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장 3nd]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춤,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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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장 3nd]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춤, 멈춤!
  • 최호승
  • 승인 2022.07.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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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결사체 선불장’이 6월 17일부터 24일까지 참선 리더 스님 양성 집중수행 프로그램 ‘선불장’을 문경 세계명상마을에서 진행했다. 학인스님 포함 비구·비구니스님 20명이 7박 8일간 집중수행에 참여했다. 일정 중 4일을 동행한 불광미디어가 금강, 각산, 마가, 월호 스님 등 지도법사 4명의 실참과 스님들의 정진을 4번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선불장은 앉은뱅이가 아니었다. 마냥 앉지 않았다. 방점은 간화선에 찍혔지만, 다양한 변주로 선을 접하게 했다. 자비명상 대표 마가 스님의 참선은 자기긍정, 자비심 발현과 확산에 무게가 실렸다. 한마디로 자비명상이다.

| 염불念佛=지금, 이 순간 부처님 마음
마가 스님은 선불장에 방부 들인 출가수행자들을 지금, 이 순간으로 몰입시켰다. 출가수행자들이 좌복을 털고 일어났다. 춤을 ‘즐겁게’ 추라고 했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일시정지. 숫자 다섯을 셌다.

심장이 고동쳤고, 잠깐의 부끄러움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앉아 있던 것보다 더 많은 마음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그래서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춤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춤? 바로 멈춤이다.

“움직이다가 멈추면 지금, 이 순간 생생하게 내 몸과 마음의 변화가 감지됩니다.”

이번엔 시체가 됐다. 아예 누웠다. 그리고 변화를 살폈다. 몸은 누웠지만, 마음은 감각으로 전해오는 느낌을 그대로 거울처럼 비췄다. 손바닥과 등으로 전해오는 바닥의 온도, 승복의 질감, 가라앉는 선불장의 공기, 선불장 밖에 흐르는 바람의 소리, 이어지는 마가 스님의 말씀….

“평소에 느끼지 못한 게 이제 다 느껴집니다. 지금, 이 순간에 깨어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는 멈추지 않으면 지금이 안 보입니다.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를 왜 받을까요? 멈추지 않고 목표를 향해 무한질주하기 때문입니다.”

마가 스님은 염불(念佛)에서 ‘염(念)’에 주목했다. 이제 금(今)과 마음 심(心)이 더해진 ‘지금 마음[今+心]’이라고 했다. 지금, 이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을 부처님 마음으로 만들어 계속 이어가는 게 명상이자 선이라는 얘기다.

“늘 깨어있어야 합니다.”

| 자신을 위한 절대긍정의 주문
마가 스님은 명상은 밖으로 향하는 에너지를 안으로 가져와서 내 마음을 바꾸는 수행이라고 했다. 세상은 내 맘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짜증과 화가 일어난다. 폭발시키면 업이 되고, 참으면 병이 된다고 했다. 이를 매 순간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연습, 즉 깨어있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렵다면, 주문이 있었다. 순간순간 마음을 들여다보는 깨어있음으로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주문이었다. 많지도 않다. 딱 두 가지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짜증으로 고통받을 필요 없어요.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받아들입니다. 종지가 아닌 바다처럼 넓은, 부처님처럼 넓은 마음이 되기 위한 수행입니다. 마음 그릇을 넓히는 작업을 하는 겁니다. ‘그럴 수 없어’라고 하면 불행의 싹을 스스로 심는 셈입니다.”

“명량 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은 이렇게 말했죠? 신에겐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앞에는 ‘그래도’가 생략됐습니다. ‘겨우’와 ‘그래도’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미 벌어진 일, 과거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이만해서 다행이야’라고 마음 한 번 돌리면 극락이 되고, ‘왜 이것밖에 안 됐어’ 하는 순간 지옥입니다.”

마가 스님은 “지금, 이 순간 내 행동, 내 말, 내 생각이 내 미래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절대긍정의 주문은 부처님처럼 넓은 마음을 닮기 위한 무한 반복, 수행이다.

| 삼사순례, 간절·친절·미고사
마가 스님은 삼사순례를 권했다. 출가수행자는 ‘자신만의 절’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일렀다. 삼사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사찰이 아니었다. 역시 마음과 직결하는 절이었다. 출가수행자가 가야할 삼사순례는 간절, 친절 그리고 미고사였다.

“삼사순례의 첫 번째 절은 ‘간절’입니다. 이 간절로 상구보리합니다. 잠깐 앉으면 쉽게 마장이 낍니다. 수마, 그러니까 졸립니다. ‘간절’하면 졸릴 수 없습니다. ‘간절’은 수행자를 지키는 방패입니다. 두 번째로 순례할 절은 ‘친절’입니다. ‘친절’에는 꼭 다니세요. 모든 이에게 ‘친절’을 베푸세요.”

마가 스님은 세 번째 순례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미고사다. 미고사는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의 앞글자를 딴 가상의 절이다. 스님은 ‘미안합니다’에 과거의 문제가, ‘고맙습니다’에 현재의 문제가, ‘사랑합니다’에 미래의 문제가 풀어진다고 했다. 이렇게 삼사순례를 끊임없이 다니는 것도 수행이랬다.

“오늘부터 미고사 주지를 하십시오. 벽을 보고 앉지 않아도 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한 마디에 진심이면 눈물이 납니다. 마음이 스스로 웁니다. 부처님 앞에서, 시주자에게 ‘고맙습니다’라고 할 때 마음이 울었나요? 숨 쉬는 이 순간이, 걸을 수 있는 이 순간이, 들을 수 있는 이 순간, 볼 수 있는 이 순간이 감사한 일입니다. 오늘이, 이 순간이 고마워서 마음이 울었나요? 그래야 사람이, 신구의(身口意)가 바뀝니다.”

세심(洗心)이다. 목욕탕에서 세신(洗身)하며 때를 벗기듯, 세탁소에서 묵은 빨래의 때를 세탁하듯, 마음의 때를 씻는 게 세심이다. 출가수행자는 마음의 때를 씻어야 한다고 했다. 마가 스님은 “물이 있어야 세신도 하고 세탁도 한다”라며 “참다운 참회와 참다운 감사가 여러분 마음의 때를 씻겨주는 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깨트리고 깨트려라
오후에도 스스로 마음을 중계했다. 마가 스님 지도로 계속에서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들여다봤다. 플럼빌리지의 명상노래를 듣고, 관음무 보며 마음을 살폈다. 오전과 오후, 간화선과 동떨어졌다고 여기는 출가수행자들의 마음이 들켰다(?).

마가 스님은 “훌륭한 수행법인 간화선은 대혜종고 스님이 사시던 시대적, 문화적, 역사적 기반 위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며 “지금은 21세기인 만큼 이 시대 수행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라고 했다.

마가 스님은 ‘깨달음’을 이렇게 정의했다. ‘깨+달음’으로 보면 계속해서 깨는 작업이랬다. 일어나는 부정적인 마음, 부처님 마음과 거리가 먼 마음을 계속 깨트리는 수행이라고 했다. ‘내가 옳다’라는 생각부터 자신을 규정한다고 여기는 나이, 직업, 명예, 돈 등을 깨트려야 했다. 이 모든 게 정해진 실체 없이 시시각각 변하고, 오온이 공한 줄 아는 게 참선이며 명상이라고 설명했다.

파격은 이어졌다. 또 일어섰다. 마가 스님은 세상에서 가장 크고 통쾌하게 희양산을 바라보면 소리치라고 했다. “야호!!” 자신 스스로 몇 점을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자신 안의 무엇이 100점을 줄 수 없게 했는지 사유하라고 했다. 그 더께를 걷어내지 않고, 그 마음을 깨트리지 않고 자유인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삶의 주인공이 아니라, ‘야호’를 못하는 감정에 갇혀 감정의 노예처럼 끌려다니며 산다고 경책했다. 스스로 100점을 줄 때가 공부의 시작이랬다. 바로 그 자리서 자신의 점검이 이뤄졌다.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악을 썼다. 너무 무거웠다. 두 번째 기회에서는 다른 스님들 소리를 떠올렸고 조금 더 밝게 해봤다. 그랬더니 만족도가 높았다. 세 번째에서는 몸도 마음도 기쁜 소리를 냈다. 고칠 수 있는 세 번의 기회가 고마웠고, 행복했다.”(해인 스님)

“먼저 내 안의 무엇이 문제인가. 시선을 돌리지 말고 똑바로 바라보세요. 지금, 이 순간 느낌과 마음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하세요. 신분 등 자신의 허울로 만든 그 무엇을 내려놓으세요. 그 상을 붙들고 있으면 공부는 아직입니다.”(마가 스님)

출가수행자들은 품었던 의구심을 풀었다. 한 출가수행자는 “학교를 졸업하고 선방 계획도 있었는데, 일상에서 제가 놓쳤던 중요한 부분을 발견”했고, 또 다른 출가수행자는 “여태 알았던 한국불교의 전통적인 수행인 간화선을 떠나서 명상이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경험한 즐거움”을 느꼈다.

“사람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살피고, 그들의 고통을 덜 수 있는 수행을 제시하며 함께 점검하면서 지혜를 찾아간다면, 우리는 승보의 일원으로서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길을 충실히 가는 출가수행자가 될 겁니다.”

마가 스님은 휘휘 걸어 선불장을 빠져나갔다. 마지막 메시지는 선불장을 휘감았고, 출가수행자들은 다시 좌복 위에 앉았다. 선불장의 하루가 또 저문다. 어둠이 깊어지고, 출가수행자들의 눈빛도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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