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신화] 부처님의 반열반과 마지막 제자 수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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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신화] 부처님의 반열반과 마지막 제자 수밧다
  • 동명 스님
  • 승인 2022.1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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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다가 열반 직전의 붓다를 시봉하는 모습. ⒸAnandajoti Bhikkhu

하늘에서 꽃과 향이 내리는 가운데

붓다의 최후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인도아대륙의 가장 위대한 스승이었던 분이 바라나시나 라자가하나 사왓티 같은 큰 도시가 아닌 소읍(小邑)에 불과한 꾸시나라에서, 으리으리한 병원도 아니고 기원정사나 죽림정사 같은 대가람도 아닌 숲속의 살라나무 두 그루 사이에서, 그럴듯한 침상도 아닌 네 겹으로 접은 가사 위에 누워서 반열반하는 모습은 어떤 외형적인 상에도 집착하지 않는 붓다의 ‘내려놓음’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어쩌면 천신과 인간, 그리고 모든 생명체의 스승이기도 한 붓다로서는 안락한 사원보다는 숲속의 나무 밑이 모든 제자들과 이별하기에 적당한 장소였을지도 모른다. 붓다의 반열반을 앞두고 때아니게 살라나무에 꽃이 만개했고, 하늘에서 만다라와 꽃잎이 떨어져 세상을 화려하게 했으며, 전단향 가루가 내려와 세상을 온통 향기롭게 했고, 천상의 음악이 세상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붓다가 라자가하의 독수리봉에서 여행을 기획할 때 반열반은 예정돼 있었다고 하겠지만, 언제나 완벽하기만 했던 붓다가 벌써 반열반하게 된다는 사실이 급작스럽게 느껴진다. 붓다는 꾸시나라 인근 빠와(Pāva)에서 금세공사 쭌다(Cunda)의 공양을 받고 큰 병에 걸린다. 쭌다의 음식 중에 문제가 된 것은 수까라맛다와(sūkaramaddava)라는 고급 음식이었다. 수까라(sūkara)는 돼지라는 뜻이고, 맛다와(maddava)는 버섯이라는 뜻이다. 

이 음식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빠알리어나 산스끄리뜨어 복합어의 핵심은 대체로 뒷부분에 있다는 점에서 버섯의 일종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자면 ‘노루궁뎅이버섯’이 노루의 엉덩이 모양의 버섯인 것처럼, 돼지의 특성과 관련된 버섯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쭌다여, 비구들은 이 수까라맛다와를 소화시킬 수 없으니, 저 음식은 나에게만 주도록 하라”며 혼자서 수까라맛다와를 공양한 붓다는 공양을 마치고 나서 말한다. “쭌다여, 남은 수까라맛다와는 구덩이를 파서 묻도록 하라. 여래를 제외하고는 인간과 천신 중에서 이 음식을 먹고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이는 없느니라.”

붓다는 수까라맛다와를 공양한 후에 극심한 고통에 휩싸인다. 붓다도 수까라맛다와를 소화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반열반을 앞둔 붓다의 소화법은 그 음식을 통해 반열반을 앞당기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정등정각자의 출현인 성도를 위해 수자타의 유미죽이 필요했듯이, 정등정각자의 육신이 퇴장하는 반열반을 위해 쭌다의 수까라맛다와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붓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난다여, 쭌다는 자신이 만든 음식으로 인해 붓다가 완전한 열반에 들게 되었다고 자책할 것이다. 그를 다음과 같이 위로하도록 하라. ‘벗 쭌다여, 부처님은 두 가지 위대한 공양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는 위없는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을 얻게 하는 음식을 공양하는 것이고, 하나는 무여열반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는 음식을 공양하는 것이다. 두 가지 공양은 어떤 공양보다 위대하며, 두 가지 공양의 공덕은 똑같다.’ 쭌다에게 이렇게 말해줌으로써 그가 더 이상 자책하지 않도록 하라.”

극심한 고통 속에서 반열반을 앞두게 됐지만 붓다는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으로써 고통을 거뜬히 이겨냈다. 붓다는 병에 걸린 채로도 강물에서 목욕하고 인간과 천신이 모두 지켜볼 수 있는 자리에 누워 마지막 할 일을 해 나가고 있었다. 마지막 할 일이란 곧 교화였다. 반열반하는 당일까지 제자를 위한 교화를 멈추지 않은 붓다의 열정은 흉내 내기도 힘든 일이다. 회사의 대표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회사에 나와 거래처 대표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한가지다. 

붓다가 반열반하는 날 낮에 붓다를 찾은 마지막 제자가 있었다. 그는 수밧다(Subhadda)라는 외도 수행자였다. 『니까야』에는 수밧다의 나이가 나와 있지 않지만, 『유행경』에는 120살이었다고 전한다. 당시 꾸시나라에 머물고 있던 수밧다는 붓다가 오늘 밤 사라쌍수 아래서 반열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꼰단냐와 수밧다의 전생 - 쭐라깔라와 마하깔라 형제

수밧다는 붓다가 녹야원에서 처음으로 법륜을 굴릴 때 가장 먼저 깨달음을 얻고 출가한 꼰단냐 존자 전생의 형제였다고 한다. 

때는 위빳시 붓다 시대였다. 마하깔라와 쭐라깔라 형제는 넓은 땅에 농사지으며 사이좋게 살고 있었는데, 동생은 처음으로 수확한 곡식으로 밥을 지어 공양 올렸고, 형은 벼가 완전히 익은 다음 마지막으로 공양을 올렸는데, 그로 인해 쭐라깔라의 후신인 꼰단냐는 석가모니 붓다 시대에 가장 먼저 깨달음을 얻었고, 마하깔라의 후신인 수밧다는 석가모니 붓다 시대에 외도로 전전하다가 붓다가 반열반하는 날에야 붓다를 찾아뵙고 귀의하게 됐다. 

뒤늦게 붓다를 찾은 수밧다는 마음이 급했다. 붓다가 예상보다 일찍 반열반하면 자신은 결국 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것이었다. 붓다가 누워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가려는 수밧다를 아난다가 막아섰다.

“존자시여, 지금 부처님께서는 몹시 피로하십니다. 쉬셔야 합니다.”

그때 붓다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아난다 존자를 불렀다.

“아난다여, 수밧다를 이리 가까이 오게 하라.”

가까이 다가온 수밧다는 붓다에게 말했다.

“고따마 존자시여, 뿌라나 깟사빠, 막칼리 고살라, 아지따 께사깜발라, 빠꾸다 깟짜야나, 산자야 벨랏티뿟따, 니간타 나따뿟따 같은 성자들이 모두 자기가 주장하듯이 최상의 지혜를 가졌습니까? 아니면 그들 중 어떤 자는 최상의 지혜를 가졌고 어떤 자는 가지지 못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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