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명상해도 큰 변화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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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명상해도 큰 변화가 없는 이유
  • 현안 스님
  • 승인 2022.07.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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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53)]
출처 셔터스톡

“왜 명상하나요?”

저는 명상반에 온 사람들에게 먼저 명상하고자 하는 이유부터 묻습니다. 예로 “명상해서 이루고 싶은 게 있나요?”, “인생에서 가장 변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향상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세요?”라고 물어봅니다. 그때 불교인들은 보통 이렇게 대답합니다. “수행을 당연히 해야죠”, “성불해야 하니까요”, “깨달을 때까지 수행해야죠”. 불교인이 아닌 분들은 “명상을 해봤는데 기력이 더 좋아졌어요”, “남들이 좋다고 해서요”, “명상했더니 기분이 좋아졌어요”라고 말합니다.

 

지금 나에게 닥친 문제들

사실 명상이나 영적 수행을 할 때 궁극적인 목표를 최대한 크고 높게 세우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불교인들은 너도나도 성불과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겁니다. 이렇게 우리의 목표를 화려하고 듣기 좋은 용어로 치장하다 보면, 자칫 정체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문제는 재가자뿐 아니라 스님들에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 수행에 대해서 질문하러 오신 분들에게 묻습니다. “성불하려는 목표가 있는 건 아주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무엇이 당신의 마음을 가장 많이 괴롭히나요? 어떤 게 가장 번뇌로운가요?”

우리는 본능적으로 가장 큰 상처와 괴로운 문제는 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나 당장 눈앞에 닥친 장애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참선이나 수행으로 그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스승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혜로운 스승이라면 우리의 시각과 견해를 끊임없이 바로잡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셔터스톡

 

30년 동안 한 명상 수행

수십 년씩 명상이나 참선한 사람들도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분이 우리 절에 찾아왔습니다. 인사를 주고받자마자 이분이 일상에서 늘 명상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목소리와 단전의 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물었더니 30년 넘게 매일 참선을 해온 불자였습니다. 그분이 말하길 큰 사찰의 여러 선방을 다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지도를 받아보지 못하고 그냥 앉기만 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아주 예전에 절에서 열심히 기도했었는데, 그때 몸이 다 사라지고 주변 사람들의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황홀한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발이 가벼워지고 몸과 마음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 후로도 그녀는 참선만 하면 그런 수준의 좋은 기분과 몸의 상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 큰 발전은 없었고 계속 제자리걸음이었다고 합니다.

출처 셔터스톡

 

높은 잠재력

결가부좌로 앉아보라고 권했을 때, 그녀는 아주 쉽게 결가부좌로 앉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못할 거라 생각해서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분께 결가부좌 자세의 불편함을 참으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계속 풀고 싶다고 말했지만 저는 웃으면서 그냥 참아보라 했습니다. 역시 오랫동안 수행해 온 베테랑답게 버틸 수 있었습니다. 곧 그녀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고, 전 그녀에게 눈을 감고 단전에 집중한 채 염불을 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녀는 즉시 미동도 없는 깊은 명상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옆에서 사람들이 대화하고, 차를 마시면서 소리를 내도, 그녀는 마음을 모아서 조용히 맘속으로 염불했습니다. 10여 분이 지난 후 그녀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평화로워졌습니다. 이것이 부처님부터 대대로 전혀 져 온 선(禪) 또는 명상의 비법입니다.

출처 셔터스톡

 

명상의 비밀

명상의 첫 단계는 포기하지 않고 불편함과 통증을 견디면서 계속 앉는 것입니다. 이건 누구든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습니다. 명상은 본래 편하게 하는 게 아닙니다. 편안한 상태에서 얻은 집중력은 쉽게 깨지기 마련입니다. 여러분이 불편함을 더 많이 견디고자 할수록 더 빨리 진전할 수 있고, 집중력도 더욱더 견고해집니다. 그녀는 결가부좌 자세로 처음 명상해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예전보다 훨씬 뛰어난 집중 상태에 도달했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또 와서 수련해보겠다며 기쁘게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제가 배운 선 수행은 그렇습니다. 우린 불편한 자세로 있으면 당연히 피하고 싶어집니다. 그때 매번 더 오래 앉도록 수련해야 합니다. 그러면 여러분도 더욱 강력한 집중력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30년 만에 명상의 비밀을 알게 됐지만, 여러분은 지금 여기서 이미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걸 실행해서 얻고 싶은 걸 얻을지 말지는 순전히 여러분의 몫입니다. 해보면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억하세요! 명상이든 참선이든 여러분은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현안(賢安, XianAn)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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