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한거都心閑居] You’ll never walk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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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한거都心閑居] You’ll never walk alone
  • 석두 스님
  • 승인 2022.11.30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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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영국에 있는 조계종 사찰인 연화사에서 잠시 주지로 있었다. 그래서 영국인들의 축구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경험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 작은 동네에 속한 그곳에서도 9부 리그 소속의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이 응원하고, 사람들이 마치 소풍 나온 이웃인 양 즐겁게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파란 잔디에서 평범해 보이는 선수들이 뛰고, 소박해 보이는 이웃들이 응원하는 그런 모습이 영국인들에게는 일상의 삶인 것 같았다.

축구는 그들에게 삶의 활력소 같아 보였고, 동질성과 통합의 장이 되었다. 그 많은 동네 펍(Public House)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며, 대형 스크린으로 축구를 함께 즐기는 그들에게서 그 순간만은 삶의 노곤함과 피로감을 풀 수 있는 통로인 듯했다. 때론 지나치게 사랑한 나머지 극성팬(홀리건)이 되기도 하지만, 그들의 그러한 축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영국의 프리미어리그(EPL)는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될 수 있었다.

“당신은 결코 혼자 외로이 걸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클럽 리버풀FC 응원가이다. 이 응원가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이태원 참사’로 온 나라가 애도와 슬픔에 잠긴 시기에 응원가 얘기를 하는 것은 두 사연이 너무도 닮은 측면이 많아서다.

1989년 4월 15일. 이날은 영국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FA컵 준결승전이 영국 잉글랜드 셰필드에 위치한 힐스버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날이었다. 하지만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그곳에서 불행하게도 94명의 관람객이 현장에서 압사했다. 이후 후유증으로 3명이 더 세상을 떠나 모두 97명이 유명을 달리했으며, 766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영국에서는 이 사건을 ‘힐스버러 참사’라고 부른다.

불행한 일은 예고가 없다. 언제든 우리들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사고(incident)와 참사(disaster)는 대처하는 마음의 방식이 달라야 한다. 사고는 불시에 발생하는 특이하거나 불쾌한 일이기에 빨리 털고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지만, 참사는 그 대처법이 사고와는 달라야 한다.

참사는 투명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화반탁출(和盤托出, 있는 대로 다 털어놓음)과 발로참회(發露懺悔, 자기의 죄와 허물을 여러 사람에게 고백하여 참회함)해야 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발생한 불행한 일을 바라보는 정확한 시각이 그래서 중요하다. 불교에서는 이런 시각을 갖는 것을 정견(正見)이라고 한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초 토대는 고행(苦行)도 아니며, 장좌불와(長坐不臥)도 아니다. 올바른 인식(認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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