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의 선과 정토] 여름 선칠(禪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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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여름 선칠(禪七)
  • 불광미디어
  • 승인 2022.05.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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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45)]
미국 샌프란시스코 법장사 

이제 곧 영화 스님의 미국과 한국 도량에서 일제히 선칠(禪七) 수행을 시작합니다. 예전에 영화 스님께서 “미래에 후원과 인력이 된다면 여름과 겨울에 선칠을 100일씩 할 생각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여름엔 선칠을 3주만 합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 선칠은 6월 18일까지 합니다. 멀리 미국에서 온 소식을 들어보니 이제 막 불사를 시작한 샌프란시스코 법장사(Dharma Treasury Temple)에서 불칠과 선칠을 하신다고 합니다. 물론 LA 위산사와 산호세 금림사에서도 일부 스님들과 재가인 수행자들이 다 함께 선칠을 할 겁니다.

선칠이란 중국 정통선가에서 내려오는 집중 선 수행법을 말합니다. 우린 선칠 동안 모든 걸 멈추고 참선 수행에 집중합니다. 새벽 3시부터 밤 12시까지 1시간 앉고, 20분 걷는 일정을 반복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간에 영화 스님이 매일 법문을 해주신다는 점입니다. 주말엔 『육조단경』과 『화엄경』 강설을 해주십니다. 사실 어찌 보면 우리는 일년내내 선칠을 위해 복을 짓고 준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만큼 이 기간은 실로 중요합니다.

저는 출가 전부터 선칠이 다가오면 마음이 설렜습니다.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그와 동시에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망가진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출가 전엔 미리 선칠 일정을 플래너에 적어두고, 미팅이나 출장 계획을 하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에게도 그땐 절에서 살 것이라 선포를 했었습니다. 이제 돌이켜봐도 선칠이 없었다면 저에겐 성공적인 사업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좋은 시스템을 더 많은 사람이 잘 활용하지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참여자들에게 모든 일정을 다 소화해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누구든 수행하고 싶다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일정표를 보는 즉시 무서워하며 오질 않습니다. 그냥 포기해버립니다. 저도 처음 선칠에 참여했을 때 결가부좌는커녕 그냥 법당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일단 앞뒤 가리지 않고 선칠 하러 갔습니다. 영화 스님은 잘 앉지 못하는 사람도 선칠 동안 절에서 다른 일을 돕는 것도 수행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뭔지도 모르고 무조건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앉아서 한 시간 만에 계속 도망가고 싶은 마음만 생겼습니다. 그래서 앉아있는 시간보다 공양간에서 일을 돕고, 사람들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선칠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줬습니다.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선칠은 매번 괴로웠습니다. 선칠 시작 후 3~4일은 늘 너무 괴롭고 졸립니다. 그래도 그냥 버티고 버텨야 합니다. 그러면 그 후에 표현할 수 없는 환희로움이 시작됩니다. 우린 결가부좌를 가르칠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분에게 선칠에 성공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최선만 다하면 됩니다. 훈련할 의지만 있다면 실패를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실패하면서 계속 또 도전하고 도전하는 겁니다. 결가부좌로 앉아서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면 결가부좌처럼 선칠에서도 인내심을 얻습니다. 도망가고 싶어도 참고 참아내는 것입니다. 포기하고 싶어도 계속 참아내는 것, 그 ‘끈기’를 훈련하는 것입니다.

올여름엔 더 많은 이들이 선칠을 경험해보면 좋겠습니다. 정말 많은 걸 얻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앉아서 자기 자신과 하루종일 직면해야 하는 어려운 싸움이지만, 그 보상은 정말로 환희롭습니다. 앉아서 구질구질하고 보고 싶지 않은 나 자신과 마주해야 합니다. 하지만 두려움을 버리고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그곳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 있습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출가 전 2012년부터 영화(永化, YongHua) 스님을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매년 선칠에 참여했다. 2015년부터 명상 모임을 이끌며 명상을 지도했으며, 2019년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했다. 스승의 지침에 따라서 2020년부터 한국 내 위앙종 도량 불사를 도우며 정진 중이다.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상주하며, 문화일보, 불광미디어, 미주현대불교 등에서 활발히 집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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