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스님 되돌아보기] 백졸(百拙)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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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스님 되돌아보기] 백졸(百拙) 스님
  • 효신 스님
  • 승인 2023.01.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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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일념(一念) 공부에 매달리는 수행자
한평생 일념 공부 중인 백졸 스님

불교의 본분 공부는 ‘일념(一念)’ 공부이다. 한 생각을 어떻게 다스리는가에 있다. 한 생각이 끊어짐 없이 연결되는 상태가 바로 무념(無念)의 경계이다. 그러니 얼마나 밋밋하고 재미없겠는가. 이 재미없는 일념 공부에 한평생 매달린 수행자가 있다. 부산 장산 옥천사에 주석하고 계신 백졸(1936~) 스님이다. 마음의 틈새를 메우려 일생을 힘써온 스님이다.

 

모든 게 다 못났다?

백졸(百拙), 모든 게 다 못났다는 뜻이다. 다시 뒤집으면 다 잘났다는 말이다. 공(空)을 아는 사람만이 색(色)을 말할 수 있고, 색을 모르면 공을 알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스님의 법명과 성품은 진제와 속제가 포개져 있는 모습이다. 스님은 유쾌하고 스마트하며, 유려한 언어적 감각과 함께 인생에서 결핍이 없는 분이다. 하지만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본분 공부 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87세 노스님인데도 “공부를 끝내지 못해, 공부를 방해하는 것과 늘 싸우는 사람”이라 스스로 평하신다.

도반인 법용(法涌) 스님은 생전에 백졸 스님을 ‘비구니 성철 스님’이라 칭했다. 타고난 선기(禪機)로 정진의 용맹스러움이 성철 스님과 닮았고, 그 가르침을 일상에서 가장 잘 실행해온 스님이기 때문이다. 주지 소임을 사는 시절에도 용맹정진 기간이면 석남사 선방에서 밤샘(=철야) 정진을 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스님의 일생이, 옥천사 자체가 성철 스님 가르침의 직영점이다. 사단법인 랑그람 성철스쿨 운영은 물론 생활면에서도 최저의 생활로 최대의 노력을 한다. 스님이 좋아하는 문구, “팔면으로 영롱한 구슬처럼 빈틈없고 올바르고자 힘썼을 뿐”은 당신 일상의 모습 그대로이다. 스님은 “착각에서 벗어나면 부처님의 광명을 바로 볼 수 있으니” 착각에서 벗어나 살 것을 당부하신다.

스님의 본관은 경주, 속명은 이옥자(李玉子)이다. 1936(병자)년 부산 중구 중앙동의 부잣집 딸로 태어났다. 부산 장산(萇山)의 수질은 맑기가 설악산 대청봉과 같아 절 이름이 예부터 옥천사(玉泉寺)였다. 스님이 이곳으로 온 건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아껴 오롯이 정진에만 몰두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부유한 속가의 배경이 훗날 옥천사 강제철거 사건의 노림수가 됐다. 

1980년대 후반 위기가 찾아왔다. 장산 8만 평의 소유주가 산자락 지상권(150평)만 지닌 옥천사에 대한 강제철거 소송을 낸 것이다. 목적은 장산 전체를 스님께 비싸게 팔기 위함이었다. 대법원의 판결까지 철거의 명령이 내려졌으나, 스님은 “내가 있는 동안에 부처님 도량을 없애는 건 안 된다”는 일념으로 버텨 이겨냈다. 이 일을 마무리하자마자 옥천사 70m 코앞에 성당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때도 상좌 정혜 스님과 함께 힘을 합해 성당을 물러나게 했다. 이 당시를 가장 애로를 겪은 일로 기억하셨다.

 

불연으로 이끈 촉매제, 상대성이론

스님을 불연으로 이끈 촉매제는 상대성이론(등가원리)이었다. 부산사범학교 재학 시절, 큰스님(성철 스님)의 병문안을 가신다는 부모님과 동행했다. “큰스님 뵈면 먼저 절을 올려야 한다”는 어머니의 당부를 새기며 방으로 들어갔으나, 난생처음 스님을 뵙자 호기심이 일어 질문부터 던졌다.

“스님은 인생의 회로가 많은데 왜 하필 스님을 택하셨어요?” 하자, “별 가시나 다 봤다”라는 즉답이 돌아왔다. 속으로 ‘스님이면서 왜 가시나라 카노’ 읊조렸는데, 성철 스님이 가만히 쳐다보다가 “니, 등가원리(E=mc2) 아나?”며 말을 걸어오셨다. “예, 학교에서 배웠습니다”라는 짧은 대답에 성철 스님은 상대성이론을 설명하기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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