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습니다] 한결같이, 하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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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습니다] 한결같이, 하염없이
  • 윤남진
  • 승인 2022.08.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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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낙향한 초년생 시절입니다. 예초기로 풀 베는 작업을 해봅니다. 물론 명절에 벌초하느라 예초기 작업을 해본 경험은 제법 있습니다. 그러나 매끈한 잔디밭이 아니라 베야 할 곳에 온통 돌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울퉁불퉁한 형국의 야산입니다. 첫해에 예초기 작업을 할 땐 밑둥치에 바싹 대어 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초기 칼날이 돌에 부딪혀 튀기 일쑤였습니다. 다음번에는 돌이 있는지 보이게 하려고 풀을 대각선으로 엇비슷하게 한번 치고 확인한 후 다음번에 정확히 밑동을 칩니다. 그렇게 성공한 다음 해에는 어땠을까요? 밑동에서 좀 멀리 서글서글하게 칩니다. 아예 한 번 더 칠 생각을 하고 안전하고 수월하게 작업을 하는 것이지요. 

이곳은 겨울에 눈이 오면 관에서 제설작업을 해주는 큰길까지 약 300m 거리를 쓸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눈 쓸개인 넉가래로 치우고 난 후 빗자루로 깨끗이 쓸었습니다. 다음 해에는 넉가래로만 치우고 말았다가, 그다음 해에는 자동차 바퀴가 지나가는 양쪽 길폭만큼만 넉가래로 밀고 지나갑니다. 자동차는 다녀야 하니까요.      

제가 있는 곳은 법당이 있어서 혼자서라도 예불해야 합니다. 예불과 기도를 하루 거르면 한 주 거르기 쉽고, 한 주 거르면 한 달 거를 가능성이 크고, 한 해 예불이 일 년 내내 오락가락 두서가 없어지기 쉽습니다.

 

마음집중의 유지

여기서 일관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한결같이’에 관한 것입니다. 여기 농촌에 내려와 보니 한결같은 사람들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한쪽은 노인들로, 매년 그 계절 그때 그 시간이 되면 그 일을 무던히 합니다. 또 한쪽은 기계에 매어 온수와 온풍기와 보온덮개와 차광막을 조절하면서 - 사실은 그것에 자신이 매인 처지로 - 노동합니다. 똑같이 ‘한결같이’ 한다고 해도 주체적으로 하는 것과 주어진 조건에 얽매여서 하는 것은 천지 차이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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