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체크인, 템플스테이] 종교전문기자가 본 템플스테이
상태바
[나에게로 체크인, 템플스테이] 종교전문기자가 본 템플스테이
  • 조현
  • 승인 2022.06.28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움’보다 ‘비움’이 필요한 이유

 

템플스테이의 고수

며칠 전이었다. 파주에서 출판사 대표를 하는 한 지인이 카톡으로 링크를 보내왔다. 가톨릭 신자가 2박 3일간 실상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후기였다. 참가자는 4월 한 달,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만큼 바쁘게 보낸 자신에게 실상사 템플스테이를 선물로 주었다. 남원으로 운전하고 가는 길에도 졸음을 이기기 어려울 만큼 피곤한 몸으로 실상사에 갔다가 ‘세상에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힐링을 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진솔한 후기를 보내준 지인도 3년 전 나와 함께한 실상사 2박 3일 템플스테이의 감동을 다시 느끼는 듯했다.

필자의 제안으로, 당시 그 출판사 소속 2명과 한 재단 임직원 등 6명과 함께 서울에서 출발해 실상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 가운데는 개신교 신자도 있었다. 두 명을 제외하고는 사찰에서 자는 것이 처음인 이들이었다. 개신교 신자와 함께 사찰에 가면 조심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다. 신앙심이 두텁다고 하는 이들일수록 불교와 사찰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이 큰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상 숭배에 대해 경기를 일으키는 이들을 불당에 데려가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입구부터 무서운 형상의 일주문 사천왕상을 통과하면서부터 마음이 불편하기에 십상인 그들이다. 그런데 우리 일행을 맞아준 실상사 한주 법인 스님은 사찰 초행자라도 오래된 벗처럼 격의 없이 맞아준다. 하수는 자기 것을 억지로 밀어 넣으려 하지만, 고수는 상대를 품어주게 마련이다. 크리스천들의 거부감과 배타심마저 종교적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이해해주는 게 고수다. 

법인 스님과 실상사 마당 한쪽 대숲의 시원한 그늘에 앉았다. 불교의 ‘불’자도 부처님의 ‘부’자도 들어가지 않은 한담이었다. 덩치는 크지만 한없이 착한 눈을 가진 평화의 반려견 ‘다동이’가 무장을 해제시키는 감초 노릇을 했다.

한담 뒤 한가하게 마당을 거닐다가 목탁이 울리자 공양간으로 갔다. 서울에선 맛보기 어려운 산나물 반찬과 산채 튀김이 어우러진 맛있는 공양도 감동이지만, 공양게송을 볼 때 이들의 눈빛이 가장 반짝였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란 글에서 숙연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 뿐만이 아니다. 

스님과 불자의 경계마저 없이 함께 어울려 공양하는 모습에서 더욱 편안함을 느낀다. 이들을 인솔해온 곳이 실상사여서 더욱 안도가 되는 순간이다. 권위는 스스로 대우받으려는 자세를 벗고 겸손하게 낮아지고 봉사할 때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