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장 2nd] 호흡을 ‘아는 마음’ 이뭣고? 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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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장 2nd] 호흡을 ‘아는 마음’ 이뭣고? 놓아라!
  • 최호승
  • 승인 2022.07.07 16: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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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결사체 선불장’이 6월 17일부터 24일까지 참선 리더 스님 양성 집중수행 프로그램 ‘선불장’을 문경 세계명상마을에서 진행했다. 학인스님 포함 비구·비구니스님 20명이 7박 8일간 집중수행에 참여했다. 일정 중 4일을 동행한 불광미디어가 금강, 각산, 마가, 월호 스님 등 지도법사 4명의 실참과 스님들의 정진을 4번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수행 일정표에 적힌 아침과 저녁 좌선 그리고 자율정진 외엔 강연이 주를 이뤘다. 문경 세계명상마을 선원장 각산 스님은 안반선(安般禪, 아나빠나 사띠)을 중점적으로 강연했다.

안반선. 각산 스님이 주창하는 ‘붓다의 호흡명상’이다. 여기엔 스님의 수행 이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간화선이 화두에 무게를 둔다면 마하시 선원은 호흡에 방점을 찍는다. 스님은 2003년 미얀마 양곤 마하시 선원에서 깊은 선정을 목표로 정진했다. 한국과 미얀마를 오갔고, 6년이 걸려 파욱 사야도에게 인정을 받았다. 파욱 사야도 문하에서는 깊은 선정에서 경험한다는 빛, 즉 니미따(nimitta. 심월心月)를 보지 못하면 인정하지 않는 수행 분위기였다.

맛은 봤지만 대자유의 법열까진 이르지 못했다. 송광사, 범어사, 통도사 등 제방선원에 방부 들이고 좌선하다 호주에서 인연을 만났다. 세계적은 불교 지도자로 추앙받는 아잔 브람을 만나 호주 보디니야나 명상센터에서 자유를 만났다. 바로 ‘내려놓음’이다.

| 붓다의 호흡명상, 안반선安般禪
각산 스님은 안반선을 6단계로 나눠 세세하게 설명했다. 마음관찰, 호흡관찰, 호흡 전체 보기, 감미로운 호흡, 마음의 보름달 니미따, 선정의 단계가 있다고 했다. 간화선과 초기불교 수행을 두루 경험하고 정진한 내공(?)이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와 빠르고 확신에 찬 어조와 섞였다. 선불장에 방부를 들인 출가수행자들은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강연에 집중했다.

마음관찰 : 명상의 기초를 다지는 알아차리기
“이 순간에 일어나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때 즉각 알아차리는 현재 집중의 마음수행입니다. 위빠사나 명상의 기본이자 선정과 지혜를 성취하는 사마타 위빠사나의 기초 입문 단계입니다. 먼저 몸과 마음의 집합체인 육체[色], 느낌[受], 인식[想], 의도[行], 의식[識] 등 오온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어떻게 오온을 알아차릴 수 있는가?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과 법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행선(걷기명상)할 때 나를 주시해 알아차리는 것이고, 좌선할 때 앉은 내 모습을 관상하면서 들숨과 날숨의 호흡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걸을 땐 걷는 것을 알고, 앉고 설 때는 앉고 섬을 아는 겁니다. 순간에 일어나는 실제적인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겁니다. 생각이 일어나면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고 ‘생각이 일어나는구나’ 하고 알기만 하면 됩니다. 단지 사띠(sati, 알아차림)하고 반조 함으로써 숨과 함께 머무르게 하는 데 굉장한 도움을 줍니다. 항상 숨을 알아차림으로써 자신의 숨에 익숙해지도록 하십시오”

호흡관찰 : 본격적인 선정 수행 단계
“첫 단계인 마음관찰을 통해 수행의 진전이 이뤄졌을 때 해당하는 단계입니다. 기본적인 방법은 △숨이 길면 긴 숨인 줄 알아차리기 △숨이 짧으면 짧은 숨인 줄 알아차리기 △숨의 전체 과정 알아차리기 △숨을 고요히 하기입니다. 이렇게 호흡관찰 하나에만 주의를 집중하는 알아차림이 지속되면 마음의 고요는 매우 깊어집니다. 하지만 호흡을 통제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호흡을 조절하는 등 간섭하지 마십시오. 느끼려고 해도 호흡은 무의식적으로 통제를 합니다. 호흡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숨을 알려고 하거나 고요히 하려는 의욕이 개입하면 자기도 모르게 의식적으로 숨을 쉽니다. ‘하는 자’ 즉 통제자가 생깁니다. ‘하는 자’는 의식적인 호흡을 만듭니다. ‘하는 자’는 내려놓고 ‘아는 자(knower)’만 있어야 합니다. 호흡관찰에 집중이 잘 안 될 때는 호흡에 마음을 두고 들숨에 ‘붓’, 날숨에 ‘다’하면서 알아차림을 해보십시오. 호흡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20~30분 집중할 수 있다면, 숙련된 단계에 도달했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호흡 전체 보기 : 아름답고 황홀한 호흡의 등장
“들숨과 날숨이 시작하는 곳에서 끝나는 순간까지 호흡 전체를 관찰하십시오. 이 호흡은 고요한 현재 이 순간과 만나게 합니다. 숨을 고의로 길거나 짧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호흡이 길든 짧든 호흡 전체만 아십시오. 모든 호흡의 알아차림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 시간이 1시간 경과하면 좌선 때마다 그 이상 호흡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때 아름다운 마음의 빛인 니미따가 일부 서서히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는 삼매의 증명이면서 선정수행의 결정체입니다.”

감미로운 호흡 : 알아차림의 ‘아는 마음’
“수행의 도약판, 즉 상급 단계입니다. 평온한 호흡만 있고, 시간과 공간이 사라진 평화로운 상태로 향합니다. 호흡이 차츰 사라지면서 ‘감미로운 호흡’이 진행됩니다. 그러면서 오감은 사라집니다. 생각과 몸의 감각, 외부의 모든 소리가 차단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그 어떤 인위적인 마음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단지 지켜만 보십시오. ‘아는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호흡을 수동적으로 지켜만 볼 뿐, 들숨과 날숨의 인식 그리고 호흡의 처음과 끝이라는 인식의 알아차림도 놓아야 합니다. 그냥 아는 것은 오직 지금 일어나고 있는 ‘감미로운 호흡’뿐입니다.”

마음의 보름달 : 니미따
“니미따 체험은 감미로운 호흡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진입하는 단계입니다. 몸의 감촉을 비롯한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외부에 대한 인식작동이 거의 멈추게 됩니다. 오직 아름다운 정신적 대상의 심월(心月)인 찬란한 빛만을 완전하게 경험하는 것입니다. ‘아는 마음’만 존재할 뿐, 바깥의 모든 소리를 차단돼 들리지 않습니다. 잠시 앉은 것 같지만 2~3시간은 금방 지나갑니다. 그러나 니미따의 형태나 모양, 빛깔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니미따가 흐리게 나타나거나 자주 움직이는 이유는 마음의 만족이 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항상 얻으려는 마음 때문에 도리어 얻지 못합니다. 얻고자 하면 수고로움이 되고, 없는 것만 못합니다. 선정의 문은 완전히 ‘놓아버리는 상태’에서 열립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만족의 상태인 놓아버림의 상태입니다. 깨치고자 하면 깨치지 못합니다. 현재, 즉 지금 이 순간의 호흡에 만족하십시오. 니미따와 삼매는 저절로 함께합니다.”

각산 스님의 열띤 강의가 끝났다. 출가수행자들이 합장했다. 오후엔 불식(不食, 먹지 않음)이다. 간단한 저녁예불 후 출가수행자들은 다시 좌복 위에 앉았다. 입승의 죽비 소리, 공기가 달라졌다. 죽비 소리에 달라붙었던 마음이 호흡으로 이동했다. 안반선을 하는지 화두 참구를 하는지 알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이것만은 분명했다. 적어도 나를 둘러싼 환경에만 신경 쓰던 마음이 비로소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얕은 호흡 소리가 선불장에 잔잔히 흘렀다. 지금, 여기, 우리의 호흡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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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지 2024-01-15 10:22:42
성불하십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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