래 위치한 오도암이 남루한 대로 꾸밈이 없어서 좋다. 절이라고는 하지만, 유서 깊다는 말만 강조될 뿐 볼만한 게 없음에도 큰 바위 아래 동그마니 앉은 자세가 좋은 것이다. 10년 전에는 더 그러했다. 해우소에서 쪼그려 앉아서 바라보는, 절벽 아래로 펼쳐지는 산들과 골짜기의 장쾌한 풍경도 더 없이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오도암도 꽤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해우소도 옛날식의 불편한 구석은 없어졌다. 그래도 쉼터며 기도처로는 여전히, 아주 괜찮다. 팔공산은 그렇게 늘 새롭게 낯을 익히며 찾아지는 산이다.  

이처럼 친근하게 여겨지니, 등산객도 끊이지 않는다. 팔공산 등산 코스로 잘 알려진 ‘가팔환초’는 대구 사람이라면 꼭 밟아보고 싶어 하는 산길이다. 가산~팔공산 정상~환성산~초례봉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로 40여 킬로미터, 백여 리에 이르는 거리다. 가산산성에서 출발하거나 초례봉에서 출발하는 이 코스는 팔공산의 등뼈를 밟는 만만치 않은 여정으로 이어진다. 보통 꼬박 이틀을 잡아야 한다. 그보다 더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전 코스를 몇 개로 나눠 짬을 내어서 한 코스씩 도전하기도 한다. 긴 능선의 거대한 바위들 사이로 난 길은 하늘을 걷는 기분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전문 산악인이 아니면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힘든 코스다. 높은 산의 위용에도 대구 시민들은 팔공산을 ‘우리의 산’이라며 늘 친근하게 대한다. 스스럼없이 밟아 오르려 한다. 자주 동봉을 오르고, 염불암의 바위 등에 새겨진 부처님들을 대하는 예가 간절하다.

 

달구벌의 영산

팔공산은 늘 대구 시민들의 시선을 받는다. 대구 시내에서 올려다보면 아스라이 걸친 팔공산의 스카이라인이 도시 북쪽에 떠 있다. 여름의 푸른 모습도 볼만하고, 겨울의 눈 쌓인 흰 정상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최고봉인 비로봉(1,193m)을 중심으로 동봉과 서봉이 양 날개를 펼친 듯한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대구 북쪽을 병풍처럼 둘러친 산맥이다. 

팔공산은 대구의 진산으로 중악, 부악(父岳), 동수산(桐藪山)으로 불리기도 했다. 또한 신라 때의 5악, 즉 토함산(동악), 계룡산(서악), 지리산(남악), 태백산(북악) 가운데 중심 산으로 그 기운이 두루 빼어났고 영험했다. 중악과 부악이란 명칭으로 불리어올 만큼 팔공산은 국가적으로도 중요시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후삼국시대 견훤이 서라벌을 공략할 때 고려 태조가 이를 징벌하려다 고전 중, 이 산의 동수(桐藪, 동화사 일대)에서 견훤에게 포위당했다. 그때 신숭겸이 태조로 가장해 수레를 타고 적진을 누볐다. 태조는 그사이에 피해 목숨을 보전했다. 그를 피신시키기 위해 당시 신숭겸과 김락 등 8명의 장수가 전사했다. 태조는 이후 두고두고 이들의 공을 찬탄했다. 이 산이 팔공산이라 불리게 된 연유다.  

달구벌(達句伐)로 불리던 대구 분지는 북쪽의 팔공산과 남쪽의 비슬산(1,084m) 사이에 울멍줄멍하게 펼쳐진 너른 들판이다. 특히 팔공산 기슭이 이룬 들판은 큰 수해가 없고, 물이 풍부한 데다 분지 특유의 풍요로운 농업 생산지로 예부터 복지(福地)로 인식돼 왔다. 그래서 통일신라 때는 수도로서 가장 적합한 환경으로 꼽혀 천도 계획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만큼 삼국의 전쟁기와 통일신라시대 이후 요충지면서 풍요로운 삶터로 꼽혀왔다. 팔공산이 이룬 천혜의 복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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