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깃든 고려왕조, 강화도] 걸어서 강화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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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깃든 고려왕조, 강화도] 걸어서 강화도 속으로
  • 송희원
  • 승인 2022.08.30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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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나들길’
3박 4일 걷기 여행
강화나들길 7코스 분오리돈대에서 바라본 갯벌 해안, 사진 유동영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_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강화나들길’은 강화도 대표 도보여행길로 총 20개의 코스가 있다. 길을 걸으면서 자연과 유적지를 함께 둘러보는 코스들로, 한길보다는 한적한 마을길이나 산길로 이어져 있다.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날, 강화나들길 4개의 코스를 하루씩 걷는 3박 4일 여정을 시작했다. 첫째 날과 둘째 날, 프린트해 간 강화나들길 지도 한 장과 우산을 들고, 이정표를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큰비로 토사가 산길로 흘러내린 탓에 바지 밑단은 엉망이 됐고, 지도는 비에 젖어 너덜너덜해졌다. 또 흠뻑 젖은 등산화를 신고 5~6시간을 걸은 탓에 숙소로 돌아오면 퉁퉁 불은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다행히 셋째 날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씨가 맑아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강화나들길 단체관광이 끊긴 탓에 산길마다 거미줄을 헤쳐 나가야 했고, 길을 가릴 만큼 자란 수풀에서는 혹시라도 뱀이라도 밟을까 조심하며 걸어야 했다. 

곧고 넓은 아스팔트의 직선 길과 신속한 이동 수단에 익숙한 도시인들에게 강화나들길은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은 때론 비효율적인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른다. 비행기보다는 배, 배보다는 차, 차보다는 걷는 행위를 통해서 여정에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를테면 강화나들길을 걸으면서 내가 감응한 것들이 그렇다. 

넓게 펼쳐진 파릇하게 자란 논밭, 농로에서 마주친 강화도의 새들, 화문석 발을 내건 작은 집 정원의 꽃들, 고인돌 아래에 자리를 깔고 앉아 오수에 빠진 마을 아주머니, 퍼석한 나뭇가지를 밟을 때 나는 경쾌한 소리와 두 다리가 풀에 스칠 때 전해오는 감촉, 돈대에서 바라본 낙조에 물든 양떼구름, 그리고 마지막 코스를 끝낸 뒤 버스정류장에서 잠깐 대화를 나눈 90세 할머니의 강화도 사투리가 섞인 “잘 들어가시겨”라는 다정한 말. 모두 그 비효율적인 걷기를 통해서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얻은 것들이었다. 

나흘간 총 걸은 거리 70여km.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강화나들길의 그 장소, 그 날씨, 그때의 분위기와 감정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걸어서 강화도 속으로, 강화나들길을 걷는 4가지 코스를 소개한다. 당신에게도 분명 “진정으로 가치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1코스

심도역사 문화길

●  총 거리 약 18km

●  도보 시간 약 6시간

●  난이도 ★★★☆☆ 

●  코스

강화버스터미널-(1.5km)→➊ 강화산성동문-(0.7km)→➋ 성공회강화성당-(0.05km)→용흥궁-(0.3km)→➌ 고려궁지-(0.5km)→북관제묘-(0.6km)→강화향교-(0.2km)→은수물-(1.2km)→북문-(0.8km)→북장대-(0.6km)→오읍약수-(5.1km)→➍ 연미정(월곶돈대)-(0.8km)→옥계방죽-(5.35km)→갑곶성지-(0.3km)→➎ 갑곶돈대(강화전쟁박물관)

➏ 밴댕이 가득한 집

➐ 강화풍물시장

➑ 강화명과 금방

➒ 소창체험관

과거부터 현재까지 천년을 넘나들며 강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여행 코스다. 가장 오래된 한옥 성당인 강화성당, 조선 후기 철종 임금이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 살았던 용흥궁, 강화 8경인 연미정과 갑곶돈대와 요즘 뜨는 카페와 공방까지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연미정을 지나 염하(강화해협) 옆 도로를 따라 걸을 때 민통선 초소의 높다란 철망이 바다를 가로막지만 이내 갑곶돈대에서 탁 트인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강화산성(동문)

인천 강화군 강화읍 관청리 46-3

강화산성은 고려가 몽골 침입에 대항하기 위해 처음 쌓은 것으로 조선 전기에 개축했는데, 1637년 병자호란 때 청군에 의해 파괴됐다. 숙종 때 전면적으로 성을 보수하면서 남산까지 포함해 크게 확대했다. 원래 내·중·외성으로 쌓았으나 현재는 돌로 쌓은 내성만 남았다. 내성은 동·서·남·북으로 난 대문 4개, 암문 4개, 수문 2개와 남산과 북산에 관측소이자 지휘소인 남장대와 북장대 터가 있다.

 

➋ 성공회 강화성당

인천 강화군 강화읍 관청길27번길 10

032)934-6171

10:00~18:00(매주 월요일 휴관)

1900년 대한성공회의 초대 주교인 고요한이 건립했으며 현존하는 한옥교회 건물로는 가장 오래됐다. 내부는 서유럽의 바실리카 양식으로 외부는 동양의 불교사찰 양식으로 조화롭게 지었다. 전체적인 건물 배치는 배(船)의 모양을 본떠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한다. 뱃머리에 해당하는 서쪽에는 외·내삼문과 성당종, 중앙에는 성당, 후미에는 사제관을 배치했다. 

 

고려궁지

인천 강화군 강화읍 북문길 42

032)930-7078

09:00~18:00

고려가 몽골군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도읍을 개경에서 강화로 옮긴 1232년(고종 19)부터 다시 환도한 1270년(원종 11)까지 38년간 사용되던 고려 궁궐터다. 당시의 궁궐은 1270년 송도로 환도할 때 몽골과 화친을 맺어 모두 허물었다. 현재는 조선시대에 지어진 행궁, 유수부 동헌, 2003년 복원된 외규장각이 있다. 

 

연미정(월곶돈대)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 242

연미정이 있는 월곶은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서해와 인천으로 흐르는 물길 모양이 제비 꼬리와 비슷해 ‘연미(燕尾)’정이라 불렸다. 한강 하구에서 가장 뛰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으로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갑곶돈대(강화전쟁박물관)

인천 강화군 강화읍 해안동로1366번길 18

갑곶돈대 매표소 032)930-7076

강화전쟁박물관 032)934-4296

 9:00~18:00

강화대교를 건너자마자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갑곶돈대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 600명과 격렬한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갑곶돈대 안에는 강화에서 일어난 전쟁 유물을 전시한 전쟁박물관, 선조들의 업적을 기린 비석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이 400년 된 갑곶리 탱자나무가 있다. 

 

밴댕이 가득한 집

인천 강화군 강화읍 중앙로 17-9강화풍물시장 2층

032)932-6836

10:00~20:00(매달 2, 4번째 월요일 휴무)

밴댕이 덮밥 13,000원/ 밴댕이 모둠(회, 무침, 구이, 식사) 2인 35,000원, 3인 50,000원

강화도 특산물인 밴댕이는 칼슘과 철분 성분이 들어 있어 골다공증 예방과 피부 미용에 좋다. 풍물시장 내 밴댕이 맛집 중 하나인 이곳은 모든 음식을 놋그릇에 내놓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모둠을 시키면 밴댕이 회와 무침, 구이를 함께 맛볼 수 있다. 

 

강화풍물시장

인천 강화군 강화읍 중앙로 17-9

032)930-7043

8:00~19:00(매장별로 상이)

강화풍물시장 1층에는 농수산물과 회를 팔고, 2층에는 식당들이 모여 있다. 매월 2일과 7일에는 5일장이 열린다. 시장 바로 옆에 있는 강화인삼센터에서는 강화도 특산품인 인삼을 수삼, 건삼, 홍삼 및 각종 가공 제품 형태로 판매한다.

 

강화명과 금방

인천 강화군 강화읍 고비고개로 8 

032)934-2022

11:00~19:00(매주 수요일 휴무)

사자발 약쑥 수제 전병, 강화 인삼 수제 전병, 강화 새우 수제 전병 등 각 4,500원/ 강화명과 수제 전병 선물세트(소) 13,500원

강화명과 금방은 강화도에서 수확한 인삼, 사자발 약쑥, 새우로 만든 우리밀 수제 전병 과자점이다. 질 좋은 강화 제철 특산물을 전통 방식으로 ‘금방’ 구워 판매한다. 모든 전병에는 보존제와 합성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아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가게 한쪽에서는 굿즈도 판매한다. 

 

소창체험관

인천 강화군 강화읍 남문안길20번길 8

 032)934-2500

10:00~17:00(매주 월요일 휴관)

소창체험관은 1938년에 건축된 한옥과 옛 평화직물의 염색 공장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문화체험공간이다. 소창기념품 전시실, 고려 의상 체험장, 방직공장 전시 사진과 영상들로 1960~1970년대 우리나라의 직물 산업을 이끌던 강화군 직물 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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