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를 죽이려 한 무모한 사나이
상태바
붓다를 죽이려 한 무모한 사나이
  • 동명 스님
  • 승인 2022.08.1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붓다의 신화]
데와닷따가 술 취한 코끼리 날라기리에게 붓다를 향해 돌진하라고 선동했지만 코끼리는 붓다 앞에서 평온해졌다.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영웅을 만들어주는 강력한 적

세상의 수많은 영웅 중에 붓다만큼 완벽한 이는 없었다. 붓다는 실로 수많은 제자를 바른길로 이끌었고, 외도의 숱한 도전을 물리쳤으며, 창궐하는 전염병을 간단하게 척결했다. 역사 속에 등장한 영웅 중에, 아니 신화 속에 등장한 영웅까지도 포함해 붓다만큼 완벽한 영웅은 없었다.

사람들이 추앙하는 영웅에게는 대체로 강력한 적이 있다. 인도인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저장돼 있는 라마에게는 강력한 악마 라바나가 있었고, 크리슈나에게도 막강한 칸샤라는 악마가 있었다. 두르가 여신에게는 악마 마히샤가 있었고,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에게는 네메아의 사자나 레르나의 히드라가 있었으며, 영화 속의 영웅 배트맨에게도 악마 같은 적 조커가 있음으로써 빛을 발한다.

완벽한 영웅 붓다에게도 강력한 적이 있었으니, 바로 마라(Māra) 빠삐만(Pāpiman)이다. 그는 붓다의 생애 고비마다 나타나 붓다가 하는 일을 방해했지만, 붓다는 마라의 바람과는 반대로 당신의 갈 길을 꿋꿋이 갔을 뿐이다. 붓다의 일생 가운데 고비마다 찾아온 적이 마라였지만, 실제로는 마라가 오히려 붓다가 가는 길의 의미를 더욱 뚜렷하게 해줬다고 하겠다. 우리를 진정으로 가슴 아프게 한 적은 붓다의 가까운 혈연이기도 했던 데와닷따(Devadatta)였다. 그는 붓다의 고모인 빠미다와 꼴리야족의 숩빠붓다 왕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붓다의 아내였던 야소다라의 남동생이기도 하다. 데와닷따는 붓다의 고종사촌이자 처남이었는데, 이런 이중관계는 동족끼리 혼인하는 것을 선호했던 삭까족과 꼴리야족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사촌이었던 아난다나 아누룻다, 동생 난다, 아들 라훌라 등 붓다의 혈연이 붓다에게 최상의 협력자였던 것에 반해 데와닷따만이 그릇된 길을 간 이유는 무엇일까?

 

질투심 때문에 반기를 든 데와닷따

붓다가 많은 제자와 함께 꼬삼비 지역을 유행하는데, 붓다와 제자들은 가는 곳마다 큰 환영을 받았다. 비구들은 탁발을 나갈 때마다 많은 공양물을 얻었는데, 탁발과 공양이 끝난 오후 시간에는 사람들이 승원을 찾아왔다. 그들은 세존의 안부를 물었고, 사리뿟따나 목갈라나 존자를 찾았으며, 마하깟사빠 존자를 찾기도 했다. 또한 데와닷따와 함께 출가한 밧디야, 아누룻다, 아난다, 바구, 낌빌라, 우빨리 존자를 찾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데와닷따를 찾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데와닷따는 생각했다. ‘나는 왕족으로서 고귀한 혈통을 물려받았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하여 신통력을 얻었지만, 나를 찾는 이는 아무도 없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부터가 그가 붓다의 가르침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했고 실천하지도 않았음을 말해준다. 다른 삭까족 왕자들은 수행을 통해 성자의 반열에 들었지만 자신은 신통력만 얻었을 뿐인데도, 데와닷따는 자신을 돌아볼 줄 몰랐다. 결국 그의 마음속에 강력하게 남아 있는 탐욕이 그로 하여금 붓다를 배신하게 만들었고, 자신을 반역자로 만들었다.

데와닷따는 자신이 살길을 위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를 후원자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마가다국의 왕자 아자따삿뚜(Ajatasattu)를 떠올렸다. 아자따삿뚜는 아버지를 계승해 왕이 될 예정이었지만, 빔비사라 왕의 건강을 보아서는 아자따삿뚜의 등극을 기약하기가 힘들었다. 데와닷따는 아자따삿뚜가 왕이 되고 싶은 욕망에 한껏 몸이 달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라자가하에 온 데와닷따는 신통력을 통해 소년으로 둔갑한 후 뱀 일곱 마리로 몸을 장식했다. 두 마리는 팔을 감아 장식하고, 두 마리는 다리를 감아 장식했으며, 한 마리는 목에 감았고, 한 마리는 왼쪽 어깨 위에 올렸다. 마지막 한 마리는 머리 위에 똬리를 틀게 하고는 허공을 날아 아자따삿뚜의 처소로 갔다. 데와닷따는 의자에 앉아 있는 아자따삿뚜의 무릎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아자따삿뚜는 뱀 일곱 마리와 함께 등장한 소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당신은 누구시오?”

“나는 삭까족 수행자 데와닷따라고 하오.”

“아무리 보아도 수행자 같지는 않은데요?”

데와닷따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든 수행자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왕자 앞에 섰다. 아자따삿뚜는 데와닷따가 엄청난 신통력을 지닌 수행자로 여기고 헌신적인 후원자가 되리라고 마음먹었다. 아자따삿뚜는 매일 500대의 수레에 음식물을 싣고 가서 데와닷따에게 공양했고, 저녁에도 한 번씩 문안했다. 

이 소식이 붓다에게도 전해졌다. 매일 조금씩 최소한의 음식을 탁발해서 검소하게 생활하는 승가의 원칙을 데와닷따가 어기고 있음을 안 붓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