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의 선과 정토] 집중 vs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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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집중 vs 긴장
  • 현안 스님
  • 승인 2022.08.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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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58)]
출처 셔터스톡

저는 어릴 때부터 늘 최고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뭘 하든 2등이 되는 건 참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스님이 당신은 최고의 선생님에게서 배우길 원했다고 말씀하셨을 때 더 와닿았습니다. 여러분이 저에게 분별없이 모든 이를 부처로 보아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저는 지혜가 부족해서 스승이 필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최고의 대학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건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롤모델을 만나면 우리의 기준이 높게 세워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더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우린 더 겸손해질 수 있고, 발전할 기회도 더 커집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영적 수행에서도 현명한 선생님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처음 명상을 접했을 때 그런 걸 몰랐습니다. 그냥 살던 집에서 제일 가까운 무료 명상교실을 검색했는데, 영화 스님의 참선반이 있었습니다. 그냥 운이 아주 좋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내가 만났던 수많은 이들 중 가장 뛰어난 스승님이 얻어걸렸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그렇게 위대하고 훌륭한 스승을 만난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영적 수행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로 뛰어난 사람과 만나는 건 늘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그런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 뛰어난 음악가나 댄서의 영상을 보는 게 정말 재미있습니다. 어떤 예술가는 음악을 연주하거나 춤을 출 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몰입해서,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자신이 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질 않습니다. 긴장을 풀고 음악을 연주하거나 춤추는 데 완전히 빠져버립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보내도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그런 이들의 표정을 보면 완전히 무아지경이 돼버리고, 진정으로 즐거워 보입니다. 이 세상엔 그런 특별한 능력을 가진 놀라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고 있는 일에만 완전히 집중하는 능력, 그게 바로 명상입니다.

이런 뛰어난 자들은 자기 일을 시작하기 전엔 긴장을 완전히 풉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시작하면 그때서야 살짝 긴장된 집중을 보입니다. 그게 바로 동적 명상입니다. 반대로 보통 사람들은 바쁠 때 너무 집중하게 돼서 ‘이걸 끝내야 해, 이걸 해야 해’ 이렇게 됩니다. 그래서 긴장을 풀 수 없고, 일을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몸에 힘을 줍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긴장합니다. 그러면 많은 기력을 낭비합니다. 그런 걸 정신적 에너지의 낭비라 부릅니다. 우리는 보통 그런 식으로 기운을 낭비합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신경을 쓰고, 생각을 많이 하면, 긴장을 풀 수 없습니다. 긴장을 풀어야 합니다. 그러면 일을 해내는 데 정신적 기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훈련을 통해서 여러분은 기력을 사용하는 최적화된 방법을 익히는 겁니다. 긴장을 푸는 겁니다. 긴장을 푼다는 것은 휴식을 뜻합니다.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진정하는 겁니다. 긴장을 풀면 물리적, 신체적으로 편한 상태가 됩니다. 팔과 어깨도 떨어뜨리고 긴장을 낮추십시오. 등과 목덜미가 어떤지 한번 확인해보세요. 긴장 상태에 있다면 힘을 빼야 합니다. 여러분이 릴랙스하지 않으면 긴장하게 됩니다. 눈을 감고 마음을 고요히 해보십시오. 그러면 ‘아니 이럴 수가. 상체가 긴장되어 있네? 목덜이 쪽이 긴장되어 있구나. 내가 충분히 긴장을 풀고 있질 못하는구나.’ 이런 걸 스스로 알게 됩니다. 그걸 알아차리면 자연히 긴장을 풀 수 있습니다.

출처 셔터스톡

우리는 보통 어떤 일을 완료하고 싶을 때, ‘이걸 해야 해. 이걸 하려면 저쪽으로 먼저 가야 해’ 이렇게 일을 완수하는 것, 일을 마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당장 하고 있는 일을 마치려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긴장합니다. 안 그런가요? 그러니 거기에 대해서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냥 마음을 정하고, ‘난 저리로 갈 거다’ 그리고 그 생각을 멈추십시오. 예를 들어 ‘난 화장실에 갈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화장실로 걸어갑니다. 가는 동안 ‘난 화장실 갈 거야, 난 화장실 갈 거야’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을 잘 관찰해보십시오. 우리에겐 그런 습관이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알아차릴 수 있다면 그걸 멈추고 긴장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이가 부처님께 여쭸습니다. 부처님께서 매일 아침 다른 출가자와 마찬가지로 마을로 걸어갑니다. 음식을 걸식해서 돌아왔습니다. 그들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곤 했습니다. 그래서 오래 걸어야 합니다. 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루는 부처님께서 팔에 발우를 걸고 음식을 걸식하러 갔습니다. 제자 중 하나가 가는 길에 “세존이시여, 어디로 가는 중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부처님은 “도시로 향하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보통 우리는 “도시로 가고 있다”라고 말할 겁니다. 목표는 도시인데, 부처님께서는 도시로 향하고 있는 그 과정입니다. 그래서 우리와 다릅니다. 우리가 어디로 간다고 말할 때 우리 마음은 거기에 집착합니다. ‘오! 난 그곳에 가야 해!’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나는 그 행선지 쪽으로 향하고 있어’라고 하셨습니다. 그걸 마음챙김, ‘Relax(릴랙스)’라고 부릅니다. 부처님께서는 목적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지금 당장 가고 있다는 것만 인지하시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선(禪)입니다.

*참고 법문: 영화 스님의 ‘명상으로 문제를 풀다(Solve problems by meditating)’(2013년 9월 21일)

 

현안(賢安, XianAn)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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