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존경할 만한 정신적인 스승이 없다”라는 말이 나온다. 성철, 법정 스님을 비롯해 김수환 추기경, 문익환 목사 등 시대에 죽비를 들고 경책하는 어른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어쩌면 우리 시대는 절대적인 존경의 대상이 필요하기보다 각자 자신의 삶에 본보기가 되는 롤모델이 필요한 건 아닐까?
사람들은 종교를 믿지 않는 추세다. 탈종교화 시대라고 한다. 탈종교화 시대에 종교계가 지향할 방향은 어느 쪽일까? 무조건적인 믿음의 강요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합리적 의심이 먼저다. 어쩌면 전국민적인 소수의 스승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해줄 스승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시대의 고민이자, 중앙승가대 승가학연구원(원장 지은 스님)의 고민이다. 승가학연구원은 “경허, 용성, 효봉, 성철 스님처럼 권위 있는 스승이 떠오르지 않는다”면서도 “그렇다고 스승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절대적인 권위의 스승은 없어도 오히려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스승이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학술대회가 마련됐다. 승가학연구원이 최근 입적한 스님 중 자신의 분야에서 롤모델이 될 수 있는 큰스님들의 생애를 조명하고 이 시대의 수행자상을 모색한다.
일찌감치 포교 일선에 뛰어든 행복문화연구소장 원빈 스님은 태공당 월주 스님의 생애와 보살행을 되짚어 본다. 원빈 스님은 월주 스님의 생애를 ‘보살승운동의 실천’이라고 판단, 생애를 보살행의 관점에서 살피고 ‘한국형 보살승운동’의 방향을 가늠한다.
운문사 승가대학에서 학인스님들을 지도하는 원법 스님은 도심포교의 장을 연 광우 스님의 생애를 조명한다. 1950년대 정화운동과 봉암사 결사에 참여하기도 한 광우 스님의 비구니스님으로서 도심포교를 살펴본다.
쌍계사 조실이자 쌍계총림 방장이었던 고산 스님은 행불선원장 월호 스님이 살핀다. 고산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을 명쾌하게 전한 대강백이자 간화선을 널리 알린 동시에 흐트러짐 없는 율사이기도 했다. 고산 스님의 상좌 월호 스님이 스승과 제자의 인연 등 곁에서 지켜본 고산 스님의 진면목을 세심하게 정리한다.
평생 선사로 일관된 삶을 살며, 중도를 널리 알린 고우 스님은 오랫동안 함께 수행한 중앙승가대 교수 금강 스님이 살폈다. 부처님 가르침이 ‘자신을 희생하는 방법’이 아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임을 실천행으로 보였던 고우 스님을 만날 수 있다.
금강산에서 출가한 인연으로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에 참여한 비구니 혜해 스님. 향곡 스님에게 인가받고 수좌로 평생을 살아온 혜해 스님은 조계종 교육아사리 유정 스님이 발표한다.
승가학연구원은 “큰스님들의 삶을 조명하는 일은 불교계만의 일이 아니다”라며 “대사회적인 활동도 컸던 분들로 출가자들이 본받을 만한 분이며, 비종교인에게도 귀감이 될 분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사태로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삶은 자신에게도 좋지 않다는 사실을 배웠다”라며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은 내려놓는 보살행이요, 세상 모든 생명체가 서로 연결됐다는 공동체 의식이다. 큰스님들 생애가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학술대회는 5월 27일 오전 10시 김포 중앙승가대 본관 4층 대강당에서 열린다.