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장 4th] 월호 스님이 건넨 세 가지 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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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장 4th] 월호 스님이 건넨 세 가지 알약
  • 최호승
  • 승인 2022.07.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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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결사체 선불장’이 6월 17일부터 24일까지 참선 리더 스님 양성 집중수행 프로그램 ‘선불장’을 문경 세계명상마을에서 진행했다. 학인스님 포함 비구·비구니스님 20명이 7박 8일간 집중수행에 참여했다. 일정 중 4일을 동행한 불광미디어가 금강, 각산, 마가, 월호 스님 등 지도법사 4명의 실참과 스님들의 정진을 4번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눈앞에 알약이 있다. 파란색과 빨간색.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파란 알약을 삼키면 매트릭스 시뮬레이션 세계로 돌아가고, 빨간 알약을 삼키면 진짜 세계에서 눈을 뜬다. 네오는 빨간 알약을 삼켰다.

행불선원장 월호 스님은 같은 듯 달랐다. 선불장에 온 출가수행자들에게 세 알약을 꺼냈다. 선택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좋은 알약 세 가지를 내놓은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알약이었다.

| 아바타, 바라밀, 행불…지혜의 세 알약
월호 스님이 제시한 알약 세 개는 아바타, 바라밀, 행불(명상)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지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출가수행자에게 아바타(명상) 알약부터 삼키게 했다.

“아바타(Avatara)는 산스크리트어이빈다. 화신, 분신이란 뜻이죠. 청정법신 비로자나, 원만보신 노사나불, 천백억 화신 석가모니불이라고 합니다. 석가모니불도 아바타입니다. 음성으로 나투는 보살은 노사나불, 몸으로 나눌 필요가 있을 땐 천백억 화신 석가모니불입니다. 오리지널은 법신입니다. 법신은 어떤 형태도 없기에 어떤 모습으로도 나툴 수 있습니다.”

스님은 ‘나’라고 느끼고 인식하고 인지하는 몸과 마음이 아바타라고 했다. 아바타가 느끼고 생각하는 점을 깨닫고 바라보는 관찰자를 관찰하라고 했다. 실참이 이어졌다. 출가수행자들은 눈 감고 마음을 코밑에 집중했다. 숨을 들이쉴 때 “들이쉰다”, 내쉴 때 “내쉰다” 알아차림을 3회 반복했다. 알아차림을 강화하는 방편도 일렀다. 들이쉬면서 1만 원, 내쉬면서 2만 원…. 숫자가 10에 이르면 단위를 한 단계 올렸다. 들이쉬면서 11만 원, 내쉬면서 20만 원…. 일부러 단위를 뛴다고 했다. 무의식적으로 10만 원에서 11만 원으로 흘러가는 의식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삼매에 이르기까지 이 훈련이 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님은 아바타를 부연했다. 『반야심경』을 이렇게 해석했다.

“관재자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몸과 마음이 아바타라고 관찰하고 모든 고통에서 벗어났습니다. 조견오온 개공도 일체고액을 어떻게 쉽게 풀어야 할까. 오온은 색수상행식, 색은 몸이고 수상행식은 마음자리입니다. 오온은 몸과 마음이죠. 오온이 공해서 실체가 없다는데, 현상은 있습니다. 고정된 실체는 없지만, 변하는 현상은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진공묘유입니다. 고정된 실체는 없는데 변하는 현상이 바로, 아바타입니다.”

그래서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참나’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아바타의 것이랬다. 걱정도 근심도 아바타가 하는 것이니, ‘참나’는 관찰자의 입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리저리 변하는 아바타를 관찰하고, 아바타에서 생멸하는 현상을 바라보라고 강조했다.

“고통은 바로 큐 사인입니다.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관찰자를 관찰하세요. 몸과 마음의 관찰은 명상이자 있는 그대로 보기이며, 관찰자를 관찰하는 행위는 참선이고 행불명상입니다. 거울 보듯 영화 보듯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면해서 관찰하되 아바타라고 알아차리고 바라보세요.”

남은 알약 두 개. 바라밀과 행불은 지혜를 확장하는 방법이었다.

| 행주좌와行住坐臥
월호 스님은 한 번 더 고정된 실체가 없음을 확인시켰다. 합장하고 마음으로 “길어져라”를 수십 번 염하도록 했고, 몇몇 출가수행자들은 손가락이 길어졌다고 고백했다. 스님은 “몸이 아바타라는 증거”라고 했다. 그리곤 화두를 던졌다. “마하반야바라밀”을 염하고 부를 때, 이 성품은 어떤 것인가, 어떻게 생겼는가.

“마하는 ‘큼’이요, 반야는 ‘밟음’이며, 바라밀은 ‘충만함’입니다. 마하반야바라밀이 자신이며, 내가 마하반야바라밀입니다.”

출가수행자들이 좌복을 털고 일어났다. 행선(行禪), 마하반야바라밀을 염하며 걸었다. 주선(住禪), 서거나 장궤 또는 호계합장하고 소리를 듣는 데 집중했다. 종소리에 맞춰 시계방향으로 출가수행자들이 “마하반야바라밀”을 염했다. 좌선(坐禪), 숨을 들이쉬면 아랫배가 일어나고, 내쉬면 일어남이 사라짐을 관찰했다. 아랫배가 일어날 때 “마하반야”, 사라질 때 “바라밀”을 염하며 관찰하는 마음의 눈을 인지하도록 연습했다. 와선(臥禪), 이번에 누웠다. 신체 한 부분씩 살짝 들었다 내놓으면서 그 신체 일부분을 떼어놓았다고 암시를 걸었다. 코밑에 흐르는 호읍에 집중하면서 “마하반야바라밀”을 염하며 자신의 것이라 착각한 몸과 마음을 하나씩 떼어놨다.

“애플의 혁신적인 CEO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완벽이란 더 채울 것이 없는 게 아니다. 더 뺄 것이 없는 것이다.’”

월호 스님은 “고정된 실체로서 나는 없고(아바타, 무아無我 체험), 어떠한 나도 만들 수 있으며(바라밀, 대아大我 체험), 바로 지금 여기에서 몸가짐과 마음가짐이 나(행불, 견아見我 체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행의 이로운 체계를 제시했다. 사람마다 마음 그릇이 있다는 가정에서 착안한 ‘그릇 이론’이었다. ‘참회’로 자기를 정화해 그릇을 비우고, ‘발원’으로 자기를 전환해 그릇을 채우며, ‘기도’로 자기를 확장해 그릇을 키운다. 그리고 ‘참선’으로 자기를 확인해 그릇을 없애고, ‘행불’로 자기를 창조해 그릇을 만든다.

“여러분 서원하십시오. 부처님 감사합니다. 법륜을 굴리겠습니다. 행불하겠습니다.”

| 선불장에 부는 바람
금강, 각산, 마가, 월호 스님이 지도한 1주일의 선불장이 끝났다. 선불장은 첫 번째 페이지를 덮었다. 선불장에 방부 들였던 20명의 출가수행자들은 자신의 수행 여정에서 다시 한번 첫 번째 페이지를 열었다. 1주일간 선불장 프로그램을 접한 출가수행자들이 소감이 그랬다.

“예불 외엔 좌복에 앉는 시간이나 경험이 부족했는데, 앉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진 시간이었다. 스스로에게 더 용을 써본 시간이었다. 정말이지 출가하길 잘했다.”(능각)

“금강, 각산, 마가, 월호 스님의 네 분 스승의 가르침이 다 좋았다. 최고급 뷔페에서 최상의 다양한 요리를 먹은 느낌이다.”(무아)

“출가 이래 학인이라는 신분의 일상에서 이런 가르침과 수행을 접하기란 요원한 일인데, 복이 많아 공부하게 돼 감사할 뿐이다. 성과가 미흡해 부끄럽지만, 좀 더 제대로 된 수행자가 돼야겠다는 결의를 안고 간다.”(용운)

“수행에 확신을 얻었다. 가르침을 받으면서 알아차림과 선의 일맥상통을 봤고, 수행의 관점을 바르게 보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일관)

“부끄러웠다. 화두 받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반성했다. 기뻤다. 출가수행자가 되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 일인지 알았다. 원만히 공부 마치고 고통으로 힘들게 사는 중생들만 생각하겠다. 부처님께 당당한 제자가 되겠다.”(호연)

“공의 도리를 깨쳐 시주의 은혜, 은사의 은혜, 부처의 은혜를 갚을 수 있는 수행자가 되겠다.”(혜공)

경전에 이런 말이 있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갈 수 없다.” 출가수행자의 향기는 초발심과 수행이란 바람을 타기 마련이다. 선불장에 방부 들인 한 출가수행자는 이렇게 적었다.

“염불, 참회, 진언과 다라니 등으로 얻은 게 많았지만 끝을 보지 못했다. 아! 성불해야지 다시 한번 발심했고, 바른 정진으로 회향 잘하겠다.”

문경 세계명상마을에서, 선불장에서, 출가수행자들 마음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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