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기고 염원하다, 팔만대장경] 진리의 바다, 대大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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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기고 염원하다, 팔만대장경] 진리의 바다, 대大장경
  • 장웅연
  • 승인 2022.09.2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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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대한민국에 구축된 ‘구글’

팔만대장경이란?

국보로 지정된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2007년 6월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됐다. 팔만대장경은 현재까지 전해지는 유일한 불교 대장경판이자 당대 목판 인쇄술의 결정판이다. 하여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팔만대장경은 13세기 고려로 쳐들어온 몽골 군대를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막아내고자 거국적으로 기획·조성됐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장경판전은 1995년 12월 6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팔만대장경의 공식 명칭은 고려대장경(高麗大藏經)이다. 서기 918년에 건국돼, 936년부터 1392년까지 한반도 전체를 지배했던 고려왕조가 만든 대장경 또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대장경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장경(藏經)’은 불교의 교조인 부처님의 말씀을 집대성한 경전이라는 의미이며 장경판은 그 경전들을 나무에 새긴 활판(活版)을 가리킨다. ‘대(大)’라는 수식은 불법(佛法)의 탁월성과 신성성을 꾸미는 말이기도 한데, 일단 양적으로 굉장히 방대해서 그렇다. 경판의 개당 가로 길이는 68cm에서 78cm. 일렬로 쭉 이으면 한반도 남단 부산에서 북단 신의주까지의 직선거리다. 정말 커서, ‘대장경’이다. 

팔만대장경은 왜 ‘팔만대장경’이라고 할까? 간명하다. 경판의 총 수량이 8만여 개여서다. 으레 부처님이 생전에 남긴 말씀을 팔만사천(八萬四千)법문이라고 한다. 중생의 세세한 번뇌를 일일이 치유해주려니 총량이 이렇게나 많아진 것이다. 더불어 그것들을 통째로 기록하려니 8만 개 이상의 나무판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물론 8만 4,000은 실제로 그렇다기보다는 은유적인 ‘시크릿 코드’에 가깝다. 4성제 8정도 12연기에서 보듯, 불교에서는 예로부터 4의 배수를 중요시했다.

고려대장경이 아닌 팔만대장경이란 고유명사로 일반화된 이유도 궁금하다. 우선 ‘팔만(八萬)’이라는 숫자가 지닌 중량감에서 기인할 것이다. 사람들의 보편적인 상식으로 방대함은 곧 위대함과 직결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또 다른 고려대장경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1세기 거란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한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과 교장(敎藏, 속장경)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팔만대장경을 만들게 한 당사자인 몽골의 침략으로 다 불타 없어졌다. 팔만대장경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고려대장경이고 오늘날까지 유일하게 빛나는 고려대장경이다.       

팔만대장경의 경판 숫자는 대략 8만 1,000여 개인데 정확한 숫자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원래는 일제강점기였던 1915년, 일본인 서지학자 오다 간지로(小田幹次郞)가 정한 8만 1,258판이었다. 1962년 국보로 지정할 때도 이 수치가 반영됐다. 그러나 2000년 이래 10여 년간 문화재청과 해인사 등의 공동 조사를 통해 오다의 조사 때는 누락했던 경판이 추가로 드러났다. 빠졌던 경판 94장을 보태면 8만 1,352판이 된다. 8만 1,258판이든, 8만 1,352판이든 어쨌거나 어마어마한 양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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